여전히 오가는 차들이 많은 주차장에
잠깐 기다리다 주차한다.
1년 만에 스튜디오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습관적으로 이전 숫자를 누르고 몇 초 고민한다.
바뀐 번호를 인지하고 다시 입력해 들어간다.
두 명 정도 있나 보다.
내 연습실에 들어가 아이패드를 켠다.
좋은 음악들이 화면에 떠오르고 자연히
그 앞에 머무르다 눈에 들어온 앨범을 택한다.
곱슬한 머리에 옆모습으로 앉아있는 사람이
흑백으로 담긴 앨범이다.
어딘가를 보고 있지만 목적이 있다기보다
지나가는 현상에 시선을 두는 정도의 사진.
손에 닿는 의자를 당겨 앉는다.
투박한 발음들, 공기를 간지럽히듯 건드리는 투명한 목소리.
낭독되는 텍스트에 붙은 발성이 발견된 문장을 말해준다.
음악을 좀 듣다 눈에 들어오는 텀블러를 본다.
통로로 나간다.
한쪽에 마련된 공간을 찾는다.
캡슐커피가 들어있는 트레이에서
파란색 알맹이 하나를 골라 머신에 넣는다.
아이패드에서 흘러나오는 성악가의 목소리가
'윙' 소리를 내며 우는 커피머신과 덮쳐 울린다.
테이블로 이어지는 진동이 공간을 순간적으로
지배해 텀블러를 들고 있는 손과 귀 주위를 두르고
공기와 공명하며 작은 지진을 이룬다.
타버린 캡슐에서 흘러나온 커피에 따뜻한 물을
좀 더 담는다.
저조도로 밝히고 있는 통로를 지나 연습실로 돌아간다.
의자에 앉아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사람의 사진을 본다.
지나간 곡 중 마음을 끄는 노래가 있지만
그대로 두고 연가곡을 듣는다.
피아노 의자 위에 텀블러가 놓이고
손은 잠시 머무르다 팔짱을 낀다.
온풍기로 덥힌 공기가 시간이 길어져 텁텁하다.
환기가 필요하다.
가볍게 문을 열어 두었다. 몇 분 후 반쯤 닫는다.
열린 문에 얼굴이 비치며 누군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들어오라고, 반갑다고. 언제 왔냐고 묻는다.
미소를 보이는 얼굴에 연가곡이 겹치고
같이 음악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