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연습을 한다.
내가 한 번 불고, 상대방이 따라 불고. 반복.
가끔 순서를 변경하기도 한다.
질문이 있단다.
"선생님, 혈액형이 뭐예요?"
다음 루틴으로 넘어가야 하는 타이밍이다.
우선 답은 해줘야 할 것 같아 알려준다.
"아니잖아요."
내 피의 성분을 부정당한다.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받아주고 맞다고 한다.
"아닌데. O형이나 B형인데."
정정해 주는데도 자기가 맞다고 우긴다.
내 몸속을 흐르는 액체에 대해 타협하기로 한다.
그러라고 하고, 간신히 다음 섹션 연습을 진행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나 약간의 체력을
요하는 부분에선 잠깐씩 쉬어 준다.
공백을 메우는 휴식에 질문이 섞여 들어온다.
"저 그림 진짜 그린 거 맞아요?"
학생 친구가 그려준 그림이다.
얼굴형을 그리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고 했다.
"진짜 너무 동그라미다"
뭐가 우스운지 모르겠지만
학생은 혼자 웃고 다시 멈췄다가 또다시 웃는다.
다음 연습에 머무른 악보.
이전에도 여기서 멈췄다.
악기를 의자 위에 내려놓는다.
멍하니 서 학생에게 내가 B형처럼 보이냐고 묻고
학생은 대답 대신 웃었다.
보면대 위 악보.
한 장 더 넘어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