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 길게 뻗은 강 옆으로 바람이 분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코를 타고 들어온 바람에 폐가 부풀어 오른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두 손을 패딩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어깨 근육들이 서로의 장력을 뽐낸다.
얼얼함을 지탱하며 걷는다. 밑에서 당기는 중력이 발등을 감싼다. 거대한 회전문 앞에 섰다.
그래도 가야지. 여기까지 왔으니까.
회전문의 큰 유리가 돌아서며 나를 비춘다.
연속해서 원을 그리는 문. 그 앞에서 잠시 가만히 서 본다.
속에서 대답이 들린다. 잠깐 앉았다 가자고.
양쪽 귀에 이어폰을 낀다.
아델의 목소리가 흐른다. 벤치에 앉는다.
같은 화성의 무한한 반복.
음역의 확장보다 머무름을 선택하고 반복한다.
문을 밀고 나오는 사람들은 얼굴을 비운 채 빠져나간다.
회전문이 다시 나를 비춘다.
유리문을 민다.
들어갔는데 나왔다.
분명 문을 돌아 들어갔는데 중간이 상실된 체로 나와
제자리를 등지고 서있다.
다시 이어폰 속 아델을 듣는다.
목을 젖힌다. 뒷목의 뻐근함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부딪친다.
동공이 좁아졌다가 다시 열린다. 시원한 바람이 폐에 안착한다.
몸속 압력이 풀린 근육들을 지나간다.
홀 앞 스낵을 판매하는 작은 푸드트럭이 있다.
핫도그와 감자튀김을 주문한다.
부드럽게 나를 밀고 있는 신발이 땅의 힘을 발바닥에 전달한다.
강은 평행으로, 오른쪽으로 흐르고 있다.
나도 따라 옆으로 걷는다.
오르내림의 반복. 나를 감싼다.
사람의 목소리가 바람과 섞여 들어온다. 강 옆에 서 있는다.
철제 가림막을 따라 걷는다.
추운 날씨가 다시 찾아온다.
회전문을 지난다.
궤적을 흐르게 둔다.
그냥 동그란 원 안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