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남편 몸에는 흉터가 많다

by 어모쌤 손정화

눈을 떴는데 8시 30분이었다.

새벽 5시에 기상하겠다는 내 의지와 희망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간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하겠다고 나간 남편이 술에 취해 들어왔다.

손에는 예외 없이 막걸리 세 병이...


술에 취해도 할 건 다 하는 남편이다

누워있는 내게 와서 "배고프지 않아? 나와봐 햄버거 사 왔어"

목발을 짚고 거실로 나가서 남편이 사 온 햄버거를 먹었다.

"제일 싼 거로 사 왔지"

말하지 않았어도 맛만 봐도 알겠다.

야채 상태가 안 좋은 건지 씁쓸함이 입 안 가득이다.

"맛있게 잘 먹었어 그런데 야채 때문에 맛이 없네"

"남편이 큰맘 먹고 사 왔는데 맛없다고 하냐?"

목발을 짚고 다시 안방으로 와서 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남편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밥을 먹을 때 술이 없이는 밥을 먹지 않는 사람이다.

한 때는 밥을 먹지 않고 술만 먹으려고 하기도 했었다.

그 술이 소주가 아닌 막걸리로 바꾼 사람은 바로 나다.

가끔 생각한다.

소주를 마시도록 그냥 놔뒀으면 지금 이 모습과는 다른 모습일까?

술을 매일 마시려면 소주 말고 막거리를 마시라고 한 것은 잘한 일일까?

매일 소주를 마시는 것보다는 약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막걸리를 권했었다.

남편은 막걸리를 취하도록 마시고 나서야 잠이 들었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막걸리를 마셨다.

막걸리는 약한 술이라는 생각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소주가 나았을까? 생각했다.


지난여름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급속도로 악화된 재정상태를 견디지 못했다.

실업자가 된 남편은 17년 만의 쉼이라며 딱 세 달만 쉴 것이라고 했다.

실업자가 된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일까?

매일 술로 힘들어하던 간이 이제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신호를 보내온 것일까?

발이 붓기 시작했다.

"여보 나 발 좀 봐! 이상해!"


남편을 데리고 한의원으로 갔다.

병원을 무서워하는 남편에게 한의원에 가자고 설득했다.

마침 집 앞 3분 거리에 한의원이 있었다.

남편을 본 한의사는 침을 놓아주는 것을 주저했다.

"병원에 가셔서 검사를 해보세요. 검사 결과가 있기 전에는 침을 놓아드릴 수 없어요"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피검사라도 받아보라는 한의사와 나의 권유를 무시한 채 남편은 집으로 왔다.

이튿날부터는 침 맞은 부위에 좁쌀 만한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반점들은 무릎까지 빠르게 올라왔다.

그래서 보니 남편의 몸에는 붉은 반점이 많다.


남편의 증상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혈관염, 혈관종, 자가면역질환...

누가 하라한다고 하는 사람이 아니니 기다렸다.

본인 스스로 병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을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남편이 스스로 병원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뿐이었다.


가겠다고는 했지만 주저주저하는 남편을 떠밀다시피 하여 병원으로 갔다.

한사코 병원에서 검사받는 것은 안 하겠다 했는데 눈이 충혈되니 안과에는 가봐야겠다며 나서려 해서

안과 가는 김에 그 길로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받지 못한 건강검진을 받아보자며 부추겨 나왔다.

병원으로 가는 길! 남편 손을 잡고 갔다.

언제부터인가 남편과 내가 손을 잡고 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이런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에고 많이 아픈가 보네!" "환자인가 봐" "어디가 많이 안 좋은가 봐"

남편 몸에 있는 많은 흉터들이, 하체 부실로 느릿느릿 걷는 걸음걸이가, 술이 반쯤 취해있는 듯 풀려 있는 눈이 이 모든 말을 하고 있는 듯했다.

남편 몸에는 흉터가 많다.


이 글은 브런치에 작가 지원할 때 썼던 글이다. 남편의 이야기를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참 감사하다.

이제 연재 브런치북을 통해 매 주 일요일에 술 좋아하는 남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브런치북 소개에서 말 한 것처럼 아마도 세상 사는 것이 힘들게만 느껴진다면 이 글이 힘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