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화 주인과 어떻게 되시나요?

이러다 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by 어모쌤 손정화

"여보세요? 이 전화 주인하고 어떻게 되시나요?"

"네! 와이프인데요! 그런데 왜 이 전화를?"

"남편분이 지금 길거리에 쓰러져 계셔요. 조금 다치셔서 지금 구급차 부른 상태인데 계신 곳이 어디신가요?"

"네? 거기가 어딘데요? 여기 00동이요"

"여기 00 사거리인데 아시나요? 지금 와 주셔야 하는데"

"네! 지금 바로 갈게요"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사실 전화를 받은 순간 귀찮음이 없지 않았다.

남편이 길에 쓰러져있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귀찮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럴만한 일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기 때문에 어느 순간 그런 전화는 귀찮다고만 느껴졌다.

빠르게 옷을 입고 택시를 타고 남편이 쓰러져 있다는 곳으로 갔다.


남편은 인도와 차도가 나누어지는 보도블록 끝에 앉아 있었는데 다리는 차도 쪽으로, 몸은 인도 끝에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보고 신고해주지 않았다면 분명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어도 큰일이 일어났을 위태로운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이러다 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주위로 신고한 사람으로 보이는 한 사람과 두 명의 경찰, 구급대원으로 보이는 제복을 입은 두 사람이 보였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세워져 있었다.

"오빠!"

"아! 전화받고 오신 건가요?"

"네"

"지금 남편분이 구급차를 타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고 계셔서요"

앉아있는 남편을 보았다. 어디를 다쳤지? 이젠 어디를 지금 다친 건지 조차 모르겠다 싶은 암담한 순간이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게 거부한다면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가지 않으실 거라면 여기에 싸인 좀 부탁드릴게요"

구급차가 왔는데 병원후송을 하지 않을 때는 본인이나 가족이 서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로 나에게 있어서 익숙한 상황이었다. 그 상황은!


구급대원들은 내가 서명을 하자마자 구급차를 타고 바쁘게 그 자리를 떠났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지나가다 멈춰 구경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자리를 떠났다.

"감사합니다"

신고해 주신 분께 인사를 했다.

"남편분 모시고 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많이 취하셔서 몸을 못 가누시는데! 댁이 어디세요? 저희가 모시고 가 드릴게요"

다행히 경찰분들이 남편을 부추겨 차에 태웠다.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나는 멍하니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생각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너무 비참해서, 너무 아무렇지 않을 수 없어서...


그러고 보니 오버랩되어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

그때도 겨울이었다.

길에 눈이 쌓여 있었고, 여기저기 빙판길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일이라서 이기도 하겠지만 잊고 싶은 일이어서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저 또렷하게 기억되는 건!

남편이 빙판길에 피를 흘리고 누워있었고,

그런 남편을 어찌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남동생을 불러 매형 좀 집까지 데려다줄 수 있냐고, 이런 모습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포병 출신인 남동생이 남편을 둘러업고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주어서

남동생의 힘에 놀랐었다는 거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모조리 다 오려버리고 남동생 힘센 것으로 마무리 지은 내 기억의 조각!


벌써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냉장고를 열어 막걸리를 꺼내 흔드는 소리를 들은 그 순간!

나는 이성을 잃었다. 뛰듯이 거실로 나가 식탁에 놓여있는 막걸리병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뚜껑을 열어

싱크대로 향했다.

콸콸콸 소리를 내며 막걸리병을 비웠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다시 냉장고를 열어서 막걸리 한 병을 꺼내 들었다.

식탁에 놓이는 순간 재빠르게 낚아채 뚜껑을 열었고, 그걸 막으려는 남편의 손을 밀쳤다.

"어 어"

비틀거리던 남편이 식탁의자를 넘어뜨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편의 머리가 욕실 문턱 대리석에 둔탁하게 부딪치며 떨어졌다.

"어? 여보! 어디 다쳤어? 어디야?"

바로 달려가 남편의 머리를 들어 올려 부딪친 곳에 손을 댔다.

"어떻게! 아아으으어어 피! 여보 피나! 어떻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사람을 이렇게까지"

남편 머리 밑에 피가 흥건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내가 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정신을 차려야 했다.

"네 무슨 일로 전화하셨나요?"

"여기 사람이 다쳐서 피를 많이 흘리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네 어떻게 다쳤죠?"

"술에 취해서 넘어졌어요"

"거기가 어디죠?"

"00동 00 00예요. 빨리 좀 와주세요"


이날도 남편은 한사코 병원에는 안 가도 된다며 구급대원들을 보냈다.

구급대원들은 응급처치를 했다면서 지금은 지혈이 되었으니 가지만 내일이라도 꼭 병원에 가야 한다는 당부를 하고 사인을 받고 돌아갔다.


"너 경찰에 신고하면 살인미수야"

"여보가 술에 취해 있어서 일어난 일이잖아"

"뭐? 내가 술에 취해서 넘어졌다고 거짓말을 해?"

"여보가 술에 취했는데 술을 더 먹겠다고 해서 옥신각신 하다가 넘어졌다고 했잖아"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나를 놀리려는 남편의 장난기 어린 말조차도 장난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내가 살인자가 될 수도 있었어'

그 긴박했던 순간! 제일 먼저 피 묻은 손을 씻고 전화를 하고, 집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에게 사건 경위를 말하면서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악인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한 나를 생각하니

내가 악한 것인지 아니면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것인지 궁금해졌다.


이 모든 것이 억울한데 미안하고, 무서운데 속상했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