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다
남편은 원래부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결혼 전 연애 시절에도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 없었다.
남자들은 다 그런 줄 알았다. 그 당시 아버지도 그러셨으니까 이상할 것이 없었다.
매일 만나는 곳이 호프집이었고 치킨과 함께 맥주를 마셨다.
왜 우리는 술과 함께 만나야 하냐고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한 적 없었다.
오히려 그 자리가 즐거웠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함께 할 수 있음에...
몇 년 전 엄마가 그러셨다.
"느그 아빠는 술 안 먹으면 집에 와서 말 한마디 안 하고 입을 딱 닫아버려서 내가 저녁이면 꼭 소주 한 병을 사다 드렸어. 그래야 말소리 들어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본 아버지의 모습은 늘 술과 함께였나 부다.
그래서 남편이 밥을 먹으며 술을 찾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나 부다.
이 글을 쓰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만약 아버지께서 그렇지 않으셨으면 남편의 그런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했으려나? 제지했으려나?
만약 엄마처럼 생각하면 마음이 좀 덜 힘드려나? 제지하지 않으려나?
그러려면 우선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퇴근 후에만 그래야 한다.
그런데 남편의 퇴근 후는 남들이 출근하는 아침 시간이었다.
아침부터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더 비난하고 조롱했었다.
남편은 남들처럼 퇴근 후 술자리를 찾았는데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고 느껴지지 않았다.
비난의 말은 비수가 되어 남편을 못 일어나게 만들었다.
"당신이 술 마시는 거 말고 뭘 해?" "당신이 그 말할 자격 있어?"
"나 그런 사람 아니야! 내가 아니라는데 왜 자꾸 사람을 그렇게 몰아?"
이렇게 말할 때라도 그 말을 믿어주었어야 했다.
남편은 내 말처럼 술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고, 술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결혼하고 잠시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쉬고 딸아이 육아와 어린이집 등 하원을 책임지며 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는데 퇴근 후 우리 셋은 동네에 있었던 치킨집과 경양식집에 자주 갔다.
그때도 남편은 술을 마셨었다. 그러나 그땐 지금 같지 않았다. 아니 그땐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후에 출근하여 새벽까지 일하고 들어오는 일을 하게 되면서 남편은 아침에 술을 마셨다는 것을 생각도 못했고 이해해 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침이 퇴근 후인 남편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나는 남편을 알코올 중독자로 몰아세웠다.
이즈음 알코올 중독인 여자 친구에게 술을 먹더라도 좋은 음식에 먹으라고 맛있는 것을 사주었다는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 되지 않아 여자 친구가 술을 끊게 되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나도 남편에게 그와 똑같이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밥을 먹으며
"여보 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여보가 아침에 술을 먹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퇴근 후에 밥 먹으면서 술 한잔 하는 것과 같더라고, 그리고 12시, 2시까지 놀고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 여보가 집에 와서 밥 먹으면서 막걸리 마시고 조금 자다가 12시쯤 일어나서 또 마시는 거더라고"
"이제부터는 6시 퇴근하면 12시까지 놀다 자요"
이 말을 듣고 자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생긴 것인지 남편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바라보는 내 눈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다.
말이라는 것이 이렇게 힘이 있다.
생각의 변화는 말과 행동을 변하게 하고, 관계를 변화시키며 인생을 변화시킨다.
아직 남편은 술이라면 절제가 어렵다.
그러나 일하는 날과 쉬는 날을 구분하여 자신의 기준과 생각대로 행동한다.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