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나를 구속하던 그놈에게 총을 쏴버렸다
부자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정신병원에 갈 줄이야
누군가에게 구속받는 것이 싫었고 한 번 사는 인생 폼 나게 살아보고 싶었다. 이런 나를 처음으로 구속한 것은 바로 그놈, 그놈의 돈이었다.
집이 가난했다. 매일 집구석은 돈문제 때문에 고함이 있었고, 심지어 아버지는 어머니를 돈 때문에 생긴 싸움으로 발길질을 하였다.
물론 만만치 않은 우리 어머니는 발길질을 가볍게 피하고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 한 뒤, 화장실 창문을 열고 배관을 타고 도망쳤다.
이 지긋지긋한 돈에 구속받고 싶지 않아 고등학생때부터 초코파이 먹듯이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하기 시작했다. 돈을 벌어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사 입고, 돈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고 다녔다. 그렇게 나는 부족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척을 하고 다녔다.
그런 내가 어느덧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였다. 또다시 자유를 회사에 맡겨놓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바통을 이어받듯, 나를 구속한 두 번째 놈은 회사가 되었다.
나는 원래 특출 나고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다. 술과 친구, PC방을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였다. 평범한 회사에 근무했고, 날 괴롭히는 상사도 없었고, 딱히 힘든 업무도 없었다. 그렇게 4개월이란 시간을 평범한 회사에서 보냈다. 점점 더 이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입사 4개월 차, 나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내 안의 얇은 막이 터지며 망치 같은 각성을 했다. "나는 평생 이렇게는 못 살아!" 실제로 목소리가 들린 것은 아니다. 드라마의 극적 상황에 나오는 추억 회상 씬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때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그냥 무언가에 홀렸다.
악마의 속삭임인지 천사의 속삭임인지, 한 번 울린 메아리는 내 안에 각인되었고, 정확히 일주일 뒤 나는 퇴사했다. 그냥 그만뒀다. 계획도 없었다. 그저 지금의 안전지대는 내 삶의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을 뿐이었다.
돈이라는 놈이 내 몸에 X자로 칭칭 감아놓은 사슬을 풀어버리고 그놈에게 총을 쏴버렸다. 처음으로 90%의 사람들이 걷는 순리자의 길에 저항하고 몸부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 폼 나게, 돈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초점은 이내 '어떻게?'에 맞추어졌다. 그래,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장사나 한 번 시작해볼까?" 난 술집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도 많았고 요리 역시 타고난 식성이 있었기에 잘할 자신이 있었다.
.....
그런데 돈은 있냐?
이번에도 역시 돈이 문제였다. 가게를 차릴 돈이 없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무지막지한놈'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나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의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한 달쯤 갈피를 못 정하고 고민만 하고 있을 때, 친구의 대수롭지 않은 한 마디가 유성처럼 단단히 내리꽂았다.
"니 푸드트럭 하면 잘할 것 같은데! 청춘 푸드트럭, 낭만있다이가~!"
아... '청춘', '낭만', 시기적절하게 들려온 두 단어의 파급력은 굉장했다. 곧바로 푸드트럭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살던 지방에는 닭꼬치, 어묵, 순대, 떡볶이와 같은 분식을 파는 푸드트럭이 전부였다. 외관상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옛날식 봉고 트럭 말이다.
하지만 온라인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푸드트럭은 달랐다. 서울 밤도깨비야시장에서의 푸드트럭들은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멋있고 웅장했고, 예술적이기까지 했다.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푸드트럭에서 장사를 하는 사장님들이 하나같이 자유롭고, 열정 넘치고,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나도 푸드트럭을 하면 그들과 같이 한 번 사는 인생 폼 나게, 즐기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돈을 많이 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렇게 보란 듯이 총을 쏴버리기 위한 두 번째 장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