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두살이면 결혼할 줄 알았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결혼하게 될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 본다.
그 생각은 아주 어린 초등학생 때부터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된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감성은 조금 다르지만 남자인 나로선 나는 몇 살쯤에 결혼할 것 같다라던가 친구들끼리는 누가 먼저 결혼할까라던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저 막연하게 말이다.
스무 살이 되어 대학에 들어가도 사실 결혼은 머나먼 이야기 같다.
조선시대는 10대에 결혼했고 1980년대 까지, 아니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다수가 20대에 결혼했는데 지금은 초혼 나이가 남녀 모두 30세가 넘는 세상이 되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의 결혼은 30대 중반인 35세를 기점으로 Limit 타임을 두는 듯 한 느낌이다.
뭐랄까, 서른 다섯 되기 전에는 결혼을 해야 된다 혹은 서른다섯이 되면 결혼에 대해 슬슬 압박감이 생긴다라고 할까? 성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시점이 참으로 고민이 많이 되는 시기인 듯하다.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27살이었다.
당시 아주 잘생긴 실장님이 계셨는데 그는 나보다 5살이 많았다. 32살. 그는 잘생기기도 했지만 능력도 있었기에 당장 결혼하고 싶으면 할 수 있을 사람으로 보였다. 사실 나는 32살쯤에 결혼하게 되겠지 하며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가 32살임에도, 뛰어난 외모임에도 능력이 있음에도 결혼하지 않는 걸 보며 아.. 이 사람은 아직 더 놀고 싶나 보구나 라는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그가 35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결혼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변 친구들은 다 결혼을 하였지만 그는 여전히 결혼생각이 없어 보였다. 허허 참, 그렇게나 놀고 싶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년이 더 지나 37살이 되어도 그는 결혼하지 않았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결혼 안 하고 도대체 뭐 하나? 싶었다. 차도 좋은 차 타고 다니고 만나는 여자도 많은 것 같은데 참 대~단하십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32살이 되어 그를 처음 봤을 때 그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
막연히, 아니 어쩌면 이때는 결혼해야겠다 싶었던 32살.
그러나 나는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1도 없었다. 내가 무슨 결혼..?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마음의 준비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그다지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결혼한 친구들이 몇몇 있었고 여자 지인들은 80%가 결혼한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나에게 결혼은 남의 일이었다. 그래도 뭐 서른 다섯 전에는 결혼하겠지 싶었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듯하면서도 빨리 흘러 35살이 되었다.
하루하루는 늦게 가는데 1년, 1년은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한두 살씩 나이가 먹기 시작하더니 벌써 35살이 되었다. 35살, 월급도 나쁘지 않았고 모아둔 돈도 있다. 그 실장님이 35살 때도 결혼하지 않았을 때 내가 뭐라고 생각했더라...? 하하하 그때 그런 생각을 한 내가 정말 어리석었다 싶다. 남의 인생을 함부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건데 그땐 너무 어렸다. 그때의 나는 20대였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제는 내 코자 석자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35살이 되니 나 스스로도 압박감이 있었지만 주변에서도 날 가만두지 않았다.
소개팅이 물밀듯 들어왔고 소개팅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나도 마다할 이유가 없긴 했다. 이제는 정말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나에겐 참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 나의 연애를 보더라도 나는 한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이야기 나누고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고 연애를 하는 타입인데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에게 바로 마음이 간다는 것도 사실은 웃긴 것 같았다.
아홉 번의 소개팅,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할 정도였다.
그러나 마음 가는 사람이 없었고 더 많은 소개팅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모두 거절하기로 했다. 더 이상 해봤자 서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5살의 끝자락이 왔고 추운 겨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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