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지 한달 반 만에 결혼한 이야기

참으로 신속하시네요

by 동동몬

앞선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30대 초반의 남자가 선을 보러 갔습니다.

그 당시의 30대 초반은 지금의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 정도의 느낌일까요? 주변의 친구들은 이미 다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데 그는 아직 결혼을 못 한 것인지 안 한 건인지 미혼이었습니다.


20대 후반의 모태솔로였던 여자는 아버지의 등살과 어머니의 눈치에 못 이겨 선을 보러 나갔습니다.

남자와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남자에게 관심도 없었지만 나이가 계속 드니 집에서 가만두질 않습니다. 당시의 20대 후반은 지금의 30대 중반쯤 될까요? 이러다 결혼 못 하는 거 아냐 라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물론 본인은 결혼 생각이 없었지만요. 선을 보러 나가는 당일날 아침 세숫대야를 집어던질 정도로 나가기가 싫었다고 합니다.


둘은 누군가의 중매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남자가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고 한 여자가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뒤에서 빛이 나더라고 합니다. 중매를 통해 소개받은 그녀였습니다. 남자는 첫 만남에 '이 사람이다' 싶었나 봅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는지 그날 이후 매일 그녀의 집에 찾아가 그녀의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중매를 통해 처음 만난 남자가 매일 자신의 집에 찾아와 부모님과 결혼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본인은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매일 집에 찾아오고 부모님도 좋아하시니 어어어어? 하다가 어느 순간 결혼식장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답니다. 그 남자를 처음 만난 지 한 달 반만의 일이었습니다.



나의 부모님 이야기다.

두 분은 그 시절 조금 늦게 결혼했다. 30대 초반의 남자와 20대 후반의 여자. 지금이면 이른 나이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히 늦은 나이였다. 내가 그것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막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교실 뒤 게시판에 반 친구들 부모님의 최종학력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고(사생활 침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의 부모님 나이가 우리 반에서 두 번째로 많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나이가 많은 친구는 자신의 형이 이미 대학생이었기에 나의 부모님이 가장 나이가 많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도 부모님은 나이에 비해 꽤나 동안(?)이어서 나이가 많은지도 모르고 살았다.


아버지는 가족에게 무서운 사람이었다.

특히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엔 긴장해야 했다. 그런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었지만 그런 날엔 동네가 떠나갈 정도였다. 너무 싫었다. 그런 날은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가지 못하고 참을 때도 있었다. 어머니는 오죽했으랴. 온화한 성격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성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 집에 큰 문제가 터졌고 위태위태하던 부모님 관계는 결국 내가 군대를 전역하던 날 이혼했다고 통보해 왔다.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린 나는 그들의 문제가 연애결혼이 아닌 선을 보고 결혼하게 되었다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선을 보고 겨우 한 달 반 만에 결혼했다. 한 달 반... 한 달 반 만에 결혼하기로 결정한 것도 아니고 한 달 반 만에 결혼식장에 들어가다니, 대단하다 정말.


두 사람 다 나이가 꽤 많은 상황이었고 아버지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더 이상 잴 것 없다고 생각했기에 서로 알아갈 시간도 없이 결혼을 밀어붙이지 않았을까 싶다. 연애를 조금이나마 했다면 적어도 상대에 대해서 알고 장단점이 어느 정도 파악된 상황일 텐데 그들은 전혀 그런 것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특히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없었다.


어머니의 동생, 이모는 대학생 때 이모부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참으로 화목해 보였다. 나의 부모님은 둘이서 술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그들은 둘이서 술도 마시러 가고 정말 연애하듯 결혼 생활을 했기에 나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래서 나는 '반드시 연애 결혼이다!!' 절대 선 보고 결혼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직업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기도 했고 어머니나 우리에게 다방면으로 보수적이었다.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다. 어머니가 직장을 다니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극구 반대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의미로 반대했는지 이해가 간다. 정말 보수적인 사람이다.(어찌 생각하면 참으로 단순한 이유다)


어쨌든 나는 선 보고 결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박혀 있었고 연애결혼만이 답이다라고 생각했다. 이런 마인드로 인해 나는 남들 다 하는 소개팅조차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 자연스러운 만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연애를 시작하기 전 상대방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신중하게 연애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30대 초반에 결혼했으니 나도 그쯤엔 결혼하리라 생각하고 살았다.

가까운 몇몇 친구는 20대 후반에 결혼했다. 그들은 대학생 때 만난 커플이었고 몇 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되었으며 둘 사이도 참 좋아 보였다. '역시 연애결혼이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친구의 결혼은 나의 결혼관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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