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이혼
앞선 이야기
30대 초반이 되었고 한 친구가 짧게 연애하고 빠르게 결혼했는데 얼마 못 가 이혼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서로의 조건을 보고 결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빠른 결정이었고 친구 입장에서는 그 결혼을 할 이유가 없었는데 여자 쪽에서 밀어붙여서 하게 어어? 하다가 하게 된 결혼 같아 보였다. 마치 나의 부모님이 한 달 반 만에 결혼한 것처럼 말이다.
친구가 결혼하기 전부터 여자의 의심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많았고 친구에게 이 결혼 잘 생각하고 해야 될 것 같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그도 납득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 결국 결혼하게 되었다.
문제는 결혼생활이 시작되자마자 발생했다.
둘의 다툼은 정말 심각했다. 친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사소한 것부터 다툼이 되었다. 택시 타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생수를 사 왔는데 뚜껑을 열어주지 않았거나 돈까스를 먹으러 갔는데 잘라주지 않았거나. 이런 사소한 것들로 화를 내면서 전 남자친구들과 비교까지 했다. 물론 친구가 조금 느릿한 성격이긴 하지만 그걸 모르고 결혼한 것은 아닐 텐데 너무 쉽게, 사소한 것들을 문제 삼으니 친구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중엔 이런 싸움이 심해지면서 부모님 욕까지 하기 시작했고 친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으며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여자에게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바람을 폈다며 이혼 서류를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었다. 결혼한 지 한 달만의 일이었다.
내 눈엔 그녀가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듯해 보였다.
사소한 것에 화를 참지 못 하고 화가 나면 선을 넘는 말들을 마구 뱉어내고, 행동하며 상대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어디서 많이 본모습이다. 아버지와 너무나 비슷했다. 친구는 느릿느릿 느긋한 성격, 어머니와 비슷했다.
결국 이들은 결혼 세 달째 되던 시기에 별거를 결정했고 6개월째에 이혼을 결정하여 1년 뒤 이혼하였다.
부모님의 결혼생활은 어른들의 결혼생활이었기에 그 내막에 대해 디테일하게 잘 몰랐지만 친구의 결혼생활은 나 스스로에게 대입되어 마치 내가 직접 겪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의 일이 아니었고 나도 이런 결혼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무던하고 말이 없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그렇게 예민하고 미친 듯이 누군가와 싸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허허허 하던 그가 정말 하루종일, 아침에 시작된 싸움을 새벽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알던 그 친구가 맞나 싶었다.
나는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부모님의 문제는 그저 중매를 통해 선을 보고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의 결혼생활을 곰곰이 살펴보면 딱 두 가지 단어로 압축되었다.
이해와 배려
서로 수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그런 만큼 각자의 성격도 다르다.
그런 이들이 만나 한 집에서 살면서 많은 부분에 서로 '다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둘은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한 것 같다.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한 이 '다름'과 '틀림'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다.
나와 너의 생각은 틀려
무엇이 틀렸는지 모르겠다.
1+1이 2가 아닌 다른 답이 틀린 것이지 생각이 틀리다니. 너와 나의 얼굴이 다르게 생긴 것이 '틀린 것'인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이 '다름'을 '틀리다'라고 표현하고 상대를 바꾸려고 하고 가르치려고 든다.
상대방과 나와의 의견 혹은 여러 가지 다름을 인정하면 굉장히 편해진다.
결혼생활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이는 평소에 청소를 하는 반면 어떤 이는 한 번에 몰아서 청소를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런 생활 습관을 가지고 문제를 삼으면 결국은 다툼이 된다. 그렇기에 서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또 이런 이해와 배려를 통해 소통을 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도 좋게 해결된다.
가까운 친구의 이혼을 보면서 나는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고 결혼한다고 끝난 게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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