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선 이야기
30대가 되니 많은 형태의 부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릴 땐 결혼이란 그저 어른들의 이야기로만 생각했고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지만 20대 후반이 되자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이들이 결혼하는 걸 보면서 나도 이제 어른이 되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했어도 그들의 결혼생활이 모두 순탄한 건 아니었다.
어떤 이는 바람이 났고 어떤 이는 부부간의 다툼이 잦았고 어떤 이는 이혼했다. 그저 연애하면서 서로를 좀 더 잘 알고 결혼하면 되겠지 라는 나의 생각이 무너졌다. 친구들은 모두 연애결혼을 했고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만큼 몇 년간의 연애를 하고 결혼했음에도 이런 불협화음들이 생겼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이 도대체 어떤 말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해보지 않은 나로선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30대 초반을 겪고 서른 중반이 되어가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결혼해서 정말 잘 사는 이들, 그리고 힘들어하는 이들의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는데 잘 사는 친구는 마인드부터가 달랐다.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부부에게는 아이도 있었다. 그는 새벽 5시에 출근하여 오후 8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퇴근 후 모든 집안일을 그가 했다. 한두 번이면 말도 안 한다. 매번 그랬다. 그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마다 그는 집안일을 했다. 설거지, 빨래, 청소 심지어 밥까지.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매번 그러는 걸 보고는 이해되지 않아 한 번은 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와이프는 집에 하루종일 있는데 왜 퇴근하고 와서 네가 집안일을 다하냐?
이해할 수 없다는 나의 말투에 친구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하루에 애를 두 시간만 봐도 화가 나는데 와이프는 하루종일 애를 보잖아.
차라리 집안일을 하는 게 편하더라고.
그의 대답은 더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는 귀엽기만 할 텐데 뭐가 그리 화가 난다는 건지. 그리고 차라리 집안일이 편하다니? 그렇게 일하고 집에 오면 그저 쉬고 싶을 텐데 집안일까지 하다니, 참 피곤하게 산다라고 생각했다. 그들 부부의 방식이고 자신의 마인드이기에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이해가 안 될 뿐이었다. 친구의 이 말은 내가 훗날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왜 그 친구가 행복하게 잘 사는지 알게 되었다.
부부간에 문제가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서로 간의 이해와 양보가 부족했다.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자신이 편한 것을 더 추구하기에 서로 간의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그것이 폭발하였다. 수십 년을 따로 산 두 사람이 한 가정을 꾸리고 산다는 것은 서로 간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안되었을 때 대부분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은 다툼이 많은 모든 부부의 공통점이었다.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만 그 가운데에 '이해와 배려'가 들어간다면 아무것도 아닌 문제일 수도 있었다. 잘 사는 친구의 사례로 보면 그들 부부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다. 그것이 있냐 없냐가 행복한 결혼생활에 승패를 좌우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십 년을 살았는데 다른 건 당연하다.
생각해 보면 나의 부모님은 자라난 환경이 너무나도 달랐다.
비교적 풍족한 환경에서 돈 걱정 없이 살았던 어머니는 가족 간의 관계도 꽤나 돈독했고 외할아버지는 정말 카리스마가 넘쳤지만 자식에게 무섭게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반대로 아버지는 잘 나가던 할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가난하게 살았고 중학생 때부터 가족을 떠나 친척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살았다고 했다. 남의 집에 얹혀살다 보니 눈치가 늘었고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이렇게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인 데다 성향도 너무 달랐으니... 아버지는 너무 급했고 어머니는 너무 느긋했다. 급한 사람 입장에서는 느긋한 사람이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느긋한 사람 입장에서는 왜 저리 급한가 싶을 것이다. 그러니 안 맞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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