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줘...
오랜만에 기나긴 총 6일간의 연휴.
휴일이 되기 몇 개월 전부터 여행 계획을 잡고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여행 갈 생각에 들떴던 시절이 있었다.
휴일이면 항상 신이 나서 해외여행을 갔고 휴양지에서 푸르른 바다와 하늘을 보며 선베드에 누워 맥주를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 결혼하기 전, 아니 육아가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다.
이번 추석 6일간의 휴일은 최근 몇 년간의 한국에서의 연휴 중에 가장 긴 시간이었다.
평소 같으면 어디를 여행 갈까 계획을 잡지만 만삭인 아내, 기나긴 연휴만큼 기나긴 차량 행렬과 어딜 가나 인산인해인 걸 잘 알기에 거의 모든 계획은 친지 댁을 방문하는 걸로 잡고 그 외의 계획은 잡지 않았다. 그저 아내가 무엇을 먹고 싶은지 혹은 아이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때그때 갔다. 단, 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차량으로 20분 내의 범위로만 갔다.
우리 아이는 아침형 인간이다.
주변의 또래 아이를 가진 친구에게 물어보면 우리 아이는 꽤나 일찍 자는 편이다. 예전엔 저녁 6시 반이면 잠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잠이 드는 시간도 늦어졌고 이제는 8시가 넘어야 잔다. 그리고 아침 6시가 되면 칼 같이 일어난다. 가끔은 그거보다 더 일찍 일어난다.
나는 주말 이틀은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
아내가 조금 더 잠을 잘 수 있도록, 쉴 수 있도록 2시간 정도 데리고 나가 놀고 온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6시 전 후인데 나는 7시 정도에 데리고 나가서 9시쯤 되면 돌아온다.
집에 돌아오면 아이는 밥을 먹고 11시가 되면 낮잠을 잔다.
낮잠은 적게는 30분, 많게는 3시간을 잔다. 아이가 낮잠을 자면 우리 부부도 잠을 청한다. 그때 아니면 쉴 시간이 없다.
아이가 깨어나면 우리는 오후 활동을 시작한다.
나는 주말마다 가족을 데리고 어디든 갔다. 집에서 뒹구는 법은 없다. 퇴근한 남편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주말에 함께 가족끼리 어디로 가는 걸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항상 주말 계획을 평일 동안 잡아둔다. 차를 타고 여행을 가거나 쇼핑몰을 가거나 키즈카페를 가거나 공원을 가는 등 어디든 갔다. 그리고 5,6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온다.
매주 2일이면 되었는데 추석 연휴가 6일이다.
그런 만큼 나도 아이를 데리고 6일간 아침 7시에 나가야 했고 오후에 아이를 데리고 밖을 나가야 했다. 운전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노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는데 육아를 해보니 자는 것 빼고 다 힘들다. 먹는 거? 아이가 있으면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는다. 그걸 6일간 했다.....
요즘 따라 이상하게 아이가 아빠를 자주 찾는다.
처음엔 아빠라는 단어가 참 행복한 단어였는데 이제는 좀 무섭...다
연휴 마지막 날 단톡방에 친구가 이런 이미지를 날렸다.
육아를 하지 않는 아빠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이 장면...
나 또한 총각이었다면 무슨 소리냐고 했을 사진이다. 웃프다 정말 ㅠㅠ
그런데 아내는 다시 독박육아가 시작된다.
그것도 만삭의 몸으로...
오늘도 아내에게 감사하며...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엄마가 자주 했던 말 "내 새끼니까 키우지"하는 말을 수백 번 이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