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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Oct 13. 2023

아빠가 엄마한테 한 행동을 본 아이의 소름 돋는 반응

이럴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어릴 때는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내가 하는 행동, 말투들을 보면서 내가 부모님의 모습을 많이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이 하는 말투나 행동들을 학습하게 되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살았다.


집안일은 주로 내가 하는 편이다.

아내는 육아를 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에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청소를 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더러운 곳을 닦고 어지럽혀진 것들을 정리한다. 아이는 어느 날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데 달라며 떼를 썼다.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청소기를 밀어보겠다며 낑낑거리며 들기도 힘든 청소기를 어떻게든 들어보려 애를 썼다. 요즘엔 아내가 청소를 하면 아이도 어지럽혀진 장난감을 치우곤 한다. (놀람)


이런 모습을 계속 봐서인지 아이는 어딜 가든 청소 도구만 보이면 청소를 한다.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 도서관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을 보면 다가가 청소 도구를 은근슬쩍 만져보며 관심을 보인다. 말도 못 하는 꼬맹이가 그러니 아주머니들은 귀여운지 만져보라고 하셨고 아이는 그걸 가지고 청소를 해댄다. (아내가 사진을 많이 찍어둔다)


아이는 도서관 청소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거의 매일 도서관을 가는 데다 매일 청소 도구를 가지고 청소를 하니 그저 귀여워 보이셨나 보다. 이건 도서관뿐만이 아니라 아파트단지, 키즈카페, 애견카페 등 어딜 가나 청소 도구가 보이면 청소를 한다. (왜 항상 마무리는 청소인 것이냐)


얼마 전 아이의 생일이었다.

아내가 출산하는 날 나는 너무 많이 울어 눈이 퉁퉁 불 정도였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출산하는 아내는 홀로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입덧부터 고통스러운 출산까지) 너무나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아내는 그렇게 출산을 했고 출산보다 더 힘든 육아를 견뎌내고 있다.

아이의 생일날, 나는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꽃다발을 사서 몰래 집에 들어왔고(몰래 숨겨 들어오느라 힘들었다) 생일날 아침 신나게 아이에게 생일 파티를 해주고 난 뒤 마지막에 아내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낳느라 고생했고 키우느라 더 고생했어요~


아내와 포옹을 하고 뽀뽀도 했다.


갑자기 아이가 달려오더니 아내가 가지고 있던 꽃다발을 쓱 가져갔다. 

그러더니 평소에 해주지 않던 뽀뽀를 엄마에게 해주었다. 단 한 번도 엄마에게 먼저 뽀뽀를 해준 적이 없는 아이인지라 아내는 무척이나(환호성을 질러대더라...) 감동했다. 엄마에게 뽀뽀를 무려 두 번이나 해주더니 마치 자신이 주는 것인 마냥 엄마한테 꽃다발을 건넸다. 아내의 감동은 폭발했다. 하루종일 싱글벙글했다. (나도 좀 비싸게 굴어야겠구먼?)


아이는 내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보고 따라 했다.

우리 가족은 스킨십이 많은 편이고 평소에도 그런 모습을 아이가 자주 봤음에도(아이한테도 정말 많이 한다) 이 날처럼 보고 그대로 따라한 적은 없었다.


나는 내 생일이 되면 항상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머니께 전화를 드린다.


낳아줘서 감사하고 키워줘서 고마워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생일은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훗날 아이가 크면 생일날 아침에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생일날, 다른 사람은 너의 생일을 축하해 주지만
너는 엄마한테 감사함을 전하는 날이야.


그걸 아이에게 하라고 강요하기보단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 날은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나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걸 보고 아내도 나도 정말 놀랐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아이가 벌써 그렇게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기쁨과 동시에 긴장감이 들었다.


아무리 말을 못 하는 아이라도 아빠, 엄마의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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