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엄마, 이모 vs 아내

Ep 07 - 10살 차 이상형과 결혼생활 5년

by 동동몬 Mar 17. 2025

앞선 이야기


나의 친할머니와 어머니는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어머니와 할머니를 보면 꽤나 두 분의 성격이 비슷했다.


신기하게도 아내는 어머니와 성격, 생각, 마인드, 행동까지 정말 비슷하다. 이건 나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동생, 그리고 어머니의 동생인 이모들 까지 입을 모아


며느리랑 시어머니가 똑같네 똑같아


라며 재밌어할 정도로 비슷하다.

주변 지인들도 보면 장남들은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는 사례가 꽤나 보인다.


어머니와 아내의 공통점이라면 K-장녀이자 맏며느리라는 것.


어머니와 아내는 정말 잘 통한다.

아내는 장인장모님과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는 편인데(혹은 뭘 부탁하거나) 어머니랑은 한 시간이 넘도록 통화를 하곤 한다. 이제는 어머니의 일정이나 외갓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보다 아내가 먼저 알고 있고 나는 아내를 통해 소식을 들을 정도다.


어머니의 며느리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가끔은 내가 엄마 아들인지 아내가 엄마 딸인지 헷갈릴 정도로 동네방네 며느리 자랑을 하고 다닌다.


요즘 세상에 이런 며느리가 어딨어~~


어머니께 아내를 처음 보여드린 날부터 어머니는 아내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셨다.

딱 한번 봤는데 어찌나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니시던지 내가 당황할 정도였다. 어머니가 누군가에 대한 칭찬을 그렇게 많이 하시는 걸 처음 봤다. 처음 본 예비 며느리에 대한 자랑을 어찌나 했는지 이모들은 본인들이 보기 전까지는 인정 못 한다고 했지만 이모들도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좋아했고 지금은 이모들은 나보다 아내를 더 잘 챙겨준다. 


우리 외갓집은 식구들이 꽤나 많은데 외갓집에 가면 식사 준비도 그렇고 설거지도 그렇고 아무도 아내를 시키지 않는다. 아내가 뭐 좀 하려고 해도 하지 말라며 여기 사람 많으니 가서 쉬라고 한다. 


나와 아내가 10살 차이가 나다 보니 곤란한 상황도 있다.

우리 외갓집에는 사촌동생들이 꽤나 많은데 그중 막내 사촌 동생이 아내 보다도 한 살이 많다. 사촌동생들이 오빠 때문에 집안 족보가 다 꼬였다고 난리다. 왜냐하면 많게는 자신 보다 8살 어린 사람에게 (새) 언니 라고 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내는 시댁 혹은 시댁 가족들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아내는 우리 외갓집에 와서 이모들 사이에 앉아서 자신의 하소연도 하고 이모들도 아내의 말을 경청해 준다. 오히려 이모들은 내 험담을 조카며느리에게 할 정도다.(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생일이나 명절이 되면 이모들로부터 선물이 날아온다.


우리 부부는 명절이 되면 정말 바쁘다.

나의 본가, 나의 외갓집, 아내의 본가, 아내의 친가, 아내의 외가를 다 방문한다. 가면 늘 대가족이 있어 시끌벅적하고 아이들도 많아서 분위기가 좋다.


신기하게도 아내의 외갓집도 우리 외갓집과 정말 비슷하다. 

어머니 대에 형제 수, 그리고 남녀 비율과 장모님 대의 형제 수와 남녀 비율이 똑같다. 재밌게도 아내의 사촌 오빠와 내 사촌동생이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세상 정말 좁다...) 아내 보다 6살이 많은 내 사촌동생은 아내를 (새) 언니라고 부르고 나보다 4살 어린 아내의 사촌 오빠에게 형님이라고 부른다. 10살이라는 나이 차이 때문에 서로의 족보가 꼬인 건 확실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결혼을 통해 한 가족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을 때 안 맞아서 만나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경우가 있다. 

나 또한 결혼 전에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했었다. 다행히도 아내는 시댁과 사이가 좋고 아내 또한 시댁을 가는 걸 좋아한다. 게다가 아내 한 사람으로 인해 우리 가족이 더 화목해지기까지 했고 홀로 지내는 어머니는 며느리 덕분에 행복해하신다. 나로서는 그저 흐뭇하고 감사하다.


결혼은 두 사람 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 간의 만남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결혼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나의 가족이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질 수도 있다.


어머니는 늘


요즘 세상에 그런 며느리 없다!!
너는 OO이 만나서 결혼한걸 행복한 줄 알거라!!


전화하면, 만나면 매번 이야기해서 좀 피곤할 지경이다.


어머니의 주입 덕분인지 아는 아내와 다툴 일이 생겨도 혹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늘 가족이 우선이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고 시댁에 잘하는 걸 떠올리며 이런 건 그냥 내가 받아줘야지 하며 넘어가게 되고 더 잘해주고 싶어진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 참 감사할 따름이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연애 조차 하지 않겠다던 처제의 최후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