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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조차 하지 않겠다던 처제의 최후

Ep 06 - 10살 차 이상형과 결혼생활 5년

by 동동몬 Mar 13. 2025

앞선 이야기


아내와 처제는 서로의 연애사를 모두 알고 있다.

또 서로가 연애를 했던 모든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처제는 늘 언니가 만나는 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해 주었다고 한다. 아내는 처제가 진짜 이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하면 헤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처제와 처음 만나는 자리는 치킨집이었고 동네에서 만나는 터라 나도 츄리닝을 입고 갔음에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처제가 나에게 물어본 첫마디는


언니의 어디가 좋아요?
언니를 좋아하다니 이해가 안 되네요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그날의 분위기는 좋았고 처제는 아내에게 좋은 사람인 것 같다며 잘 만나보라고 했다.

10살 차이로 인해 고민이 많던 아내는 그날 이후로 나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프로포즈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긴가민가 했던 아내의 마음에 확신의 불을 지펴주었다. 그리고 장인장모님이 나를 만나기 전 여러 선입견을 가지고 계실 때도 처제는 좋은 사람이라며 일단 만나보라고 장인장모님을 설득했었고, 결혼과정에서 우리 집안 문제로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처제는 나를 좋은 사람이라며 끝까지 지켜주었다.


나와 10살이 넘게 차이 나는 처제는 나의 가장 어린 사촌동생과 동갑이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처제를 어린 동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처제는 나에게 있어 여러모로 참 고마운 사람이다.


그런 처제가 몇 년 동안 연애를 하지 않았다.

한창 연애할 20대였지만 처제는 친구 만나는 게 좋았는지 어땠는지 연애를 하지 않고 있었고 장모님은


나가서 연애라도 좀 해!!


라고 하실 정도였지만 처제는


저는 연애 안 할 거예요~ 엄마, 아빠랑 살 거예요~


그러던 처제가 직장 동료로부터 소개팅 제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처제는 소개팅 후에 별다른 말이 없었고 우리 또한 묻지 않았다. 잘 안 됐거니 싶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소개팅이 있은지 2주 정도가 됐을 무렵 크리스마스이브날, 처가 식구들과 우리 가족은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처제가 이날 약속이 있다며 빠지겠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랑 오마카세를 먹으러 간다고 했다. 가족행사에는 잘 빠지지 않는 처제가 웬일로 약속이 있다니? 꽤나 중요한 약속인가 싶었는데 눈치 빠른 아내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연애하냐?


처제는 아니라고 했다.


이브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당일, 처제를 만났다.

아내는 처제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고 저녁에 아내가


쟤 어제 고백받았데!!


그렇게 처제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언니가 20대 후반에 결혼했으니 한 살 차이 인 처제도 곧 결혼하는 거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그로부터 처제는 1년간 신나는 연애를 했다.

인스타그램에 꽃 선물 받은 사진, 여행 간 사진, 맛있는 음식 사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왔다.

그런 처제를 나는 놀려댔다.


언제는 연애도 안 하고 장인장모님이랑
평생 살 거라더니 요즘 볼 시간도 없구먼?!


연애 1년이 좀 지나고 처제가 어느 날 아내에게


언니, 내 남자친구 한번 만나보지 않을래?


왜??


아니 그냥 1년이나 사귀었고 언니랑 형부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뭐야, 결혼하려고??


응?? 응... 그럴 생각이 좀 있어서


처제는 살짝 당황했다.


결혼 안 한다며?!
할 생각 없다더니?


서로 그런 결혼 이야기를 계속했었어.
그래서 언니랑 형부한테도 보여주고 싶어


아내는 그날 저녁 나에게 이러쿵 저렇쿵 이야기했지만 나는


처제가 좋다는데 한번 만나보고 다시 이야기해요~


아내는 처제를 한참 어린 동생으로 생각하는 듯했다.(겨우 한 살 차이면서?!)

K-장녀의 본색을 드러내며 나한테 뭐가 어쩌고저쩌고 했다. 무슨 걱정이 그리도 많으신지...


어쨌든 처제 커플과 우리 부부는 만나기로 했고 그날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아내는 그날 이후로 처제의 남자친구를 조금씩 가족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훗날 장인장모님도 뵙게 되었고 양가 부모님도 만나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아내도 참석했다.

듣자 하니 처제의 예비 시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들이라고 한다.


아내도 우리 집안 식구들에게 정말 사랑받는데 처제도 좋은 시부모님을 만난 것 같아 기뻤다.


하루는 처제에게 물었다.


어떻게 결혼하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어?
결혼 안 하겠다더니?!


처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 세상에서 아빠 다음으로 다정한 사람이에요


역시 행복한 집안에서 자란 딸들은 아빠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나 보다....


연애도 안 한다는 처제가 곧 결혼한다.

처제가 정말 행복하길 바란다.


처제의 신혼집은 우리 집과 5분 거리, 장인장모님 댁과 5분 거리다.

장인장모님은 출가한 두 딸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이것이 행복한 가정인가 보다.

나도 이런 가정을 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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