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들아 너는 왜 이렇게 아빠를...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

by 동동몬

갑작스레 회사에 해외출장이 잡혔다.

중요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긴급으로 결정이 났고 나는 바로 퇴근하여 집으로 가 집을 쌌다.


이번 출장은 당일, 바로 잡힌 출장이었고 편도 항공편만 구매하여 가기 때문에

일이 다 처리되면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므로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문제는 우리 집의 상황이었다.

1주일이 남았지만 우리 가족을 포함한 처가식구들은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2주간 해외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나는 아직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인 데다 처가식구들 여행까지 겹쳐 길게는 3주간 가족과 못 볼지도 모른다. 물론 내 출장 일정이 일찍 끝나면 2주간 못 본다.


집으로 와 짐을 싸고 여유가 생겨 큰 아이가 있는 유치원에 갔다.

5살 난 아들을 오랫동안 못 볼지도 모르기에 보고 가고 싶었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수업 중인 아이를 유치원 입구에서 잠깐 만났다.

아이는 아빠가 유치원에 오니 너무 반가워했다.


아빠, 유치원에는 처음 와보지?

응, 유치원이 꽤 넓고 좋구나~

그런데 아빠, 왜 유치원에 온 거야?

응, 아빠가 일 때문에 멀리 다녀와야 되는데
아빠가 OO이 여행 가기 전에 못 돌아오면
오랫동안 못 볼지도 몰라서 잠깐 보러 왔어~


아이는 아빠가 멀리 간다는 걸, 또 긴 기간 동안 못 본다는 걸 잘 모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빠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의외의 대답이었다.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다. 응, 그렇구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할 줄 알았던 아이의 입에서 이런 섭섭하다는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이는 갑자기 말을 돌렸다.

주변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아이 수업 시간도 그렇고 나도 떠나야 했기에


아빠 이제 가야 될 것 같아~

아빠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섭섭하다는 말투로 또다시 말했다.

한번 더 놀랐다. 물론 아빠가 와서 좋아서 그런 거라고도 생각했지만 두 번 말한다는 건 정말 진심이다 싶었다. 최근 글자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여기저기 적힌 글자를 보며 이건 어떻게 읽어? 저건 어떻게 읽어? 하며 나에게 쉴 새 없이 물었다.


정말 가야 했다.


교실이 어디야? 아빠가 교실까지 데려다줄게.

여기 안쪽에 있어.


라며 나의 손을 잡고 갔다.

아이의 교실 앞에 가니 동급생 친구들이 모두 바닥에 앉아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한번 더 안아주었다.


아빠 이제 갈게, 교실에 얼른 들어가 봐.

아빠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빠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그러더니 아이는 말없이 교실 문 앞으로 가 드르륵 문을 열어니 쓱 들어갔다.


그 순간은 참 이상했다.

아이가 드르륵 문을 여는 장면도, 교실에 들어가는 장면도 영상으로 기록할 걸 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순간이 나에게 영원히 기억될 하나의 장면이라는 생각에 촬영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시 문이 열리더니 아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고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눈물을 참고 웃으며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순간이 왜 그렇게 뭉클했을까.

유치원을 빠져나가려는데 원장 선생님이 나오시더니


OO이, 안 울던가요?


네, 안 울었어요.


어머, 정말요?

'사실은 제가 울 뻔했어요'라고 할 뻔했다.


집으로 가는 내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 컸구나... 벌써 이렇게 컸구나...'


계속 혼잣말을 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와 둘째가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둘째를 안아주었고 아내는


OO이 안 울던가요?

라고 나에게 묻는데 눈물이 터져버렸다.


OO이가...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 많이 컸어....
아빠가 안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의젓하게 교실에 들어가더니,
다시 나와서 나한테 손을 흔들어줬어...


눈물 많은 아내마저 눈물이 터져 버렸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이가, 겨우 5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유치원에 간 아빠를 반겨주고 아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아빠를 오랫동안 못 볼 수도 있다고 하니 안 갔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하고

나에게 있어선 나의 기억 속에 평생 남을 장면 같았던, 아이가 교실로 들어가는 그 장면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너무 나를 뭉클하게 했다.


이렇게 아이가 커가는구나,

이렇게 아이가 나에게서 독립해가는구나 싶어 섭섭한 마음도 있지만

잘 크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었다.


육아를 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그 어려움 속에 보람을 느낀다.

또 한편으로는 천천히 컸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일까.


아들아, 넌 어떻게 아빠를 이렇게 뭉클하게 하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가 그럴때 마다 너무 귀찮았는데 그런 이유일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