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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Jul 23. 2022

폭식증이 시작되다.

다이어트와 폭식증


다이어트 13년, 인생의 절반을 다이어트 마인드로 살아왔다. 학창 시절 땐 마르지도 그렇다고 크게 평균 체중을 벗어나지도 않은 지극히 정상체중이었다. 다이어트란 나에겐 항상 디폴트 값이었다. 나보다 마른 동생과 TV 속의 날씬한 연예인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항상 비교했었고 나도 마르고 싶은 마음이 막연히 있었다.



'거울 앞에선 여자와 남자의 인식 차이'라는 재미있는 사진이 있다. 여자와 남자가 자신을 바라볼 때 여자는 자기를 뚱뚱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고 남자는 실제의 모습보다 더 멋있게 보이는 경향을 나타낸 그림이다. 과장해서 그렸을 수도 있지만 그림 속 여자 모습은 딱 내 모습이었다. 항상 '나는 살쪘다.'라는 생각했고, 살을 빼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유튜브로 홈트를 하며 항상 '다이어트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학창 시절 땐 다이어트를 계속하긴 했지만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 학생 때는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좋아한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하며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으로 놀러 다니고 외모에 관심이 있는 딱 전형적인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20대가 된 후 나에게 폭식증이 찾아왔다.

 

나의 폭식증의 시작은 인생에 대한 실패감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입시에 실패했다.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유학을 갔는데 좋지 않은 상황으로 그냥 돌아왔다. 결과만 보면 '실패'를 한 것이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친구들은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일을 하기 시작할 때 나는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소속감 없는 상태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꾹꾹 눌러왔던 마음이 음식 앞에서 터지며 폭식을 하기 시작했다. 살아갈 목표가 없는 공허함과 '내 인생은 망했다'라는 생각이 올라오며 집에 혼자 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욱여넣었다. 음식을 먹는 그 순간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 좋았지만 음식을 먹고 난 후에 항상 후회를 했다.



폭식을 하면 할수록 음식에 대한 생각이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음식을 많이 먹었으니 살이 찌는 게 당연했고 항상 다이어트 마인드로 살아오던 내게 살찌는 것은 엄청난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의 사고방식은 '음식 = 살찌는 것'으로 바뀌며 음식 먹는 것이 두려워졌다. 안 그래도 인생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 살까지 찌니 미칠 지경이었고 내 성격에 점점 가시가 돋아났다. 나 자신을 인정하기 싫었고 자기 혐오감까지 느꼈다.



다이어트는 계속되었고 극과 극으로 달렸다. 한 번 폭식을 시작하니 망쳤다는 생각에 마음을 놓아버리며 더 음식을 찾곤 했다. 굶고 폭식하고 굶고 폭식하고, 나의 삶의 밸런스는 망가지고 있었다.





식증은 어딘가의 아픔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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