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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Oct 07. 2023

내 마음에도 뜨는 별

새로운 시작

  코스모스들이 하늘거린다. 떼를 이루고 밭을 이루어 하늘과 마주한다. 가녀린 몸에 바람을 태운다. 여러 가지 색깔이 어울리는데 그중 흰빛의 꽃에게 유난히 마음을 빼앗긴다. 요즘 이상하게 흰 꽃을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주위를 온통 흰 꽃으로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모으는 중이다. 마음하고 정반대인 마당의 꽃을 보면 그대로 좋아하면서도 마음은 딴생각으로 차 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꽃을 보면서  체감한다. 사람에게서 그 말의 의미를 맛보아야 할 터인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현실에 대한 불안에서인지 사람에게서는 다 채워진 안정감에서인지 둘 중의 하나이리라.

 

 여뀌마저 흰 꽃으로 피어 하늘거리는 것을 보며 만족하고 있다. 여뀌는 진분홍만 있는 줄 알았더니 연분홍도 있고, 흰빛도 있다. 메밀 여뀌처럼 둥근 모양도 있다. 여러 가지로 핀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킨다. 언젠가는 진짜로 여뀌만을 키우는 곳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아주버님 내외분이 들어왔다. 미국시민으로 산 세월이 겁나 길다. 아이들 다 자라 시집 장가가서 손녀들 몇 키우기까지 고생을 기쁨으로 사셨다. 형님은 옷 수선 기술을 배워 가계를 꾸리셨고, 아주버님은 택시운전을 하면서. 한국에 와서 한국국적을 다시 받아야 인도 선교사로 나갈 수 있다고. 영국을 거쳐 케냐로, 미국으로 가시더니 이제 해 질 녘이 다 되어 인도로 건너가시려 하고 있다. 다시 물설고 낯선 땅으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도움닫기를 하신다.


  둘째인 우리가 맏이에 대한 약간의 채무 관계 같은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더 큰일을 위하여 부르심을 받았다면 따를 수밖에 없는데. 나는 참 옹졸하여 더 너르게 마음을 쓰지 못하였다. 하늘은 넓은데 굳이 두 주먹을 붙여 보이는 구멍 하늘만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밀려든다. 더 넉넉함으로 사랑으로 살았으면 얼마나 풍성한 삶이었을까.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데 작게 안으로만 여미는 마음이었다. 새가슴으로.


 인도에 선교를 떠나기 위해 들어오신다는 말에 설레었다. 그 나이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구나. 내 마음에도 뭔가가 움직인다. 새로운 시작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을지도 몰라. 누구든, 언제든, 뜻이 있는 곳이 길이 되는 거지.


 형님 내외분이 고향집을 찾았다. 지방에 있는 우리가 가깝고 또 형제로서 마땅히 만나러 가야 하는 것이기에. 김치 서너 가지 준비하고 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식단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니 부담이 없다.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할 것들과 십여 년의 나이 차이가 나지만 입맛이 비슷할 것이라 짐작하고 준비했다.

  

 어디에 살건 이제 떠날 일만 남았다고. 다시금 선교지에 갈 수 있음에 설레고 감사하다고. 새로운 시작은 설레 임과 두려움이 맞물리지만 조금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마음이 삶을 이끈다. 인생의 마지막을 용기를 내어 도전장을 내미는 분들을 보니 내 속에도 뭔가 꿈틀댄다. 꿈은 전염성이 강하다.

 

 은퇴하여 인생의 황혼을 어떻게 아름답게 보낼 것인가에 집중하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밥 두어 끼니 맛있게 대접하며 나도 새로운 용기를 얻는다. 정신의 버팀목처럼 받쳐지는 느낌이다. 보내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코스모스 축제에 들러 마음에 꽃물을 들이고 집으로 향한다. 내 마음에도 새로운 별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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