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의 업무 범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작년 9월 비주얼에 입사하여서는 줄곧 서비스기획자로서 스프린트 일정에 맞추어 개선안 방향 및 의견 조율, 기획안 설계에 집중하여 일을 해왔습니다. 창업을 통해 PM업무를 시작한 저로서는 서비스기획자로 일을 하며 기획안을 작성하는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개발과 데이터 구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죠.
이러던 중 최근 업무권한을 넓히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프로덕트 오너인데...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기에,,, 뭔가 PO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끄럽고 그렇네요...ㅠㅠ) 사실 6개월 간 업무를 진행하며 amondz의 업무 체계 및 방향성을 파악했기에 최근에는 제품의 우선순위를 분석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생겨나던 찰나, 제안해주신 업무는 꼭 해보고 싶은 영역이었죠. 그래서 저는 4월부로 백로그와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역할을 맡아, 제품의 개선 방향에 대해 고민하던 부분들을 공유하려 합니다.
당장 무엇이 필요한가?
백로그 즉 업무의 우선순위를 조율하기에 앞서, 기존 방식에 대한 진단과 어떠한 방향성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1~2주간 열렬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현재까지 생각해낸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순위 설정과 공유
사용자/부서별로 중요시하는 문제는 각자 다릅니다. 그렇기에 종합적 판단에 기반한 우선순위 설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또한 팀은 공감하지 못하는 의견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순위의 분석기준과 도출 배경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유문의 형식이 필요했습니다.
개선안의 방향 설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합니다. 문제를 겪은 당사자는 당장의 해결을 위한 방향에 치중되기 쉽습니다. 때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기능의 개발이 아니라, 외부 솔루션 혹은 수작업을 통한 방법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교적 장기간의 시간을 들여 개선안을 구축하는게 효과적인 순간도 있죠.
-그렇기에 우선 순위 설정과 함께,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방향 설정을 도울 수 있는 생각의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스콥
기존에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염두하여 스콥이 대형화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둘러싼 환경은 항상 변합니다. 모든 프로젝트가 대형 스콥으로 진행되는 것은 오히려 사용자/시장의 변화에 서비스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그렇기에 현재 정의 가능한 문제를 기준으로 해결안을 구축.
-검증, 개선이 순환되는 점진적인 고도화 프로세스가 필요했습니다.
우선순위가 높은 개선이슈는 무엇인가?
누구나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하지만 서비스 관점에서는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와 조금은 여유가 있는 문제가 나뉘어질 수도 있습니다. 혹은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기에 천천히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렇다면 이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실제로 제품의 우선순위를 분석하는 방법론은 다양하고, 저마다 효과와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방법론을 그대로 적용하여 팀의 프로세스를 무리하게 변경하기 보다는, 공통적으로 중요시되는 요소를 종합한 우선순위 설정 방식을 적용 후 비주얼의 문화에 맞춰 점차 고도화하는 방법을 택하였습니다.
우선적으로 제가 도입한 우선순위 설정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핵심적인 사용자 스토리와의 연관성 서비스는 사용자의 만족을 위해 존재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렇기에 해당 문제가 서비스의 사용자 스토리와 어느정도로 밀접한가? 에 대한 질문은 해당 문제의 시급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ex)커머스는 홈 > 상품리스트 > 상품상세 > 후기 > 좋아요/장바구니 > 결제하기 > 주문정보/후기/CS 를 중요 스토리로 볼 수 있습니다.
2.기본 요소 충족도(리스크)
커머스에서 결제가 되지 않거나, 상품과 상세페이지가 보이지 않는 문제 등은 굉장히 치명적입니다. 그렇기에 해당 기능이 사용자에게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을 갖추었냐는 질문은, 서비스의 기본 가치를 훼손시키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커머스의 핵심은 구매. 결제가 안되면 커머스가 아니다.
3.이상적 방향 충족도(서비스 정체성)
서비스마다 고유의 방향성이 있습니다. 개인화에 집중한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개인화 추천에 투자해야 합니다. 반면 사용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일반적인 개인화 기능만 구축하여도 괜찮습니다. 이렇듯 해당 기능이 서비스의 뱡향성에 비추어, 어느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느냐는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ex)amondz를 기준으로 하면, 주얼리에 특화된 카테고리/필터 기능의 구현이 이에 해당합니다.
4.대체안의 효과/한계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안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는 필터 기능이 없다면, 테마별로 소개하는 콘텐츠가 이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당장 내부적인 개인화 솔루션이 없더라도, 브레이즈/앰플리튜드 등을 통해 특정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유사한 상품을 푸쉬할 수도 있죠.
그렇기에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기능) 이외의 대체안의 효과와 한계를 정리하여, 개선 규모를 작게 만들거나 일정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5.해당 서비스/기능의 정착률
어떠한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유저가 지극히 적다면, 해당 문제는 기능을 개선하기 보다는 대체안을 통해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진입 단계의 서비스라면 고유의 서비스 경험을 주는 기능들을 적당히 구현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사용자를 이탈시키는 위험한 문제들을 먼저 해결할 수 있죠.
6.임팩트와 스콥
위의 관점들을 종합하여 해당 개선안이 사용자에게 주는 임팩트와 이에 소요되는 리소스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스콥에 비행 임팩트가 큰 효율적인 개선안'과 '스콥은 크지만, 장기적인 방향성에 중요한 개선안' 등 다양한 범주로 백로그가 정리됩니다.
저는 위의 요소들을 종합 및 다양한 팀원들의 의견, 비즈니스 이슈 등을 종합하여 제품의 우선순위를 정의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아직 한참 불완전하지만 점진적으로 체계화하여 비주얼만의 백로그 체계를 만드려 합니다 :)
어떻게 팀원들에게 공유할 것인가?
아무리 합리적인 분석이라고 하여도 팀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다면, 협업을 할 수 없습니다. 공감하지 못하는 팀원들은 해당 작업에 열정을 가질만한 동기를 잃게 됩니다. 물론 연봉 등의 부가적인 동기부여가 있을 수 있으나, 의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과 더 좋은 제품을 위한 열정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면, 팀원들의 피드백/논의를 통한 더 나은 해결안의 가능성이 사라집니다.
아마존의 의사 전달 방법인 6pager은 굉장히 유명합니다. 특정 주제를 배경과 해결, 기대효과, 한계 등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모든 구성원이 쉽게 정보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저는 평소에도 글을 써서 생각을 정리하기에 우선순위에 대한 배경을 표현하는 문단을 킥오프 미팅에서 소개하는 방법으로 6pager의 방향성을 차용하였습니다.
제가 실제로 적용한 문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거진은 브랜드/경험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도구이다. Maga/CC 등 팀 리소스의 조화로 하나의 콘텐츠가 완성되며, 사용자들은 브랜드 스토리를 경험한다. 재구매 주기가 긴 주얼리의 특성 상, 평소에도 구경할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사용자 관점의 중요도)
현재 매거진웹은 별도로 분리되어 있으며, 썸네일 해상도 저하 등의 콘텐츠를 향유하는데 필요한 기본 환경이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기본 요소 충족도)
하지만 현재는 amondz App/Web의 위젯을 통해 매거진 콘텐츠를 제공하여, App 중심의 amondz에서는 비교적 효과적으로 매거진이 노출되고 있다. 다만 콘텐츠가 많아지면 아카이빙을 위해 매거진웹의 사용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대체안의 효과/한계)
또한 장기적으로는 amondz 플랫폼과의 분리로 인한 접근성의 한계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amondz App/Web에 접속한 사용자가 매거진 등 다양한 콘텐츠 경험으로 연결되는 서비스 구조가 필요하다.(이상적 방향 대비 달성률)
그러므로 단기적으로는 외부 솔루션을 통해 매거진웹 UX를 기본적인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장기적으로는 amondz App/Web과 일체화 및 여러 콘텐츠와 조화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을 검토한다.(장단기 로드맵)"
결과를 어떻게 검증하고, 개선할 것인가?
문제는 한 번의 개선으로 완벽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점차 개선되어질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행한 개선안 이후의 단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요?
린 스타트업은 '만들기-측정-학습'의 순환을 말합니다. 이는 그로스 방법론에서 말하는 '문제-가설-검증-학습'의 반복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해당 개선안의 개선목표와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가설, 이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 성공과 실패의 기준점을 사려깊게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있어야만 팀은 지난 개선안을 기반으로 학습하고, 다음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주니어이기에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설계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보다 완벽한 가설을 세우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험/검증/학습 모델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부터 프로젝트에 적용하며, 프로덕트를 점진적으로 개선함과 동시에, 실험 설계 프로세스 자체도 고도화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결국 점차 나아지는 것이 측정과 학습, 개선의 목표이기 때문이죠. 제가 진행한 방법은 현재 진행되는 메인 스쿼드를 마치고, 회고하는 과정에서 이야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마무리, 프로덕트의 방향을 설정하고 스쿼드를 이끌며 느끼는 것들
몇주 되지 않았지만 PO로서 CEO님, 많은 구성원 분들과 제품의 방향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설득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단순하게도 보였던(?) 백로그의 정리가, 서비스의 우선순위를 결정짓는 무거움으로 다가올 때도 많습니다. 또한 기획안보다 방향성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문장에 가까운 산출물을 낼 때는, 저의 변화한 역할에 대해 팀원들이 잘 받아들일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혼자 결정하는 것도 아니며, 많은 기술자들과 협력자들의 의견을 조율하여 길을 열어가는 역할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곤 합니다. 팀의 방향을 이야기할 수 있기에, 한 명 한명의 구성원들과 새로운 체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깨닫기도 하죠.
비주얼은 이제 막 시리즈A를 넘어 시리즈B, 시리즈C를 바라보는 회사입니다. 이제까지는 주얼리 커머스의 시장성이라는 마켓핏을 증명하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주얼리를 사랑하는 고객과의 핏을 공고히 다져야 할 시기이죠. 그렇기에 제품팀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질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주얼리 러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amondz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나중에 돌아보아서 팀원들과 자랑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함을 많이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