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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Dec 18. 2023

순다르 피차이에게도 '코드 레드'가 필요한 시점


지난 한 주 테크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나 구글의 '제미나이'와 관련된 내용들이었습니다.


제미나이는 출시 직후 OpenAI를 뛰어넘었다는 찬사와 함께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이러한 평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인풋에도 완벽하게 상호작용 하던 멀티 모달 데모 영상은 단순한 편집이 아닌 조작에 가까운 제작 과정이 밝혀지면서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았고, GPT-4를 뛰어넘었다고 자랑했던 성능 지표 역시 그리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GPT-4가 올해 4월에 발표된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미나이가 출시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GPT-4 모델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한 것만으로 제미나이의 기록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구글의 이런 모습 어딘가 낯설지가 않은데요. ChatGPT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올해 초, '코드 레드'까지 발동하며 부랴부랴 만들었던 바드가 시연 과정에서 엉뚱한 대답들을 내놓으며 망신을 당했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실시간으로 욕을 먹었다면, 지금은 시간차를 두고 먹었다는 것 정도일 것 같은데요.


여기서 드는 의문은 명실상부 글로벌 최고의 테크 기업이 한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이러한 초보적인 실수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것입니다. 많은 언론에서는 조급함이 부른 무리수라고 표현을 하고 있지만, 구글 정도의 기업이 단순히 조급함만으로 이러한 결정을 한다는 것에는 다소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은 여전히 가장 화두에 있는 키워드이고, 이미 한 번의 아픈 과거를 경험한 구글이기에 발표에 더욱 신중을 기했을 것이란 사실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의 경영 방식과 리더십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 피차이는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기보단 부서별 적임자를 선정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스타일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더 나아가 내부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중요한 사업에 대해 결정을 미루거나 CEO로서 결단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기업이 안정적인 상태일 때는 이러한 스타일이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겠으나, 지금과 같이 강한 챌린지를 받는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의 경우, 사전에 강도 높은 검토가 이루어졌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임을 감안하면, 피차이가 해당 사안에 대해 직접 세심하게 살피지 않고 내부 직원들의 의견에만 의존한 결과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비록 그가 지금까지 구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곤 하나, OpenAI의 샘 올트먼과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그러했듯 그의 자리가 반드시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만은 없는데요. 지금은 구글뿐만 아니라 순다르 피차이 본인에게도 '코드 레드'가 발동되어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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