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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Feb 19. 2024

청바지인 줄 알았는데, 곡괭이였네

골드러시에는 금을 캐지말고 청바지를 팔아라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금이 아무리 많더라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였기에 모두가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이 중에서 큰돈을 번 사람은 광부가 아닌 '리바이 형제'였습니다. 


캘리포니아 골드러시를 전하는 신문 (출처 : 위키백과)


금광을 찾았던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렵고, 금광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도 모른 채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이 때문에 옷이나 장비 등을 준비할 여력도 없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가 지금처럼 번화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의 숙소도 변변치 않아 노숙을 하거나 텐트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대인 출신 사업가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금광 주변에서 직물과 텐트를 팔기 시작하여 돈을 벌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작업복 개념으로 청바지를 개발해 팔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큰돈을 벌어들였습니다. 금을 캐는 작업은 험하기 때문에 광부들은 잘 찢어지지 않는 바지가 필요했고, 리바이가 개발한 청바지는 그에 제격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리바이스'라는 청바지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AI 골드러시에 리바이스로 불리는 엔비디아 (출처 : KBS 뉴스)


이 사례는 비즈니스계의 격언처럼 내려져 오고 있는데요.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AI 골드러시에서 많은 이들이 엔비디아를 골드러시의 리바이스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때, 그들에게 AI 학습에 특화된 GPU를 판매하며, AI 전쟁에서 누가 승리하던 돈을 버는 기업은 결국 엔비디아가 되는 흐름이 되고 있는 것이죠. 


이쯤 되면 새로운 비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금을 채굴하는 과정을 잘 생각해 보면, 청바지는 필수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곡괭이가 필수재에 가깝습니다. 청바지 없이도 금을 캘 수는 있지만, 곡괭이 없이는 금 채굴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날의 AI반도체는 청바지가 아닌 곡괭이에 비유해야 할 만큼 AI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필수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AI반도체는 청바지보다 곡괭이에 비유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만약 골드러시 시대에 곡괭이가보다 채굴 효율이 훨씬 좋은 혁신적인 도구가 나왔다면, 리바이스보다 그 혁신적인 도구를 제작한 기업이 격언에 등장했을 거라 예상해 보며, 오늘날 엔비디아는 리바이스가 아니라 혁신적인 도구를 제작한 기업에 비유됐을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DALL-E3 생성


현재 상황을 대입해 본다면, 엔비디아의 AI반도체는 단순한 곡괭이를 넘어 초강력 전동드릴쯤으로 평가될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에서 판매하는 전동드릴(AI반도체)은 가격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채굴 효율이 워낙 좋기 때문에 이를 구매하기 위해 모두들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금을 많이 채굴하기 위해서는 청바지보다 곡괭이의 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너도나도 더 나은 곡괭이를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OpenAI의 샘 알트만은 무려 7조 달러의 펀딩을 통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을 재편하겠다고 선언했고,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역시 AI반도체에 133조 원을 베팅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결국 가격은 내려오게 되어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2024 세계정부정상회의(2024 World Government Summit)의 연사로 출연하여 "반도체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은 AI 개발을 위한 컴퓨터 구매 필요성을 줄일 것이다. 그 결과 AI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자신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실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이에 따라 미래에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도 AI 개발 참여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그 시기가 지금 당장 오는 것은 아니며, 현시점에서 고가의 AI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형 기업들에게 AI 서비스 개발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인데요. 실제로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AI 개발에 직접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있는 빅테크 기업들 위주로 큰 성장을 이루었고, 일반 기업들과의 격차가 현저히 벌어져 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타개하기 위해 일반 기업들보다 먼저 금(AI)을 채굴하고 있는 Meta와 같은 곳들은 자신들이 캔 금을, 금 세공은 할 줄 알지만 금을 캘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들에게 무료(오픈소스)로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이는 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과 건강한 경쟁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사실, 현시점에서 금을 나누어 주어야 할 사람은 Meta가 아닌 OpenAI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OpenAI의 생각은 다릅니다. OpenAI는 누구보다 빠르게 모든 금을 채굴하고, 직접 세공까지 진행한 다음에 이를 세공 업자뿐만 아니라 모든 일반인들까지 나눠가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만드는 것이 청바지가 아니라 금을 채굴하기 위한 필수재인 곡괭이였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채굴된 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각 기업의 이념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 경제 체제 안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돈에 의해서 역사가 바뀌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서 기록되기 마련이며, 과연 미래의 역사책에 현재의 AI 골드러시가 어떻게 묘사가 되어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위 글은 'Tech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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