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이커머스에서 가장 뜨거운 서비스를 꼽자면 단연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일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서비스를 활용해 보지 않았던 분들도 오가다가 한 번쯤은 이들의 소식을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체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두 서비스는 한국 이커머스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검색량이 폭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앱 역시 두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두 서비스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알리는 중국 최대의 온라인 소매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 온라인 쇼핑 플랫폼입니다. 2010년에 설립된 이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제공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전자제품, 패션, 홈&가든 용품 등 다양한 범위의 제품을 취급하며, 중국의 제조업체들과 직접 거래함으로써 낮은 가격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테무는 2022년에 미국 시장에 론칭한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중국의 대형 테크 기업인 PDD홀딩스(핀둬둬의 모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테무는 알리 익스프레스와 유사하게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플랫폼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사용자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하면서도, 탁월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제품을 선별하여 판매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짧게 설명했던 것처럼, 두 기업 모두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특히, 생활용품같이 애초에 저렴한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는 제품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가격에 접근하기 어려운 브랜드 제품이나 전자기기, 특이한 아이템까지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금액대로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옵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소비자의 심리상 적당히 저렴하면 제품을 질을 의심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크게 저렴하면, "이 정도로 저렴한데, 질이 좀 안 좋으면 어때?" 하는 생각으로 관점이 전환되어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이점을 살려 전 세계의 다양한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저렴한 가격 외에도 두 서비스 모두 한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알리는 2022년, 국내에 고객센터와 반품 센터를 오픈했고 올해는 '한국 현지화 원년'이라고 선포하며 국내에 자체 물류센터까지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재편하는 모습을 지켜보아 왔습니다. 약 10년 간 이어진 적자 속에서도 꾸준한 투자로 국내 최고의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는 로켓배송이라는 배송의 혁신을 만들어 냈습니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과 반품 패러다임 변혁이 더해지며 결국 국내 시장을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알리와 테무 역시 모기업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 쿠팡의 성공 요인을 그대로 실현하려는 모습인데요. 쿠팡이 배송 -> 반품 -> 가격 순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알리와 테무는 시장의 주목을 빠르게 받기 위해 순서만 가격 -> 반품 -> 배송으로 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초저가 전략이 늘 그렇듯 품질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알리와 테무 이용자 사이에서는 "애초에 진품이길 바라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인데요. 이 두 서비스를 즐겨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반품 절차가 굉장히 간단하기 때문에 상품을 구매한 뒤, 만약 가품이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 바로 반품을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지만,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고가의 제품 판매량이 자연스럽게 줄어 장기적인 성장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초저가 제품의 판매와 손쉬운 반품 정책은 여러 환경적 문제를 초래할 위험이 있습니다. 품질 저하를 통한 저가 유지 정책은 제품의 교체 주기를 단축시키며, 이는 지구 자원의 고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손쉬운 반품 정책 역시 제품을 폐기하거나 재포장하는 과정에서 폐기물의 양을 증가시키며, 전 세계로의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환경에 추가적인 부담을 줍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현대의 문화와 정책 방향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점점 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분명 여러 논란이 있지만, 초저가 전략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많은 이목을 끌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만큼 이목을 끌기 쉬운 전략은 없기 때문인데요. 이들이 장기적으로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우선, 시장 진입 초반에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 덕분에 호기심을 가지며 제품을 구매해 볼 수 있지만, 품질에 대한 실망이 누적될 경우 장기적인 고객 충성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제품군이 다양하다곤 하지만, 신선식품을 비롯해 식자재들은 외국기업이라는 특성상 제한이 있기 때문에 통합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쿠팡이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매출 성장에 큰 역할을 했던 것을 기억해 보면, 이러한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처럼 가격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데요. 만약 지금보다 가격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약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쿠팡, 네이버와 같은 수준의 배송 속도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에 준하는 물류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인데,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금액과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두 서비스는 가격 경쟁력이란 뾰족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분명한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두 서비스 모두 이러한 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는 점입니다. 과연 독특한 이커머스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성공 방정식이 통할지 지켜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