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가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배달 무료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러 집을 묶어 배달하는 '묶음 배달'에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주문 횟수 / 주문 금액 / 배달 거리에 제한이 없고 할인 쿠폰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꽤 큰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쿠팡이츠의 발표에 대해 환영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장기적으로는 배달비를 가게에 부담하게 함으로써 배달 물가 상승을 초래하거나 와우멤버십의 가격을 인상하여 결국은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대중의 시선은 쿠팡이츠로 많이 쏠린 상황입니다. 특히, 최소 주문에 근접하게 주문을 하더라도 무료배달이기 때문에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좋은 평가가 많은데요. 이미 시장 점유율 2위인 요기요와의 그 격차가 이미 많이 줄어든 상태에서, 요기요의 특별한 대응 전략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두 서비스 간의 순위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입니다.
이러한 쿠팡이츠의 전략적 움직임에 배민과 요기요는 또다시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과거 쿠팡이츠가 '한집배달'의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배민에서 '배민 1' 서비스를 내놓은 것처럼 경쟁을 위해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채택하거나 새로운 프로모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인데요. 배민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시장 동향을 좌우하는 주도권은 계속해서 쿠팡이츠가 쥐고 있는 모양새이며, 이는 쿠팡이 이커머스를 장악하던 패턴과 유사한 면모로 배민 역시 방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물론 배민이나 요기요는 쿠팡이츠의 광역도발에 응답할 수 있는 자본력과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두잇'과 같은 스타트업이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먼저, 두잇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자면, 두잇은 '평생 배달비 없는 배달앱'이라는 슬로건 아래 2022년에 등장한 스타트업입니다. 이들은 '팀 배달 시스템'과 '전담 라이더 시스템'을 도입하여 일종의 배달 공동구매를 진행하는데요. 이를 통해 전반적인 배달 코스트를 줄이고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최초에는 서울 관악구에 한정된 서비스로 시작하여 그 가능성을 확인했고, 배달비 난제를 해결했다는 평과 함께 점차 지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관악구에 거주했기 때문에 해당 앱을 많이 활용해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두잇의 무료 배달 전략, 왠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맞습니다. 배민의 '알뜰배달', 쿠팡이츠의 '세이브배달'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그러나 알아두어야 할 점은 두잇이 이 '묶음 배달' 모델의 원조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두잇은 배민과 쿠팡이츠보다 1년 앞서 이 방식을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특히, 그전까지는 암암리에 이루어지던 묶음 배달 방식을 양지로 꺼내 올리고 이를 체계화하여, 배달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데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두잇은 '묶음 배달과 배달비 무료'라는 특화된 무기를 기반으로 거대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배민과 쿠팡이츠가 비슷한 형태의 전략을 꺼내 들더니, 이제는 배달비 무료 정책까지 시작하면서 두잇의 무기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질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우려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묶음 배달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히 동반되어야 하는데요. 배달의 수요가 충분히 많아야 빠르게 효율적인 배달 경로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잇도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한 번에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하기보다는, 배달의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확장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전국적인 배달 인프라를 갖춘 쿠팡이츠가 묶음 배달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두잇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두잇이 쿠팡이츠보다 유리한 점이라고 하면, 별도의 멤버십 없이도 무료로 묶음 배달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쿠팡와우 멤버십 회원 수가 이미 1,400만 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이 점이 두잇의 경쟁력을 얼마나 강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두잇이 가장 먼저 묶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최적화된 배달 시스템을 개발해 왔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두잇에 비해 압도적으로 쿠팡이츠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통해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로 인해 상쇄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사실 쿠팡이츠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을 뿐, 배민이나 요기요에서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었던 전략이었고, 두잇에게는 언젠가는 당면했어야 할 시련이기도 합니다. 두잇에게는 지금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인데요. 이처럼 두잇에게는 악재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두잇에게 기대하는 이유는 이들이 등장한 배경과 그동안의 성과 때문입니다. 이들이 배달 산업에 들어선 시점은 경쟁이 활발하던 초기 시점이 아니라 이미 서열 정리가 완료된 시점이었습니다.
배민을 필두로 요기요와 쿠팡이츠가 고정적인 수요층을 단단하게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균열을 내기란 쉽지 않아 보였고, 이 때문에 두잇의 시작을 지켜본 대부분은 이들의 실험이 성공하지 못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두잇은 고객 중심의 가치를 앞세워 서비스를 제공해 나갔고, 리텐션 / 자연 유입 비율 / 수익성 검증 등의 지표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입증해 냈습니다. 즉,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익숙하다는 뜻입니다.
특히, 배달앱이 생긴 뒤로 '배달비'라는 개념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이후, 많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이는 두잇이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의미하며, 이 지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여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다면, 두잇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쿠팡이츠 배달비 무제한 무료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벌어질 일들에 대한 전망과 두잇의 이야기를 담아 보았는데요. 앞으로 더 치열해질 배달앱 경쟁에서 두잇의 생존 전략이 빛을 발휘하여 건강한 경쟁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