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쿠팡와우 멤버십 구독료가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인상률로 따지면 약 72%나 증가한 셈인데요. 보통 이정도로 인상되면 이탈률이 제법 높을만도 한데, 이탈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회원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지금은 1,400만 명이 구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이유가 숨어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소비자들이 구독료로 낸 4,990원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받고 있다고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배송비=2500원'이라는 개념이 모두에게 인식되어 있습니다. 즉, 월 4,990원의 멤버십을 구독하고 한 달 동안 두번의 무료배송 혜택만 받더라도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소비자는 한 달에 최소 두 번 이상 구매를 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판단을 하기 마련입니다.
쿠팡 혜택만으로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고 느껴지는데, 쿠팡은 여기에 더해 '쿠팡플레이'라는 OTT까지 무료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OTT에 관심이 없던 고객들도 무료로 제공한다니 괜히 뭐 볼만한 게 있나 한 번쯤 들어가 보게 됩니다. 그런데 웬걸,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볼만한 콘텐츠가 꽤 있고, 심지어 다른 OTT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포츠 중계까지 제공한다고 합니다. 특히 다른 OTT의 구독료가 쿠팡와우 멤버십 구독료보다 비싸다는 것을 확인하고나니 더 많은 이득을 본 기분이 듭니다. 점점 멤버십 구독하길 잘했다는 확신이 듭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쿠팡이츠에서는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 혜택까지 제공한다고 합니다. 비록 '묶음 배달'에 한정된 서비스라고는 하지만, 이 또한 공짜로 받는 혜택이라고 생각하니 되려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더더욱 멤버십을 해지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쿠며들고 있습니다. ('쿠며든다'란, 쿠팡에 스며든다는 의미로 제가 만든 합성어입니다.)
여기서 잠시 계산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제가 서두에 멤버십 회원이 1,400만 명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월 구독료만으로 쿠팡은 약 700억 원, 연간으로는 약 8,383억 원의 수익을 올립니다. 만약 여기서 구독료가 6,990원으로 인상된다면, 연간 수익은 1조 1,743억 원으로 늘어납니다. 최근 백화점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더현대 서울이 지난해 1조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 꽤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쿠팡의 목표는 멤버십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닐겁니다. 오히려 저렴한 구독료로 더욱 다양한 곳에 혜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쿠팡의 생태계 안에 가두는 전략을 펼칠 것입니다. "쿠팡와우 멤버십을 이런데서도 쓸 수 있네?"싶은 곳이 많아질 수록 고객의 감동 포인트는 증가할 것이고, 지금과 같이 멤버십 구독료 대비 2~5배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금액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쿠팡와우 멤버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쿠팡공화국을 통해 더욱 많은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입니다. 마치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카카오 공화국을 만들었던 것처럼요.
물론, 쿠팡에게 위험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카카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시장과 소비자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는 문어발식 확장은 대중들의 반(反)감정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멤버십의 영향력이 점점 거대해 질수록 공정거래 및 독점에 대한 규제 기관의 감시가 엄격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쿠팡이 OTT와 배달 서비스를 중점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어 큰 문제는 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어떤 분야로 확장하느냐에 따라 계속해서 순풍이 불수도, 갑작스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쿠팡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다양한 혜택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이용이 우리의 선택과 독립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쿠팡과 같은 대형 플랫폼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건강한 소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편리함과 혜택만 쫓다보면 어느새 공정한 경쟁이 무너지고, 장기적으로는 다양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