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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Mar 25. 2024

애플, 이번 위기는 정말 심상치 않다?

흔들리는 애플 왕국


지난 몇 년간 애플은 견고한 왕국을 구축했고, 이 왕국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주변에서 꾸준히 위기설을 제기했지만, 애플은 이를 비웃듯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이러한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2022년에는 미국 나스닥 최초로 시가 총액 3조 달러를 달성하는 대업을 달성하는 등 그 기세가 멈출 줄 몰랐습니다. 


2024년에 들어서도 역시나 위기설은 제기되었는데요.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외부의 강력한 견제는 애플의 폐부를 찌르고 있으며, 그에 대응하는 애플의 전략은 예전만큼 효과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애플이 최근 직면하고 있는 위기가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AI와 애플 생태계


애플이 생성형 AI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2023년, 생성형 AI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모든 기업이 생성형 AI 퍼스트를 외치며 경쟁에 참전할 때, 애플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여전히 "애플이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구나"라는 기대를 가졌는데요. 2024년이 되면서 애플은 AI 올인 전략을 선언했고, 이는 생성형 AI에 대한 애플의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는 인정하는 셈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애플에 기대를 해볼 수 있는 것은 애플이 후발 주자의 위치에서 혁신을 이끄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인데요. 애플에서 출시한 아이폰, 애플워치, 에어팟 등은 각 분야에서 최초의 제품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면서 시장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체 개발한 운영 체제와 하드웨어,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통합을 통해 '애플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최근 AI 분야에서 보여준 결정들은 애플이 그동안 보여준 후발주자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전통적인 '닫힌 생태계' 전략에서 벗어나 아이폰에 구글의 '제미나이'를 탑재하고, 중국 시장에서는 바이두의 '어니봇'을 탑재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인데요. 이러한 결정들은 그동안 애플이 보여준 후발주자 전략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며, 일견 다급하게 쫓기는 듯한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물론, 미중 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외국 기술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여줌에 따라 어니봇을 탑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애플 생태계에 대해서 언제나 타협이 없었던 과거 모습과 비교했을 때, 이번 선택은 '궁여지책'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사면초가


미중 갈등으로 인해 애플의 최대 수입원 중 하나인 중국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팎으로 거센 외풍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EU에서는 디지털 시장법이 발표되면서 사용자들은 사이드 로딩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처음으로 앱 스토어 외부에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사용자는 대체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고 새로운 기본 웹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조치는 애플의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애플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장려하는 전략의 큰 변화를 암시합니다. 


또한 자국 내에서도 반독점 소송을 당했는데요. 이번 소송에는 애플의 앱 스토어 정책, 타사 스마트 워치와의 연결성 제한, 탭투페이(Tap to pay) 기능 접근 차단, 메시지 색상 구분 등 그동안 애플의 생태계 안에 가두는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접근 방식 전반에 걸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 역시 애플의 운영 방식에 광범위한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중요한 소송입니다.  


이밖에도 애플워치의 혈액 산소 체크 기능의 특허 침해 소송 등 크고 작은 제재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과거에도 애플에 대한 견제들은 꾸준히 있었지만, 이번처럼 다양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그것도 대규모로 진행된 적은 전례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이번 사태는 글로벌적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애플의 대응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동력 상실


이처럼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사실은 이를 구원해 줄 지원군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공간 컴퓨팅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포부와 함께 내놓은 비전프로는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불편한 착용감과 함께 애플 특유의 심플한 디자인 및 사용자 경험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진입장벽으로 인해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10년 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던 애플카를 포기한다는 소식은 미래의 주요 수익원에 대한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애플이 전례 없는 절대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


애플은 과거에도 다양한 도전과 위기를 마주했었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 보입니다. 과거에는 기존 제품군의 성공과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지만, 지금은 그 두 가지 무기가 모두 제한된 상황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AI 시장 변화에 대한 늦은 대응, 글로벌 시장에서의 법적 제재 그리고 신제품 개발의 난관 등 동시다발적으로 닥친 도전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요. 최근 애플이 취한 결정들이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러한 선택들은 애플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트렌드를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내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닫힌 생태계에서 벗어나 개방적인 태도로 시대의 흐름을 대응하는 것은 애플에게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애플이 제가 앞서 '궁여지책'이라고 평가했던 결정들을 기반으로 회복하여, 결정들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로 전환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겠습니다. 



*위 글은 'Tech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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