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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Mar 21. 2024

순다르 피차이 vs 팀 쿡, 누가 먼저 잘릴까?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리더십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고전 '손자병법'에 나오는 세 가지 장수 유형인데요. 각각의 유형에 대해 짧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장 - 지혜와 전략을 중시하여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

덕장 - 인성과 도덕성을 기반으로 군사들과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힘을 결집시키는 스타일

용장 -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전투에서 선봉에 서며 군사를 리드하는 스타일


세 가지 유형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유형의 리더가 가장 좋은가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리더가 맞이한 시대적 배경과 당대 경쟁자들과의 상성 등을 고려했을 때 조금 더 유리한 유형의 스타일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지장 "사티아 나델라 of Microsoft"


오늘날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 중심의 시대적 상황에서는 '지장'의 유형을 가진 지도자들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암흑기에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 CEO는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그리고 뛰어난 안목을 통해 지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많은 이들이 샘 알트만에 주목하고 있지만, 2019년 OpenAI의 잠재력을 일찍이 파악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파트너십 구축을 시장을 선도한 것은 나델라의 역할이 컸습니다. 


또한, 지난해 말 샘 알트만이 OpenAI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을 때, MS가 그를 영입하려 한 결정은 비록 성사되지 않았지만, 전략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수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사티아 나델라의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MS가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오르는 데 큰 공을 세웠고, CNN 비즈니스에서는 사티아 나델라에 대해 "그가 ChatGPT를 개발한 OpenAI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인공지능 산업 발전을 선도했다"는 평가와 함께 '2023년 올해의 CEO'로 선정하면서 그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티아 나델라가 지장의 면모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는 이들이 있는데요. 바로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와 애플의 CEO 팀 쿡입니다. 


덕장 "순다르 피차이 of Google"


순다르 피차이는 협력과 조화를 중요시하는 덕장 스타일의 리더로, 그의 경영 방식은 팀워크와 협업에 중점을 둡니다. 특히 부드러운 성격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호감을 얻고 있으며, 이러한 리더십은 구글이 더욱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가 착하긴 하지만,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그의 접근 방식이 종종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최근 생성형 AI 경쟁에서도 그는 전면에 나서서 리드를 하거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내 세기우기보다는 돌진하는 경쟁사를 보며 허둥지둥하다가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용장 "팀 쿡 of Apple"


팀 쿡은 세 가지 유형 중 용장 스타일의 리더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전임 CEO인 스티브 잡스보다는 덜하다고는 하지만, 역시 매우 독단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해서, 오전 3시 45분에 일어나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 시차도 생각 안 하고 전화를 걸어 업무 지시를 한다던지, 일요일 저녁에 스태프들에게 전화해 다음 주에 할 일을 생각하게 하는 등 스스로 일벌레 수준으로 일하며 직원들을 이끄는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팀 쿡 역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많은 성과를 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100개에 이르던 부품공급회사를 20여 개로 줄이고, 재고를 기존 70일에서 10일 수준으로 낮추면서 엄청난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애플이 SCM 관리 능력에서 1위 자리를 꾸준히 고수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 혁신에 있어 타협이 없는 독단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팀 쿡은 그동안 쌓아 올린 혁신 위에 뛰어난 경영 능력을 얹으며 애플을 독보적인 위치로 올렸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팀 쿡 역시도 독단적인 성향 덕에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어려울 것이라 조언했던 애플카 프로젝트를 약 10년 간 고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결정은 결국 제품 출시로 이어지지 못했고, 막대한 자원,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생성형 AI 기술의 격차가 벌어지는 계기가 되면서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용장과 덕장의 위기


물론, 순다르 피차이와 팀 쿡이 오로지 덕장이나 용장의 특성만을 전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니며, 그들은 다양한 리더십 특성을 결합한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또한 현재 그들이 받고 있는 챌린지가 비단 단순히 리더십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그동안 그들이 보여준 역량과 성과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현시대에 갖춰야 할 덕목 중 지장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은 간과할 수 없으며, 현재 구글과 애플이 강력한 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CEO 교체 카드라는 강수를 꺼내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애플의 경우 6월에 열릴 WWDC에서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게 될 지에 따라 팀 쿡의 운명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순다르 피차이는 제미나이가 얼마나 빠르게 안정화되고 경쟁사 대비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게 될 지에 따라 그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담


여담으로, 위에서는 가지의 유형만 소개해 드렸지만, 손자병법에서는 복장(福將)이라는 유형이 하나 더 소개가 됩니다. 이와 함께 "용장은 지장을 이길 수 없고, 지장은 덕장을 이길 수 없으며, 덕장은 복장을 이길 수 없다"라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이는 아무리 뛰어난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도 운이 좋은 장수를 이기지는 못한다는 의미로,  관점에서 본다면 현대의 복장으로는 엔비디아의 CEO 젠슨 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생성형 AI 전쟁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돈을 버는 기업은 엔비디아라는 말이 있는데요. 젠슨 황이 시대를 잘 포착하여 GPU 성능 향상에 지속적으로 주력한 것은 명백한 성공 요인지만, 엔비디아가 나스닥 시총 3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운과 타이밍이 완벽하게 맞물린 결과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손자병법에서 언급된 장수 유형과 오늘날 주요 CEO들을 비교해 보며 앞으로의 흥망성쇠를 전망해 보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안에 두 기업 중 최소 한 명의 CEO가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만약 한 명의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다른 한 명에게도 영향을 미쳐 연쇄적인 교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과연 예측이 맞을지, 만약 맞다면 바로 그날 의기양양하게 레터를 전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연말에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손자병법과 현대 비즈니스 리더십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글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약간의 요소를 더한 것이니 과몰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위 글은 'Tech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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