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티빙은 오리지널 시리즈 투자 확대, 구독료 조정, 웨이브와의 합병 시도 등 다양한 카드를 활용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 사이 쿠팡플레이에 토종 OTT 1위 자리마저 내주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빙은 쿠팡플레이가 성공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 스포츠 중계 전략에 주목했는데요. 반전이 절실했던 만큼, 지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 하나인 '프로야구 중계권'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2022년에 1,192억 원,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1,17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티빙은 2024년부터 3년 간 총 1,350억 원(연평균 450억 원)을 들여 프로야구 중계권을 확보했습니다. 티빙은 이를 통해 유료 구독자 수를 늘려 보겠다는 희망찬 꿈을 꿨지만, 무료 야구 중계를 시청하는 데 익숙해진 팬들 사이에서 야구 유료 중계가 웬 말이 나며 뜨거운 저항을 받았습니다.
시작부터 삐걱거린 티빙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계를 시작한 뒤 부실 중계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22번 타자', '3루 찍고 홈런' 등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적을 수 없는 문구들을 중계에 내보내며 팬들의 민심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여기에 잦은 버퍼링과 화질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쿠팡플레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팬층을 보유한 종목부터 중계를 시작하며 점차 스포츠 중계 노하우를 쌓아 올린 것과 달리, 티빙은 스포츠 중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덜컥 가장 인기 있는 프로야구 중계를 시작하면서 실수를 연발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팬들은 무료 중계보다 퀄리티가 떨어진다며,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들이 유료 중계권을 사들여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난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이 티빙에게 절대적으로 나쁜 상황만은 아닙니다.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티빙에게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흔히 연예인들은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는 악플도 결국 관심이 있어야만 달 수 있다는 의미로,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티빙은 비록 '야구 부실 중계'논란으로 악플 폭탄을 맞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이 필요했던 티빙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선을 끄는 데에 성공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검색량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웨이브와의 합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증가했던 검색량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야구 중계권 확보 소식이 돌기 시작하자 다시금 검색량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올해 3월에는 부실 중계 논란이 확산되면서 2023년 3월 대비 약 2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유가 어찌 됐던 티빙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 티빙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습니다. 가용 가능한 전사의 역량을 모두 집중하여 빠르게 중계의 정상화를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비스 회복 역설'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이는 초기의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겪은 고객이 사후 처리 과정을 통해 높은 만족감을 경험할 경우, 처음부터 만족했던 고객보다 더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만약, 티빙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빠르게 수습하고, 과거의 중계보다 더 나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면, 이는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사실은 논란이 나온 시점이 시범 경기 중계라는 점입니다. 시범 경기는 구단 입장에서도 겨우내 준비했던 것들을 하나 둘 점검하는 시간이자, 지난 시즌에 비해 바뀐 경기 룰이나 환경에 적응하는 시기인데요. 이에 따라 팬들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며, 경기 결과의 중요성 역시 상대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티빙 입장에서는 중요한 경기에 이러한 중계 실수가 벌어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본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최대한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 긍정적인 사실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티빙 역시 깊이 통감하고 있는 모습이며 대표이사가 전면에 나서며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티빙의 최주희 대표는 "무료 중계보다 못하다는 지적,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현재 사내 50~60명이 TF를 꾸려 실시간 대응하고 있다. 개막전 때는 관련 이슈가 없게 하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티빙이 노력을 다짐했지만, 정상화까지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노력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 특유의 감성에 대한 이해와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골수팬들 사이의 밈, 그리고 각 구단과 선두들에 대한 팬들의 복잡한 감정 등을 깊이 이해해야만 팬들의 감성을 터치할 수 있는 중계가 가능합니다. 특히, 라이브 스트리밍의 화질 개선은 단기간 내에 달성하기 어려운 기술의 영역으로, 외주를 맡기지 않는 이상 본 시즌에 맞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화질을 제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티빙은 이러한 중계 정상화는 물론, 유료 중계라는 점을 고려하여 무료 중계 대비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는데요. 이를 위해 매주 한 경기를 선정해 진행되는 '티빙 슈퍼매치', 타구를 추적하는 '트래킹 캠', 360도 회전하는 '4D 캠'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과연 티빙이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서비스 회복의 역설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지, 아니면 큰 투자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민심을 잃게 될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