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리나와 무신사 코랄로 물든 성수
올리브영이 성수역 이름을 10억 원에 낙찰받았다는 소식,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리브영은 성수역 인근에 5층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라고도 알려졌습니다. 이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에 제공하며 젊은 고객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을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성수를 차세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올리브영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이들이 나타났으니, 바로 성수의 원조 터줏대감 무신사입니다.
팝업의 성지라 불리는 성수는 매일같이 크고 작은 팝업스토어가 새롭게 생기고 있습니다. 팝업 소식만 따로 큐레이션 하는 콘텐츠들이 있을 정도인데요.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행사가 바로 '무신사 뷰티 페스타 인 성수'입니다. 이 행사는 서울숲과 성수역을 아우르는 성수동 일대 20만 평에 걸쳐 열리는 대규모 뷰티 행사로, 시작 전부터 압도적인 규모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마침 저도 방문할 기회가 생겨 다녀왔는데요. 오늘은 제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바탕으로, 이번 무신사 뷰티 페스타가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 브랜드 육성 전략은 뷰티 분야에서도 계속된다
팝업스토어를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처음 보는 브랜드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아내를 따라 올리브영을 많이 돌아다녀 보았기에 웬만한 브랜드들은 잘 알고 있는 편인데요. 제가 알고 있는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확인해 보니, 참여 브랜드의 약 80%가 중소·중견 인디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무신사가 신진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패션 분야에서도 이러한 신진 브랜드 육성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무신사가 이번에는 그 노하우를 뷰티 분야에도 적용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특히 뷰티 산업은 코로나 시대 이후 고객 접점 확대가 중요한 요소로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뷰티 페스타와 같은 행사를 통해 플랫폼 입점 업체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던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으로 등장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신진 브랜드라고는 하지만, 1700여 개에 달하는 뷰티 입점 브랜드 중에서 엄선된 브랜드인 만큼 행사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는데요. 이렇게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브랜드들은 앞으로 무신사 뷰티 부문의 매출 성장에 기여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 패션과 뷰티의 결합으로 차별화를 만든다
그동안 랄라블라, 롭스, 왓슨스 등 여러 브랜드가 올리브영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그 아성을 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차별화의 부재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에 반해 무신사는 자신들만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패션과 뷰티는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며, 무신사는 국내 패션 1위 플랫폼입니다. 무신사는 이 두 가지 명제를 결합해 강력한 차별화 요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무신사에 입점한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와 뷰티 브랜드 간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들에게 더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번 행사에서도 '에뛰드(뷰티)'와 1020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에이이에이이(패션)'가 협업한 부스가 많은 인기를 끈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무신사의 제안으로 성사된 특별한 협업입니다. 또한, 제휴 팝업 공간인 '무신사 엠프티 성수'에서는 폴로 랄프로렌 프래그런스 존을 마련하여 패션과 어울리는 향수를 직접 체험하고 골라볼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요. 이러한 시도는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논스톱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넥스트 뷰티로 세대교체를 노리다
최근 무신사를 비롯해 다이소, 컬리 등 다양한 기업들이 뷰티 분야를 신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무신사의 성장은 특히 눈에 띕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무신사 뷰티의 누적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94% 증가했으며, 신규 고객은 무려 443% 증가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무신사의 이러한 성장은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하지만, 여전히 뷰티 시장의 절대 강자는 올리브영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신사는 ‘넥스트 뷰티’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뷰티 산업의 유망주이자 다크호스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올리브영 독점 구조에 변화를 원하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올리브영 페스타(좌)와 무신사 뷰티 페스타(우)의 참가 브랜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무신사의 전략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올리브영은 대중적이고 잘 알려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반면, 무신사는 ‘나만 알고 싶은 레어템’을 찾는 1020 세대의 힙한 니즈를 공략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뷰티 산업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중견 신진 브랜드들은 그 특성상 소비자와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기 쉬운데요. 이렇게 형성된 유대감은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약자(언더독)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처럼 말이죠.
무신사는 단순히 언더독을 응원하는 차원을 넘어, 패션과 결합된 뷰티라는 차별화를 더해 '매력 있는 언더독'으로 각인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이 정도면 올리브영하고 충분히 경쟁해 볼 수 있겠는데?"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무신사는 세대교체의 주도자로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무신사는 언더독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에서는 ‘무신사 뷰티’는 언더독이지만 ‘무신사’ 자체는 언더독이 아니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무신사는 이번 행사를 흥행시킴과 동시에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는데요. 그 배경에는 무신사의 탄탄한 콘텐츠 기획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패션 커머스로 친숙한 무신사이지만, 사실 처음에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패션 콘텐츠를 만들던 콘텐츠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콘텐츠 기획에 강점이 있는 무신사인데요. 여기에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체험형으로 구성하며 흥행에 성공시킨 노하우까지 더해 이번 행사에서도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무신사가 이번 행사로 당장 올리브영을 위협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긴장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과연 무신사가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앞으로 흥미롭게 지켜볼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무신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