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14일 차
자주 가는 집 앞 슈퍼는 가족들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모두 영어를 하실 줄 모른다. 그 덕분인지 첫날부터 번역기로 소통하면서 내가 한국에서 온 외국인인 걸 알게 되신 후로 종종 말을 걸어오실 때가 있었다. 물론 태국어라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런 관심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슈퍼의 통돌이 세탁기를 돌리는 방법, 섬유유연제만 두 개를 골라간 날 보고 하나를 세제로 바꿔주기도 하고 세탁기 사용을 위해 종종 동전으로 바꿔가는 날 보고 동전의 태국어를 알려주기도 했다. 또 보통은 티비를 보고 계셔서 별 대화 없이 계산을 하고 나왔지만 종종 태국어로 말을 건네기도 하셨다.
그 적당한 무관심 속 호의가 좋았다. 그리고 그동안 잘 몰랐지만 그게 나에게 그동안 꽤 힘이 되었나 보다. 돌아가냐는 질문에 곧 한국으로 떠난다고 되지도 않는 태국어로 열심히 답한 후 집에 돌아오니 살짝 슬퍼질 만큼.
처음으로 태국이 떠나는 게 슬펐던 순간이다. 그동안은 사실 내가 돌아간다는 게 실감이 안 났었는데, 슈퍼 사장님께 돌아간다고 말을 하고 정말 자주 만나던 친구에게 5개월 동안 고마웠다고 선물을 받고 늘 See you 로 끝내던 인사를 See you someday 로 끝내니까 이상하다. 점점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기서의 일상을 끝내야 한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