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girl의 성장기
오늘로 한국에 귀국한 지 3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드디어 5년 간 몸을 담아온 학교에서 졸업을 하고, 사회인이 되었다. 귀국과 동시에 졸업을 하고, 그 후 바로 취직을 한 나를 보며 모국에서 안정적인 삶을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젠 떠나지 않고 오래도록 머물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나가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내가 취직을 서두른 이유는 경력을 쌓기 위함이었다. 내가 원하는 분야와 조건에서 해외 취업을 하기엔 지금 나에겐 스킬과 경력이 없었고, 귀국 후 경력을 쌓고 나갈 계획이었다. 원어민과 원활하게 대화하고 대학원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나, 오피스에서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을 하며 영어로 업무를 하는 환경에 익숙해지고, 경력과 자금을 모은 뒤 다시 나가는 것이 지금 나에겐 가장 최선일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온 우리나라는 떠나 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아주 익숙하고 편리하다. 교환을 끝낸 후 돌아왔을 때 느꼈던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도 없다. 병원비가 무서워 약국 약으로 의존할 필요도 없다. 매번 입을 열기 전에 느꼈던, 내 말을 못 알아들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없다. 모두가 나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외형으로 분류되고 이름 붙여질 일도 없다. 평생을 주류로 살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도 없다.
그런데 행복하지가 않다.
두 번의 해외 생활은 힘들고 외로웠으나 자유로웠다.
여긴 쉽고 편하지만 자유롭지 않다.
누구도 무얼 강요하지 않지만 사회의 암묵적인 분위기가 나에게도 그대로 옮겨져 오는 느낌.
기본 표정이 무표정으로 다시 돌아가고,
출퇴근길에는 쉽게 짜증이 난다.
해외라고 완전한 탈출구가 되어주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번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