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수석에서

by 응쨩





남편은 아기와 함께 시댁에 간다고 했다

집은 좋지만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들뜨기 시작했다

영화를 볼까 싶어 개봉 영화를 찾아봤지만 끌리는 게 없어 결국 집에서 쉴까 싶었다

그런데 문득 며칠전 시장에서 본 아기 김장 조끼가 생각났다

자꾸 눈앞에 맴돌던 그것을 사러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남편은 외투를 입으며 내게 물었다


"우리 나가는데 집에 있을거야?"

"전에 시장에서 본 아기 김장 조끼가 눈에 아른거려서.."

뭔가를 산다는 말을 하는게 흥청망청 돈쓰는 아내처럼 보일까 싶어 조금 돌려 말하고 끝을 흐렸다


"그럼 가는 길에 같이 가자, 내려줄게"

"땡큐~"

가는 길에 내려 주겠다고 해서 같이 차를 탔는데 집과 시장은 가까운 거리라서 남편 옆자리인 조수석에 앉았다

왠지 그러고 싶은 날이었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뒷자리에 탄 아기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내비를 보니 도착지까지 10분남짓

오래 걸리지 않을듯 했다

그런데 점점 울음 소리가 귀 가까이에 들리기 시작하고,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불편한 마음이 들자,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살짝 고개를 돌려 아기를 보자 눈이 마주친 아기는 더 크게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옆에 안 앉아서 짜증이 났나, 역시 옆에 앉을걸 그랬나'

아기를 보고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창밖을 봤다가, 내비 화면을 봤다가, 손을 모았다가 풀었다

찝찝함, 불편함, 민망함, 미안함

네 가지 감정이 뒤섞여 파도처럼 마음을 덮쳐왔다


잠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정말 엄마가 맞나 하고
남편 옆자리에 앉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아기를 뒤에 두고 이렇게 앉아 있는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 싶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