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자사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의 기획과정을 이야기하고, 요기요가 던킨 도넛의 제조 공장 현장을 소개한다. 각각 '무신사 뉴스룸', '요기레터'라는 채널명으로 운영되지만 미디어 업계에서는 이런 채널들을 '브랜드 미디어'라고 일컫는다. 회사 소개, CEO 인사말, 연혁 등이 정리된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와 달리 브랜드 미디어는 명칭 그대로 브랜드가 제작한 흥미로운 미디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자사 소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업계에 관련된 다방면의 지식을 함께 전하는 채널이다. 예컨대 토스가 운영하는 '토스피드'는 토스 로고를 리뉴얼한 이유와 기획과정을 한 편의 콘텐츠로 제작하고, 금융 지식을 주제 삼아 여러 편의 시리즈를 연재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브랜드 미디어를 계획 중이신 여러 스타트업의 담당자분들과 이야기하며 들었던 생각들을 정리해 봤다.
브랜드 미디어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브랜드의 전문성'을 어필할 수 있어서다. 신제품 출시 및 할인 소식을 전하는 앱 푸시 알림처럼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않더라도, 시장에서 브랜드의 전문성을 소구하는 데는 브랜드 미디어만 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런닝화 전문 편집숍을 운영한다고 가정해 보자. 브랜드 미디어를 개설해서 브랜드별 런닝화 특징, 발에 맞는 런닝화 고르는 팁, 런닝할 때 올바른 자세 등을 꾸준히 공유하면 이를 본 소비자에게 우리 편집숍은 단순히 런닝화가 즐비한 매장이 아닌 런닝화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매장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전문성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곳이 런닝화에 꽤 진심이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자사 소식을 알리는 데 효과적인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브랜드 미디어가 필요한 두 번째 이유다. 일반적으로 브랜드가 새 소식을 홍보할 땐 매체용 보도자료를 작성한다. 하지만 매체용 보도자료만으론 소비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정 브랜드를 포털 [뉴스] 탭에 검색했을 때 여러 매체에서 작성한 동일한 소식이 노출된다면 어떨까? 독자 역시 보도자료임을 알 것이므로 독자가 애초에 그 내용을 검색하려 했거나 진정으로 후킹한 소식이 아니고서야 클릭을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 미디어에서 업계 관련 지식이나 자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꾸준히 공유하며 일정 수준의 독자층을 확보하면 자사 소식을 노출시키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독자들도 브랜드 미디어에선 해당 브랜드의 소식까지 발행된다는 점을 인지하기에 단편적인 브랜드 소식을 봐도 반감이 낮을 수 있다. 또한 기존에 흥미로운 콘텐츠들을 보며 우리 브랜드에 호감을 느낀 소비자라면 여러 소식도 궁금해하지 않을까?
홈페이지를 만들어야만 한다?
'미디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 때문인지 브랜드 미디어를 론칭한다고 하면 개발자와 함께 홈페이지부터 개설해야 할지 고민하신 분이 많았다. 하지만 홈페이지만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뉴스레터, 인스타그램, 하다못해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의 한 메뉴 칸만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콘텐츠가 쌓이는 채널이 멋스럽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당장 여기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다면 기존의 인기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책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요기요의 브랜드 미디어 '요기레터*'는 뉴스레터다. 요기요에서 주문할 수 있는 음식들의 생산 과정을 이야기한 후 하단에 주문 버튼을 비치하는 식이다. 홈페이지 없이 뉴스레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도 마니아층이 상당한 편이다.
*요기레터는 올해 6월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휴재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콘텐츠 전문가 없이 만들어도 충분하다?
회사 내부에 에디터를 비롯한 콘텐츠 제작자가 있는 브랜드가 아니고서야 대부분 PR팀 또는 마케팅팀의 일부 팀원들이 브랜드 미디어를 담당한다. 그도 그럴 것이 브랜드 미디어는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브랜드 미디어에 필요한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등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콘텐츠를 제작할 전문가는 필요하다. 콘텐츠 주제를 선정하거나 문체 등 톤앤매너를 확립하는 작업은 기존 팀원들이 담당할 수 있지만 이를 토대로 실제 콘텐츠를 제작하는 건 다른 문제다. 가뜩이나 업무량이 많은 PR팀과 마케팅팀이 꾸준히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실제로 에디터가 작업한 브랜드 미디어의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 간의 완성도 차이는 극명하다고 생각한다. 일부 콘텐츠의 경우, 흥미로운 주제가 있음에도 이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거나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아쉬운 경우가 많다. 브랜드 미디어가 독자들을 확보하려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브랜드 미디어 담당자들과 협업할 최소 인원의 콘텐츠 제작자는 필요하다고 본다.
단기간에 엄청난 성과가 날 수 있다?
소위 콘텐츠 하나가 빵 터져서 브랜드 미디어가 대박 나는 경우는 드물다. 브랜드 미디어가 알려지려면 최소한 콘텐츠를 쌓으며 독자 피드백을 반영해 채널의 톤앤매너를 갖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애초에 콘텐츠 비즈니스는 한 개의 대박 콘텐츠로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가 어렵다. 설령 그렇게 입소문 난 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선보이지 않으면 독자들은 이탈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브랜드 미디어를 운영하는 브랜드라면 단기간의 성과를 바라기보단 인내심을 갖고 '우리 채널다운 콘텐츠'를 쌓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2편에서는 브랜드 미디어의 성공 조건과 즐겨 보는 브랜드 미디어를 소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