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기자, 하는 일은 '스토리 메이커'입니다.

by 한큐

'명함에 적힌 직업 그대로가 아닌, 나만의 정체성을 정하자.'


5년 전 입사 초반에 세웠던 목표다. 핵심은 간단했다. 명함에 적힌 직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단, 직무의 역할을 재해석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하자는 각오였다. 그래야만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어떤 경험에 도전할지 결정하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에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5년간 꾸준히 고민했다. ‘기자라는 직업의 연장선으로 어떤 정체성을 추구해야 할까?’ 다양한 분야를 인터뷰하고 마감일에 쫓기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와중에도 이 생각이 늘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실 고민이라기보단 즐거운 상상에 가까웠다. 어떻게 보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뷰 기획, 아티클 및 뉴스레터 제작, 도서 출판 프로젝트 운영 등 여러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나름의 경험치를 쌓았다.


어느덧 6년 차에 접어든 지금, 이제는 정답을 찾았다. 기자라는 직업 안에서 정한 정체성은 ‘스토리 메이커’다. 구체적으로는 인물과 기업 등 다양한 브랜드의 이야기로 읽고 싶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편협할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치로 내린 결론이다. 그동안 ‘비즈니스 인사이트 아티클’을 제작하는 본업의 특성상 다양한 인터뷰이를 만났다. 셰프,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 CEO 등 특정 인물을 비롯해 F&B, 출판, 패션, IT 등 갖가지 분야의 기업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해당 이야기를 재료 삼아 아티클과 뉴스레터 등을 선보였다. 매 작업 때마다 목표는 한 가지였다. ‘사람들이 읽고 싶을 만한 이야기를 만들자!’


이야기가 아무리 좋아도 콘텐츠로 잘 풀어내지 못하면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가 된다. 같은 맥락으로 다소 밋밋한 이야기조차 재미있는 콘텐츠로 제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인터뷰하거나 자체 조사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닌 분석 및 구조화해서 스토리텔링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골치 아픈 작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5년 넘게 즐기고 있다. 이야기를 지닌 브랜드(인물과 기업),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 사이에서 ‘콘텐츠’로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이 뿌듯하달까. 재밌는 만큼 열심히 했기에 아티클, 뉴스레터, 도서 등 여러 콘텐츠에서 꾸준히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브런치 이미지.jpg 이야기를 잘 만들기 위해 새롭게 구매한 키보드

정체성을 정한 이후, 마침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노션 등 미국 내 글로벌 기업들이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는 직업에 주목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였다. 전통적인 매체 기반의 홍보를 넘어 자체 미디어를 운영하는 기업이 늘면서, 브랜드 이야기를 전략적으로 대중에게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텔러에 대한 주목도 역시 높아진 것이다. 꼭 직업에 대한 수요 때문이 아니더라도 콘텐츠 트렌드가 이처럼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토리 메이커’로 활약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직무 관련 프로필 소개글을 다음과 같이 바꿨다.


: 인물과 기업 등 다양한 브랜드의 이야기로 읽고 싶은 이야기를 만드는 6년 차 ‘스토리 메이커’입니다. 브랜드의 성장 과정 및 전략을 분석하고 구조화해 아티클과 뉴스레터 등 설득력 있는 콘텐츠로 풀어냅니다.


물론 ‘스토리 메이커’라는 키워드가 지난 5년 동안 이어온 고민에 대한 완벽한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한 정체성인 만큼, 앞으로 새로운 경험을 쌓을 때마다 다듬어 갈 예정이다. 그동안 브랜드의 이야기를 주제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스토리 메이커’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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