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by 초희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달에 한 번 모든 직원이 모여 회의하는 자리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앞에 선 대표는 ’에비따‘를 연신 이야기하며 뒤에 있는 성장 곡선을 힘주어 바라봤다.

저 선을 점점이 이루고 있는 다수의 삶이 그려졌다. 여기 앉은 모두는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요즘 친한 사람들을 만나면 레퍼토리가 비슷하다.

콘텐츠의 의미를 너무 모른다. 이리 하고 저리 하면 어떤 숫자가 나오는지 당장 가져오라는데 그걸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나.

콘텐츠의 힘을 아는 회사는 돈이 너무 없어 허덕이는데, 정작 돈이 많은 회사는 콘텐츠를 왜 하느냐 하니,

저는 어딜 가서 진짜 콘텐츠라 부를 만한 걸 할 수 있는 거죠?


그 콘텐츠를 그토록 하고 싶다는 나는 콘텐츠를 이리 정의한다. 저마다의 이야기.

사람들을 만나고 보면 놀라울 정도로 핍진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데

듣다 보면 이건 내 이야기같고, 저건 어떻게 저런 일을 겪을 수 있나, 항상 요상한 마음이 든다.

그 요상한 마음은 세상을 버드뷰로 바라보게 한다.

내 우물 안 바라보고 있던 게 온통 내 세상 내 우주일 뿐이었는데 이야기는 상상과 발상의 범위를 한껏 넓히고 넓힌다.

그러면 날선 마음은 조금 누그러진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저기 저 사람들은 어떤 저마다의 이야기 때문에 끙끙 앓고 있을까.

연민하고 공감하다 보면 차가운 세상이 살아봄직하게 보이는 매직이 일어난다.

그 매직을, 여기저기에 퍼트리고 싶어 에디터가 되었다.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신기하게도 저마다의 의미가 있어.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분명한 이유가 있어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라는 이소라의 노래처럼.


그런데 이야기를 세상에 내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데에서 나온다. 얼마 전에 만난 출판사를 다니는 친한 언니는 한숨을 푹푹 내리 쉬었다.

사람들은 돈 버는 이야기에만 관심을 쏟는다고. 돈을 위해 돈을 쓴다.

돈돈. 돈 중요하죠. 저도 돈 많은 백수가 꿈이에요. 헛헛하게 웃었지만 진심이었다.

돈이 있어야 그제야 제가 하고 싶은 걸 양껏 해 볼 수 있을 거잖아요.

은행에 매여 있는 돈도 갚고요. 하루하루 늙고 힘이 없어지는 부모님도 눈에 밟히지 않을 거고요.

먹고 자고 몸을 누이는 데에 디폴트로 들어가는 돈을 걱정하지 않게 되면, 그제서야 맘놓고 하고 싶은 걸 해 볼 수 있겠죠?

그런데 돈돈을 머리에 채우며 사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면, 새카맣게 잊어버리는 거예요.

수년이 지나면 이렇게 되는 거죠. 어랏,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였지.

아 돈 버는 거였지. 에비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