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감독 : 스탠리 큐브릭
출연 : 케어 둘리(데이브 보우먼), 게리 록우드(프랭크)
SF 바이블
이 영화는 SF 장르의 시초를 넘어 바이블이라고 불린다. SF의 장을 연 것뿐만 아니라 50년이 지난 지금의 SF 영화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영화 안에는 '인간이 얼마나 우주에서 하찮은 존재인가?', '인공지능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인류는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가?' 등 SF 장르에서 할 수 있는 철학적인 주제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서 가능했다. 그래서 50년이 지난 지금의 SF 장르 영화 모두는 이 영화에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 생각한다.
이 영화가 SF 바이블이라 불리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영화의 미장센이다. 이 영화는 미장센과 촬영이 지금 봐도 너무 뛰어나 도대체 어떻게 찍었는지 회자되고 있는 장면들이 존재한다. 주로 사람이 360도 도는 장면이나 우주선의 디테일한 표현이 많이 언급되는데 나는 우주선 내외부의 디테일한 표현과 인공지능 기술 등도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이라면 CG나 눈속임으로 쉽게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개봉 당시는 제대로 된 CG는커녕 인류가 달에 도착하기도 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봐도 놀라운 연출과 미장센을 완성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성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끝까지 보기 힘든 영화이기에 누군가에게 추천하기 꺼려지는 영화이다. 모든 장면이 대단한 연출과 미장센으로 꽉꽉 채워져 있는데 그러한 이유로 모든 장면이 느리고 정적으로 연출되었다. 그 당시에는 모든 장면이 경이롭고 대단하게 보일 진 모르지만 빨리빨리 편집되는 현재의 영화에 익숙해진 우리 눈으론 너무나 지루한 연출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소형 우주선이 대형 우주선에 들어갔을 때 아주 천천히 몇 분 동안 내려가는 장면에서 나는 끝까지 보지 못하고 다음날로 미뤘었다. 대부분의 연출이 한 장면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기 때문에 무슨 스토리였는지도 놓치기까지 하였다.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핵심 설정인 '검은 기둥'에 대해선 도저히 리뷰할 수가 없다. 내 상식으론 도저히 리뷰하기 힘든, 심오하면서 난해하고 철학적인 장치이기 때문이다. 모든 시대를 관통하고 먼 미래에까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이 설정은 나는 도저히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어려웠다.
특히 마지막 시퀀스가 가장 문제였는데.. 내가 이해한 바로는 목성의 검은 기둥까지 다다른 주인공은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공간에 도착하고 알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생활을 하다 알 수 없는 태아의 상태로 변화하고 끝?..을 맺었다. 도저히 내 상식으론 이 시퀀스를 해석할 수도, 가늠조차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이 장면이 대단한 연출이라 하더라도 혹은 누군가 자세히 설명해주어도 나는 이 장면만큼은 이 영화의 단점이라 생각했다. 설명을 굉장히 배제한 채 관객의 해석에 맡겼는데 급작스런 전개이기도 하고 너무나 난해한 장면이어서 보는 내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긴 어려우나 뭔가 정말 대단 작품을 보고 있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들었다. 특히 영화 초반 유인원의 삶에서 검은 기둥을 접한 이후 도구를 깨우치고 우주로 넘어가는 장면은 굉장히 경이로웠고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보통 어떤 영화에서 물체를 오버랩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다면 길게 잡아야 10년 정도일 텐데 이 영화는 몇 만년의 시간을 건너뛰면 연출한다. 뼈다귀에서 우주선으로, 정말 몇 십만 년을 넘겼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파격적으로 표현하였다. 나처럼 영화에 대해서, 인류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연출이었다. 사실 마지막 시퀀스도 해석은 안될지언정 무언가 대단한 작품을 보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해석은 안될지언정 지금 시대에 봐도 엄청난 영감을 준다는 것은 굉장히 대단한 작품임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가 SF의 바이블라고 불리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 영화에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연출과 미장센, 설정 등이 넘쳐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를 누구에게 추천을 할 수 있을지 굉장히 고민스럽다. 굉장히 난해하기도 하면서 어렵고 연출은 느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열린 결말에서 오는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은 선뜻 누구에게 추천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도 영화를 좋아하고 보실 예정이라면 몇 백 년이 지나도 회자될 이 영화를 한 번쯤은 권해 드리고 싶다. 언제 보아도 이 영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영화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