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로 시작해 주사로 끝나는 영화 같이 피곤해진다.
감독 : 김한결
출연 : 김래원(재훈), 공효진(선영), 강기영(병철)
30대의 연애
이 영화는 20대의 풋풋한 연애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오직 30대 직장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솔직하며 때로는 사랑이 두려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연애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XXX들의 이야기가 있고 끝이 더러운 술자리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렇게 솔직하고 과감한 이 이야기에 우리는 공감하고 설렐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했다. 솔직해서 담백했고 과감해서 스릴 있었다. 20대이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고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설레는 감정을 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들의 공이 크다. 연애에 찌들 대로 찌든 30대의 두 주인공 (공효진, 김래원)의 연기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전형적인 한국형 로맨스 코미디이고 조금은 뻔한 이야기이지만 이 둘의 매력적인 조합으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30대의 다양한 연애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의 생활도 고루고루 다루고 있다. 나만 없는 그룹 카톡방의 존재, 등산과 회식, 오고 가는 뒷말과 뒷담, 카더라 통신 등 보는 내내 답답하면서 화가 나는 이야기가 있다. 이 모든 걸 허구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실제로 몇 다리 건너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사실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피가 거꾸로 솟는 이야기이다(누군가에겐 찔리는 이야기). 혹시 이 영화를 보고 찔리는 쪽에 속한다면 지금이라도 뒷말은 삼가했으면 좋겠다.
헤어진 연인 스토킹, 바람, 술 먹고 연락 등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진부하게 사용되는 소재이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이야기이다. 그런 인간군상들을 만나다 보면 연애하기 두려워지고 깊은 관계를 꺼려하게 된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둘은 서로에게 점점 호감이 가지만 깊어지는 게 두려워진다. 또다시 같은 상처를 받을까. 미리 감정을 단속하고 다가가기를 포기한다. 하지만 그들은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란 마법은 언제까지도 유효할 것임을 알리는 듯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플롯이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난다는 점이다. 술로 연락을 하게 되고 술로 가까워지고 술 덕분에 좋은 결실을 맺는다. 30대의 어느 직장인이 상처 받고 하는 행동이라 한들 모든 내용이 술에 절어 있다. 주사가 너무 과하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이러니 영화가 주사로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주사를 통한 개그는 관객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도 가고 재미도 있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지치기 마련인데 적절하게 치고 빠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마지막 선영(공효진)이 직장 동료들에게 일갈하는 장면도 조금 아쉬웠다. 너무 영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관객들에게 가장 큰 사이다를 주는 장면인데 너무 설명적이고 많이 뻔하게 다가왔다. 급하게 그리고 강박적으로 넣어야 할 것 같아 넣은 느낌이 강해 사이다도 그냥 김 빠진 사이다였다. 시원함보단 오글거림이 더 강했던 씬이었다.
사실 마지막 아쉬움 때문에 이 영화를 추천하는 게 꺼려진다. 조금만 더 새롭게 마무리했으면 어땠을까.. 결국 나에겐 그저 흔한 한국형 로맨스 코미디 영화로 남을 것 같다. 이 세상에 이제 새로운 영화는 없다지만 그래도 기대하는 건 조금은 욕심일까? 재밌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신선한 영화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진정 사회생활에 찌든 나에게 새로운 설렘을 얻고 가고 싶은 분들에겐 이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싶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