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평론가 평점 8.64 / 로튼토마토 신선도 86%
감독 : 미카엘 하네케
출연 : 크리스티안 프리에델(교사), 레오니 베네쉬(에바), 마리아 빅토리아 드래거스(클라라)
네이버 평론가 평점 8.64 / 네티즌 평점 7.92
로튼토마토 신선도 86% / 관객 점수 79%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는 특징은 불편한 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데에 있다. 주로 인간의 폭력성을 다루고 있데 이 폭력성이 우리도 가슴속에 가지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한다. 이번 영화 <하얀 리본>에서도 잔혹하고 불편하지만 현실적이고 우리 마음속에서도 존재할 수 있는 폭력을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주로 폭력의 되물림성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 배경에는 파시즘과 종교, 인간의 악함이 깔려있다. 자세히 파헤치면 더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알 수 있는데 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아보자.
이 영화의 제목이자 포스터에도 나오는 하얀 리본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실 영화에서 하얀 리본은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굳이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하얀 리본은 순수와 순결을 뜻한다. 그리고 목사가 자식들에게 하얀 리본을 묶는 행위는 어린아이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시대상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과 잔혹함으로 둘러싼 어른들의 손에 묶인 하얀 리본은 아이들을 억누르지 못하고 악을 학습하며 악행을 저지른다. 더럽혀진 손으로 묶은 리본이 더러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사건들은 모두 예상치 못한 순간에, 계속해서 발생하는데 이는 주체되지 않는 아이들의 악행의 특징이란 생각이 들어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아이들 중에서 연대하는 아이들, 혼자 충동적으로 악행을 벌이는 아이, 복수심에 주체 못 하는 아이 등 모든 악행들이 아이들의 악행의 특징인 것 같아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외에도 하얀 리본은 파시즘과 나치즘 인장의 상징이라고도 한다. 포스터를 보면 완장처럼 매어진 하얀 리본이 나치인장을 한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강요된 순수, 억압에 의해 분출되는 분노의 대상들이 모두 자신들이 생각하는 당해도 싼 사람들에게 행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아 칼리 폭행 사건은 정확하게 범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클라라의 무리가 한 짓으로 추정이 되는데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죗값을 치러야 하는 인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타겟이 된 것이다. 이는 나치즘이 유대인들에게 벌인 행동과 비슷하며 이들이 히틀러를 지지하는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악행의 범인을 자세히 풀어주진 않지만 유추 정도는 할 수 있다. 바로 아이들. 관객은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 많은 악행들이 아이들이 한 짓임을 알게 된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도 있긴 하지만 영화를 두 번 봤을 때 알 수 있는 장면들도 많이 있다. 이 영화의 무서운 점은 범인이 아이들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아이들이 악을 학습하여 이를 이행한다는 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사건들은 한 아이가 한 짓이 아니며 어떤 사건은 연대를 통해, 어떤 사건은 충동적으로 또 어떤 사건은 복수를 위해 악행을 저지른다. 악행을 저지른 아이들은 모두 어른의 억압과 폭력 속에서 악을 깨우친 인물들이라는 점이 가장 소름 돋고 현실적이다. 또 모든 사건들이 예상 가능하지 않으며 충동적이게 발생하고 악이 탄생하는 모습이 어린 악의 특성을 너무나 잘 표현한 점이라 생각한다. 그와는 반대로 아직 악을 깨우치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도 등장하는데 악행을 저지른 아이들과 비교가 되는 순간 결국 '악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되뇌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미카엘 하네케 작품 중 가장 집중하기 편한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 마을에 어떤 알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이를 추적하는 대중적인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즉 전형적으로 흥미로운 소재를 던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영화에 쉽게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땐 ost도 없고 흑백 영화에 연출과 편집 모두 불친절하기 때문에 영화를 한 번에 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영화를 흑백으로 한 점, ost가 없는 점은 다양성을 억눌린 시대상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불친절한 연출은 분명 단점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의도가 숨어있든 이곳저곳 흩뿌려진 사건들과 캐릭터들에 대한 불친절한 설명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두 번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는 중요한 장면이나 인물이더라도 자세하게 표현하거나 강조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고 좀 지나서야 저 인물의 행동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 대신 두 번 봤을 때 풀리지 않던 내용이 퍼즐처럼 조각이 딱 맞췄을 때 오는 감상은 많이 달랐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 마르틴이 교사에게 신께 나를 죽일 기회를 줬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처음 봤을 때 무슨 뜻인지 모르고 넘어갔었다. 영화를 다시 보니 이 대사는 아직 완전한 악이 되지 않은 아이가 느끼고 있는 죄책감을 표현한 것이며 순수에서 악으로 가고있는 과정에 놓여 있는 상태를 표현한 것이었다. 이 외에도 고의로 아이가 있는 방에 창문을 열어놓았던 범인, 낙마사고를 일으킨 범인들의 동기, 칼리가 집단구타를 당했을 때 놓여있던 메시지 등 영화를 다시 보다면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감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영화를 두 번 봐야 다 이해가 된다는 건 연출의 잘못이긴 하지만 두 번 볼 만큼 매력적인 영화로 만든다면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영화의 메시지가 더욱 짙어지는 영화이다. 또 공부하고 상징을 파악할수록 이 영화에 얼마나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데 불친절하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좋은 영화란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메시지인 폭력의 특성만 봐도 충분히 훌륭하고 완성도가 높은 영화이다. 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하기는 어렵겠지만 내 인생 영화에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감명 깊게 본 영화라 생각한다. 어둡고 메시지가 강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는 전형적인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작가주의 감독이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영화 <하얀 리본>을 보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고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았다. 잠결에도 계속 생각이 나고 순수악과 같던 아이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아른거렸다. 물론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임에도 대중적인 영화로 추천하기에는 어렵지만 조심스럽게 추천은 꼭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