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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목 Jan 31. 2022

정치를 웃기게, 정치를 우습게

에디터 레터_2022년 01월 19일 

오프닝
잠재적 대중선동가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며, 때로 그들은 대중의 감성을 건드린다.

-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에디터 레터

일요일 아침,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재명이 이러쿵, 윤석열은 저러쿵” 대선이 가까워지긴 했나 봅니다. 중년 부부 두 쌍이 열띤 정치 토론을 하고 있더군요. 귀를 기울였다가 아뿔싸- “20대 애들이 문제야, 걔네가 뭘 안다고 000을 뽑아”라는 말을 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꼰대라며 넘길 수 있겠지만 식당에서 유일한 20대였던 저(그리고 제 친구)는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20대를  ‘유난히 더욱’ 철없이 규정한다고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거대 양당 두 후보는 청년의 눈높이에 맞춘다며 커뮤니티의 헤비 유저로 자리매김해 한 줄짜리 공약을 무책임하게 던졌습니다. 특히 커뮤니티 정치는 ‘일부’ 20대 남성의 의견을 20대 전체의 목소리로 과대대표하는 문제가 있죠. 한 줄 공약은 또 어떻구요, 여덟 글자짜리 공약은 어떠한 질문도 반박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전교 회장 후보가 구체적 실현방안은 생각하지 않은 채 “우유 급식 초코우유로 변경!”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죠.


긴 글을 읽기 싫어하고 스낵 콘텐츠를 즐기며, 밈과 짤을 좋아하는 것은 20대의 특성이 맞습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해 적어도 제가 아는 청년들은, 가볍게 배울 수 있는 정치는 원해도 ‘가벼워진 정치’를 바라진 않습니다. 유머와 오락으로 점철된 공약은 특정 세대를 철없이 규정할 뿐만 아니라 밈의 뜻을 이해할 수 없는 세대를 배척하기도 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공정과 사이다 발언은 집값을 어떻게 잡을 건지, 취업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마련해뒀는지보다 우선될 수 없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대표 공약은 ‘탈모 공약’으로, 윤석열 후보의 대표 공약은 ‘여성가족부 폐지’로 여겨지는 시점입니다. 마르고 닳도록 들어온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은 누구를 뽑아 어떤 미래를 꿈꾸어야 하나요. 어떤 표를 던져야 오늘 식당에서 만난 중년 부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철없는 20대는 오늘도 대선 후보들의 잘못 찾은 번지수를 보며 한숨을 내쉽니다. 저의 이야기이자, 공감하며 여기까지 읽으신 여러분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2022.01.19.

에디터 유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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