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메이킹 노트
네 사람이 '폴라리스'라는 시사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네 개 호 발행. 매주 월요일 오전 7시마다 내는 식으로 사이클이 정해졌다. 구독자는 50명을 간신히 넘겼는데, 참여하는 멤버들의 가족들만 해도 족히 10명은 구독해주고 계신 셈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잘 안 읽히는 좋은 글을 모아다 또 안 읽히는 뉴스레터를 만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걱정이 크다. 웹에서 검색이 되고 싶단 마음에 브런치를 홍보채널로 열였다. (동시에 먼저 뉴스레터 쓰는 분들의 고민도 이곳에서 많이 배울 수 있으리란 기대.) 우리 필진은 나를 포함해, 스타트업, 마케팅, 전략 관련된 경험과 백그라운드가 없다. 다른 스타트업하는 분들 얘기 주워들어 써본 기획안은 다음과 같다. 중요한 질문들이다. 팀원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답을 찾아가고 싶은 물음들.
폴라리스 아카이빙&구독 페이지
https://page.stibee.com/archives/122162
너네 뭐하는 애들이야?
한 주동안 제일 중요했던 주제를 골라, 그 주제와 관련된 가장 좋은 글 다섯 편을 쉽게 공부가 되는 흐름 속에서 소개해드립니다. 가 아닐까.
너네가 공략하는 pain-point가 뭐야?
정보의 홍수. 홍수 때는 오히려 마실 물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주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카톡과 네이버 상단에 오르는 기사를 먼저 접하게 된다. 단편적이고 선정적이며 조회수 늘리기에 최적화된 기사들이다. 이런 기사가 포털의 상단을 뒤덮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매체에서 좋은 기사와 칼럼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안다. 일일이 찾아읽기 불편하다. 검색을 위한 시간이 너무나 많이 든다. 누가 하루에 다섯 편 정도만 찾아줬으면 좋겠다.
너네랑 같은 의도로 만들어진 뉴스레터가 수 백 개는 되지 않겠어? 지금까지 들어보고서는 전혀 차별화가 안되는데?
그렇다. 당연하지! 그렇네. 어떻게 하지...? 이 물음에는, 결국 Axios처럼 구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심플하게 생각하고, 본질에 집중하기. 떠오르는 대답을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한 주제에 대해 가장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순서의 제시. 좋은 질문의 연쇄. 가장 좋은 질문을 고르고, 그 질문에 가장 잘 답할 수 있는 글을 고르며 글의 순서를 짜맞추는 데 함께 상당한 시간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 시간을 파는 셈이다. 기자/PD 준비를 한다는 것은 매주 한 주제에 대해 많은 시간을 써가며 좋은 글을 모으는 작업을 포함한다. 열 개 쯤 읽으면 (심지어 매일경제 같은 곳에서도!) 좋은 기사가 발견되곤 한다. 결국 검색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 얼마나 레퍼런스가 풍부하느냐에 우리의 지속성이 달렸는데, 이 지점에서 자신이 있다. 우리는 머리수와 시간으로 밀어붙일 수 있으니까.
너네는 이걸 왜 하고 있어?
- 자아 실현. "매스미디어의 시대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번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가능했다.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빠르게 공유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도 지금보다는 쉽게 할 수 있었다. 미디어가 파편화되는 시대에는, 어떻게 우리가 대화를 위한 공통의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지 전보다 더 고민해야 한다." 천관율, <시사인>, "서로 다른 뉴스를 보는 시대에" 이 고민에 동참하는 일. 끊임없는 냉소와 조롱, 비아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뉴미디어의 문법을 배워 보고 싶다. 필진은 대부분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 중. 많은 기성언론이 뉴미디어가 무엇인지, 뉴미디어의 시도를 할 수 있는 지 자소서나 면접을 통해 묻는다.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실제로 시도해는 것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을 듯 했다.
같이 쓰던 노션에서 만들던 기획안
1.1. 브랜딩
- 폴라리스: Polaris, Polar-less 방향성을 갖되, 치우치지 않는. 이라고 정했는데, 사실 궁여지책으로 정한 감이 조금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폴라리스"가 그냥 너무 많아. Office tool 이름이기도 하고, 심지어 건설 중장비 회사 이름이기도 하던데. 검색 상단 노출이 전혀 되지 않을 듯.
1.2. 톤앤매너
-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던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품위 있고, 비아냥 없고, 무엇보다 정말 압도적으로 뛰어난 대본(과 그걸 읽는 손석희님). 비슷한 감성을 주고 싶다. 그것은 감성팔이라는 비아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의 편 가르기 본성을 뛰어넘어 그[권리의] 원을 확장하려면 이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마사 누스바움은 법철학과 정치철학 양쪽에서 존경받는 석학이다. 그의 최근작 〈정치적 감정〉은 책 전부를 바쳐 이 질문 하나와 씨름한다. 누스바움은 정치가 보편적 권리의 원을 확장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릴라와 의견이 같다. 우리의 편 가르기 본성을 뛰어넘어 그 원을 확장하려면 이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것은 우리가 살펴본 진화인류학과 게임이론의 통찰과도 겹친다. 그래서 누스바움은 애국심, 동료 시민에 대한 사랑, 동정심과 같은 긍정적 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동시에 누스바움은 그런 식의 감정이 분별없는 애국심과 당파적으로 기운 사랑에 휩쓸릴 위험을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사랑을 요구하는 정치체란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와 존엄을 평등하게 보장하고, 언제나 비판에 열려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열린 체제여야 한다. / 천관율, 민주당, 편을 가를 것인가 합쳐서 이길 것인가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이자 시인인 허은실 님께서 해당 오프닝의 대본을 담당했다. 빨간책방 오프닝 노래만 나와도 파블로프의 개마냥 설렘이 찾아왔던 기억이 난다. (오프닝 대본을 모은 책으도 있다). 글 좋아하는 사람들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감성.
2. 홍보 채널
- 브런치: 최신 호 하나를 제외한 레터 올리기 + 지금 쓰듯, 메이킹 노트
- 비레터와 스요레터: 저희를 알아봐주십사 계속 제보하기
- 인스타그램: 에디터레터만 따로 뽑아다 올려볼까?
가능한, 모든 홍보를 시간적으로 low-cost로 접근하자. 하나 만들어 놓은 자료를 여기저기 우려먹는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