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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Sep 04. 2016

여행을 가다. 홍콩, 세번째

홍콩, '13.12.10(화) ~ '13.12.13(금)


- 매우 고단했던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이다. 너무 피곤해서 무언가를 쓰는것조차 귀찮았다.


이틀간 쉬지 않고 걸었던 덕분에 온몸이 으스러질 것 같이 찌뿌둥하다. 피크에 올라갈 때 한 번쯤은 트램이든 버스든 바퀴달린 물건을 타고 가만히 의자에 기대어도 되었을 것인데 굳이 발품을 팔아가며 사방으로 쏘다닌 결과였다.


- 버스를 기다린다. 서울만큼이나 쉽지 않다. 굉장히 높아서 아래가 내려다 보인다. 귀한 경험이라 생각하는 이런 것들이 이 사람들에게는 일상이다.


도전에 망설임이 별로 없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그리 명민하지 못하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익숙하지 않은 동네에서는 버스를 잘 타지 않는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시티투어버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야 할 것 같은 2층 버스가 홍콩에는 택시만큼 지천에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보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몸을 싣게 되는 신기한 2층 버스다. 이 녀석을 타고 출근하는 게 일상인 냥 태연한 척을 하고 싶었지만 흥분되는 표정과 마음은 쉽게 숨겨지지 않는다.


버스 꽁무니가 마치 초점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듯 하여 정신이 사납다.


'1986, 香港' (제작 : 오우삼 필름 프로덕션) 이런 자막 하나 정도 나와줘야 할 것 같은 풍경이 이색적이었던 홍콩의 2013년


- 이 노선이 그런 것인지 무조건 직진이다. 버스가 둔해서 왼쪽 오른쪽 돌기가 안쉬울것 같긴 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버스에 올라 2층으로 갔다는 것부터가 관광객임을 스스로 인증하는 것이었다. 1층이 미어터지지 않는 이상 바쁜 출근길에 좁고 가파른 층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까지 2층으로 가려는 현지인은 없었다. 침사추이에서 몽콕으로 길게 이어진 도로 위를 거칠게 내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영화 첨밀밀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 몽콕으로 추정되는 곳에 내렸다. 침사추이보다는 덜 붐빈다...(중략) 헤매다가 올림픽역을 찾았다. 벌써부터 설렌다! 컨시어지의 아저씨 덕분에 쉽게 찾아갈 수 있을것 같다. 감사합니다!


올림픽역은 몽콕에서 걸어서 10분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홍콩섬 접근성이 나름 괜찮기 때문에 주재원으로 파견 온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비록 구글어스의 3d 이미지이긴 해도 고오급 아파트의 느낌이 물씬 풍겨오지 않는가.


물론 한국을 떠나온 지 이틀 만에 고국땅이 그리워진 마음을 달래고자 올림픽역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내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딤섬 식당 '팀호완'이 있었다. 싱가폴의 한 노점상이 올해 미슐랭 별을 받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미슐랭 식당'이라는 타이틀을 꽤나 오랫동안 유지한 이곳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두루 사랑 받는 식당인 듯했다.


굳이 여기까지 올 이유는 없었다. 팀호완은 IFC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사랑 받는 식당이 IFC처럼 접근성까지 좋은 곳에 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할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도저히 IFC로 발걸음을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팀호완을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찾게 된 곳이 바로 여기인 것이다. (사실 본점인 줄 알고 간 것인데, 본점은 Sham Shui Po와 Prince Edward 역 사이에 있다고 한다.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정말 두 역의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해 있으니, 굳이 본점에 가야하겠다 하시는 분들은 Fuk Wing Street, 9, Hong Kong 이라고 구글 지도에 검색해보시길 바란다. 어디론가 이전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가보지 않아서 확인할 길은 없다.)


이 사진을 찍을때까지만 해도 팀호완 본점에 들렀다 간다며 매우 뿌듯해하였다.


구글어스를 통해 다시 찾아 보니 올림픽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듯하지만, 버스를 타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덜컥 내려버린 나로서는 지도 한 장 없이 저 팀호완을 찾아가 여정이 상당한 고행이었다.


올림픽역에서 팀호완이 멀지는 않은데, 은근히 찾아가는 길이 헷갈린다. 지도까지 없으면 상당한 고생길이 열릴 것이다.


- 드디어 도착! 이른 아침인데 식당이 꽉 찼다. 찾아본 만큼 싸지는 않아도 정말 싸다. 세접시에 단돈 71불이라니.. 세계에서 제일 싼 미슐랭 식당이 허명이 아니다!


저 주문표에 먹고싶은 것을 표시해서 종업원에게 건네면 된다.


2013년의 팀호완 주문지. 작년에 갔을때도 이것보다 가격대가 조금 더 올라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올해도 조금 더 올랐을 것 같다.


다행히 음식 이름이 영어로도 병기가 되어 있는 덕분에 무슨 음식인지 알고 주문을 할 수 있었다. 과연 듣던 대로 상당히 저렴했다. 하까우와 슈마이, 그리고 고수가 들어간 고기 완자까지 시켰는데도 홍콩달러로 71불밖에 하지 않았다. 우리 돈으로는 불과 만 원 남짓이다. 덕분에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기분이 한껏 들뜨게 되었다.


가장 많이 먹는 새우가 들어간 딤섬 '하까우' (홍콩에서는 ha jiao라고 부르는 듯 했다.)


새우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슈마이, 고수가 들어간 돼지고기 미트볼. 저 미트볼은 고수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착한 가격에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2013년 홍콩 여행에서 아마 KFC 에그타르트와 함께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아닌가 싶은데, 특히 고수가 들어간 고기완자는 오직 맛 하나로 무한한 감동을 자아냈다.


이후로는 홍콩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꼭 들릴 정도로 나는 팀호완을 사랑하게 되었다. 팀호완보다 맛있는 딤섬을 파는 곳은 여럿 있겠지만 이 가격에 이 정도의 맛을 보장하는 곳은 팀호완이 아니면 힘들지 않을까 싶다. (딤섬과 같은 만두를 정말 좋아한다.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생기면 홍콩으로 딤섬 유람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 과일이 무척 싸다. 오렌지가 개당 5달러 밖에 안한다. 맛은 어떨까?


신기하게 어떤 사진이든 후보정만 거치면 전후 시대의 기록 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


광동어를 못해도 물건을 가리킬 줄 알고 숫자만 셀 줄 알면 뭐든 다 살 수 있다.


이틀간 혹사 당해 지친 나의 팔과 다리를 좀 쉬게 하고 싶어서 시내로 오게 됐는데 배가 부르니 나도 모르게 걷고 있다. 원래 로밍을 하지 않는 탓에 핸드폰으로 인터넷 사용은 언감생심. 하필 들고 나간 지도에는 몽콕 주변이 나와 있지 않았던 터라 내가 어디인지 확인할 길도 마땅치 않았다. 몽콕역 주변의 높은 건물들을 나침반 삼아, 어디에 있겠거니 머릿속으로 그리며 유유히 떠돌던 중에 만난 어느 재래시장. 진열해놓은 야채와 과일에서는 아직 털지 않은 흙냄새와 달달한 향이 스친다. 뭐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딜가나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타인의 일상을 방랑자의 시선에서 관찰하는 것은 매일 조우하는 나의 일상을 마주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하니, 그것이 바로 여행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몽콕의 중심가. 많은 쇼핑몰이 몰려있어서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비록 나는 반팔을 입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패딩을 입고 있다. 춥지 않아서 실감은 안나지만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이었다.


- 홍콩의 화장실은 재미있다. 보통 비상문을 열고 어떤 통로를 따라가게 되어있는데, 이 문들은 밀거나 당기도록 되어있다. 반대방향으로는 열리지 않는다. 정직한 사람들 같으니...


사람 사는 모습이 재래시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 '랑함플레이스'라고 하는 몽콕에서 가장 큰 쇼핑몰을 가보기로 한다. 혹시나 선물로 한국에 사서 갈 만한 무언가가 있을까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고개를 하늘 높이 쳐들어도 까마득한, 천장에 매달린 크리스마스 장식들이나 쳐다보며 혼자서 신기하다 뇌까리기나 했을까. 화장실 문 앞에 '당기시오'라고 써진 것을 고도 습관처럼 어젖히다가 철문에 머리를 두어 번 부닥친 기억 정도가 있을 뿐이.


- 멍청하게 지하철을 반대로 탔다. 하지만 덕분에 화장실을 가고,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게 되었다. 샤틴은 어떤 곳일까?


어느 역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아마 잘못 탄 지하철에서 내려서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을때였던 것 같다.


몽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샤틴'이라는 곳으로 가던 중이었다. 기억에서 잊혀졌다가 다이어리를 읽어 보던 중 다시 떠올랐다. 종종 지하철을 반대로 타는 실수를 하지만, 홍콩 지하철 특성상 반대 방향으로 지하철을 잘못 타기가 쉽지 않은데 나는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 샤틴에 도착. 중심가에서 아주 조금 멀어졌는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여자친구가 말한 가장 복잡한 몰은 어디에 있을까?


샤틴역 밖으로 나오면 이런 환승센터가 나타난다. '이케아'나 무간도의 첫장면에 나온 '만불사'에 갈 것이 아니라면 아마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 전경.


샤틴은 홍콩이 '신계(New Territories)' 지역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중심로 발전한 곳으로, 신계 지역의 교통과 소비의 중추이다. 여기저기로 향하는 버스로 환승이 가능하며 아주 큰 쇼핑몰도 여러개가 모여 있어서 굳이 침사추이나 센트럴까지 가지 않더라도 웬만한 것은 이곳에서 다 해결이 된다.


누가 더 화려하게 꾸며놓았는가 국가 차원에서 대회라도 하는 것 같다.


샤틴은 아주 크기도 하지만 상당히 복잡하다. 바둑판처럼 잘 짜여진 공간에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것이 편할 수도 있지만 지도가 없이 무턱대고 들어갔다가는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지만 처음에는 끝이 어딘지조차 몰라서 갔던 곳을 몇 번씩 다시 지나치고는 했다.


- SASA에서 페라리 라이트 에센스로 세시간 정도 비교를 해본 결과, 내가 가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동생들의 향수를 샀다. 안나수이와 페라리. 합쳐서 728불이다.


안나수이 408불, 페라리에센스 320불. 합이 728불이었다.


홍콩 여행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어딜가나 'SASA'라는 가게가 눈에 띈다. 우리나라로 치면 올리브영 정도 될 것이다. 각종 화장품과 향수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덕분에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다. 하지만 너무 저렴한 가격 탓에 진품이 맞을까 의심이 가기도 한다. 때마침 내 가방에는 페라리 라이트 에센스 향수가 들어 있었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SASA의 것과 향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왼쪽 손목에는 SASA의 샘플 향수를, 오른쪽 손목에는 내가 들고 간 향수를 조금씩 뿌린 뒤 시간이 지날 때마다 향을 비교해서 맡아 봤다. 사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선물을 할 건데 혹시 가짜라고 해도 향은 비슷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차린 최소한의 예의였다. 약 3시간 정도 건물 안을 돌아다니면서 생각이 날 때마다 손목에 코를 대어 보니 향은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쪼르르 SASA로 다시 쫓아가 거의 4일치 밥값에 가까운 거금을 주고 구입한 향수. 진품인지 여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지만 동생은 지금도 그 향수를 잘 사용하고 있다.


동생에게 사다준 안나수이 향수. 거의 다 떨어져가는 것을 보면 다시 홍콩에 갈 때가 된 듯 하다.


- 벌써 여섯시 반이다.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다. 가자. 침사추이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라는 말이 딱 맞다.


침사추이에 도착하니 이미 어둠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벌써 홍콩의 마지막 밤이 찾아온 것이 못내 아쉬웠던 나는 첫날과 같이 그 밤의 거리를 다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 모습을 눈에 담고 싶어서 옮기는 발걸음조차 느릿하였다.


이상하게 내 기억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저 둘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느리게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리 고상한 주제는 아니고 나의 무심함에 대한 이야기인데, 바로 '중경삼림'의 배경으로 유명한 청킹맨션이 3일이나 묵은 나의 숙소 바로 앞에 있었다는 것을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에서야 발견했다.


미라도 맨션을 나와서 1분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심지어 가장 잘 보이는 건물이 바로 청킹맨션이었다.


아침에 거리를 나설 때마다 커다란 전광판을 가득 매우는 화려한 광고들에 자연스레 눈길이 가고는 했다. 하지만 바로 아래에 있는 'CHUNGKING MANSIONS'라는 간판까지 시선을 옮길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다. 늦게나마 발견했으니 됐다. 이렇게라도 눈치채지 못했다면 나는 아직까지도 청킹맨션이 어딘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가시지 않는 아쉬움을 조금 더 털어내고 싶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보기로 하였다.


저 멀리 보이는 센트럴의 불빛은 언제나 화려하다.


고작 3일만에 조금은 식상해지려 했던 밤의 풍경인데, 마지막날이라고 하니 많이 아쉽다.


낮에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홍콩의 밤은 제대로 된 카메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예쁜 색을 지니고 있다.


나는 고향이 포항이다. 언제 어디서든 바다를 볼 수 있는 동네. 홍콩을 감싸는 노란 빛깔을 닮은 공장지대의 불빛이 밤하늘을 언제나 환하게 밝히는 곳. 그래서인지 비록 그 풍경은 다를지라도, 스타의 거리에서 저 멀리 홍콩섬의 마천루를 바라보는 감상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구석이 있다. '홍콩에 쇼핑 말고 뭐 있나?' 라는 사람들의 말에 딱히 반박을 할 생각은 없지만 나에게 홍콩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마지막 날, 숙소로 옮기는 발걸음이 못내 아쉽다.


숙소로 통하는 복도가 유독 을씨년스럽다. 아쉬운 마음을 품어낸 홍콩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알아두면 가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장소들


2. 홍콩중문대 & 사이언스파크


뜬금없이 왠 대학교냐 의아해 할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여백 하나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홍콩 모습혹시 지쳤다면, 조용히 이곳을 걸으면려보도록 하자.


홍콩중문대 바로 앞에는 지하철역 'University'역이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좋다.


콩답지 않게 그 넓이가 약 1.4 제곱킬로미터 달하는 널찍한 캠퍼스 가지고 있는 홍콩중문대. (전북대와 크기가 비슷하다.) 중심지에서 조금은 거리가 있지만 지하철로 바로 통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으며 바다를 끼고 있어 그 풍광 또한 볼만한 곳이다.


사이언스파크는 홍콩중문대 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벤처 단지로서 위의 지도에서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곳이다. 바다를 따라 잘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가 매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처에 사는 현지인들이 자전거를 타거 걷기 위해서 많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할 수 있다는 은 말할 것도 없으며 조성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매우 깨끗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캠퍼스의 조금만 고지대로 올라가면 이렇게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홍콩중문대는 캠퍼스가 통째로 산 위에 있다. 그렇기 문에 산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단점일 수 있지만, 자연과 잘 어우러진 캠퍼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예쁘기 때문에 그런 수고로움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된다.


중앙도서관 앞 광장, 홍콩에서 이렇게 넓은 공터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Infinity Pond'라고 부르는 연못. 사진을 잘 찍으면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연출도 가능할 것 같다.


여자친구가 다니는 학교이기 때문에 사진을 아주 많이 찍어놓았지만 그 사진들이 담긴 휴대폰은 현재 누군가의 손에 의해 몽골로 팔가고 없다. 남아있는 사진이 얼마 없어서 많은 사진을 실을 수가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홍콩중문대는 홍콩 시민사회 내에서도 그 지위가 각별하다. 홍콩 내에서도 비교적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학교이며, 여러 사회활동에 아주 적극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약 이  전 행정장관 선출과 관련한 중국과의 마찰로 촉발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우산 혁명'이라는 시위를 이끈 중심 세력이자 그 본거지가 있던 곳도 바로 이 홍콩중문대. 시위가 한창던 때 여자친구를 보러 홍콩에 간 적이 있는데, 중문에 도착하니 시위에 참가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모임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중앙 체육관에서 토론을 하는 모습 볼 수 있었다.


아주 민감한 문제일 수 있기에 언급이 조심스지만 '홍콩'이라는 곳은 특별행정자치구로서 엄밀히 말하면 국가가 아니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게 홍콩을 재반환 하면서 50년간 홍콩의 사법, 금융 등을 포함한 사회 제도를 유지하기로 한 합의에 의해서 독립적인 '자치구'로서 그 체제가 유지되고 존속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국제 사회에서 그 목소리가 점점 커짐에 따라 홍콩이 보장받은 자치권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본인들의 품 안으로 가져오려는 중국의 시도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홍콩 사람들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로서 그 갈등의 양상이 상당히 복잡하다. 그리 재미있는 주제는 아닐지 몰라도,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조금은 겹치는 부분이 있는 듯 하여 개인적으로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제주도에서도 어김없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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