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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혁 Sep 02. 2016

아마 당신이 경험하지 못했을 홍콩의 음식들

이미 알고 있던가, 알아보고 가지 않으면 못 먹어 볼지도 모르는 음식들


홍콩은 무한한 지름을 부르는 소비의 도시다.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 역시 반박의 여지 없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만큼 교과서처럼 먹어 봐야 하는 음식들도 꽤나 많다. 팀호완에서 먹는 딤섬, 호흥키에서 먹는 완탕면, 타이청 베이커리에서 먹는 에그타르트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아쉽다. 위에 열거된 음식들도 충분히 맛있고 훌륭하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쉽다. 이토록 훌륭한 미식의 도시에서 남들처럼만 즐기기는 아쉽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혹시나 주변 사람들에게 홍콩에 갔다 왔다는 걸 조금 더 세련되게 티 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라고 혼자서만 생각하는) 홍콩의 맛집 이야기다.


남들이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랴. 내 입에만 맛있으면 됐지. 그리고 팀호완 맛있다. 엄청 맛있다.


나는 큰 돈을 쓰면서 여행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무슨 음식이든 관계 없이 맛있다고 느끼는 기준이 상당히 관대하다. 먹어본 음식의 종류도 많지 않고 그게 정말 맛있는 음식인지 아닌지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애초에 가능하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든다. 소개하고 욕 먹기 싫어서 열심히 밑밥 까는 중이다. 어차피 음식의 맛은 개인의 주관이니깐 말이다. 게다가 고작 사진 몇 장과 글 몇 자를 가지고 맛을 판단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깐 이 글은, '그냥 이런 것이 있구나' 하고 살펴 보면서 혹시 기회가 생기면 경험하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1. 청차우 해산물 레스토랑


'청차우(Cheung chau)'라고 하여 홍콩섬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가량 떠나면 만날 수 있는 섬이 있다. 과거 홍콩의 생활양식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으며 홍콩섬에서 그리 멀지도 않기에 현지인들에게 휴양지로 사랑 받는 곳이다.


매우 멀어보이지만 홍콩은 무지하게 작은 섬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해야 한다.


나는 2014년 겨울, 여자친구와 함께 청차우를 다녀왔다. 내가 저곳을 알아내서 가자고 했던 것은 아니고 당시 홍콩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여자친구가 룸메이트에게 추천을 받은 곳이었다.


청차우로 가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센트럴 역 부근에 있는 '5번 항구'에서 배를 타면 한 시간 만에 당도할 수 있는 섬이다. 겁먹지 말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밤 11시 45분까지 배가 운항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청차우로 들어가는 배는 11시 55분까지, 청차우에서 센트럴로 나오는 배는 11시 반까지 운행을 한다. 배삯은 성인 기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13.2불, 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19.4불이다.


굳이 센트럴 역에서 출발하지 않더라도 IFC만 기억해두면 5번 항구를 찾아갈 수 있다.


바다에서 본 5번 항. 홍콩에서 제일 높은 빌딩 바로 앞에 있으며 지붕에 '5'라고 친절하게 써있어서 찾기 쉽다.


청차우조차 맑은 날에 가지 못했다.


청차우에 도착 후 배에서 내리자마자 왠 맥도날드 하나가 여러분을 맞아줄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파는 에그타르트가 맛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으므로 바로 왼쪽 거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항구를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면 점포 밖으로 수많은 테이블이 늘어져있는 거리가 나타날 것이다. 그곳이 청차우의 해산물 레스토랑 거리인 Pak She Praya road다.


청차우 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멀지 않은 곳이다.


현지인들마다 단골집 있는 것 같았지만 특별히 더 맛있는 곳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는 듯하다. 어디를 가든 맛은 보장된다고 하니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에 적당히 들어가면 된다. (아마 저녁 식사시간에는 어디를 가든 꽉 차있을 것이기 때문에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유리창에 붙어있는 저 벽보는 현상수배범 목록이 아니다. 청차우의 면장 선거 같은걸 얼마 앞두지 않은 때였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이곳은 홍콩 내에서도 흔치 않은 곳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해산물 레스토랑의 몇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중에 단연 으뜸으로 꼽을 만한 것은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다. 그렇다고 봉구스 밥버거 하나 사먹을 돈으로 음식을 시킬 수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성비가 매우 좋다.


거의 모든 식당들이 인원수에 따라 고정 가격을 매기고 정해진 수의 음식을 시키는 형태를 띄고 있다. 가끔 음식마다 가격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내가 갔던 식당이 그랬다.), '2人 198元' 이런 글씨가 메뉴판 어딘가에 써 있다면 음식에 붙은 가격표는 무시해도 된다. 2014년 겨울에 2인 기준으로 198불을 내면 네 종류의 음식을 시킬 수 있었으니 한화로 환산하면 요리 당 약 7천 원 정도 하는 듯 하다. 구글링을 해 보니 가격은 지금도 동일한 것 같으므로 참고하시길 바란다.


두 번째 장점은 음식의 종류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 메뉴가 전부 한자로 써 있어서 무슨 음식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참으로 친절하게도 대부분의 식당 메뉴판에는 음식 사진이 같이 붙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음식을 즐기도록 하자.


굴 좋아하시면 굴전 꼭 드시라. 두번 드시라. 세번 드시라.


우리가 시킨 요리는 굴전, 오징어튀김, 게 볶음, 왠 탕수육같은 무언가. 이렇게 네 가지였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도저히 두 명이서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한 끼에 3만 원을 쓰는 것은 엄청난 각오를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 먹어 보려 했지만 2/3도 다 먹지 못하고 남겼을 만큼 정말 무지막지하게 양이 많다.


그렇다고 맛이 시원찮은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저 빨간 뚜껑에 담긴 소스와 간장 모두에서 발냄새 비슷한 냄새가 자꾸 느껴져서 소스를 찍어먹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소스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홍콩에 갈 일이 다시 생긴다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이곳일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니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걷기 좋은, 고즈넉한 항구마을이다.


고즈넉하게 산어귀를 감싸고 도는 마을을 배경 삼아 내항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깃배들을 바라보며 걷는 시간이 참으로 매력적인 섬. 청차우에 갈 일이 생긴다면 꼭 해산물을 경험하고 돌아오기를 추천한다.


2. Fo Tan 포장마차


슬픈 소식이지만, 2018년 7월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Fo Tan 지역의 재개발로 인하여 포장마차가 철거 되었다는 소식을 홍콩의 지인을 통하여 접하였다. 이제 이 포장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쉽지만 다이파이동을 접하고 싶다면 삼수이포로 가자.

(삼수이포 포장마차 알아보기)


2018년 11월 현재 새로 갱신된 희소식! 재개발로 인하여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이곳은 아직도 건재하다.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 덕분에 명맥이 끊어질 뻔 했던 이곳의 다이파이동은 그 명성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중문대 학생들의 여론이 들끓었지 않았을까 싶다. 누가 되었던 간에,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한국에 포장마차가 있다면 홍콩에는 '다이파이동(Dai Pai Dong)'이 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팔기도 하고 안주 삼을 수 있는 요리와 술을 팔기도 한다. 나의 여자친구는 홍콩중문대를 다녔는데, 그런 덕분에 지하철로 한 정거장인 'Fo Tan'역에 있는 포장마차에 갈 기회가 있었다.


저 동그라미 쳐놓은 곳 말고도 몇군데 더 있다. 구글에서 'Fo Tan dai pai dong'이라고 검색해보자.


지도에서 보이는 것 처럼 역에서 내려 다리를 하나 건넌 다음 강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어마어마하게 큰 아파트가 하나 왼편에 보인다. 그리고 그 맞은편인 노란 동그라미가 쳐진 곳에 포장마차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방금 구글링을 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여러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泰源大排檔'라는 이름의 가게 하나다. 그리고 한가지 새로운 사실을 더 알게 되었는데, Fo Tan에 있는 포장마차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내가 간 위의 식당이 아니라 'Chan Kun Kee'라고 불리는 곳인 듯 하다. 둘 다 구글 평점이 높기는 한데 리뷰는 Chan Kun Kee가 훨씬 많다.)


진짜 어마어마하게 크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하지만 사진의 주인공은 이 가게 사장님이다.


여자친구가 나를 데려가면서 포장마차라고 하길래 우리나라처럼 천막 안에서 간단하게 몇 가지 술안주를 파는 것을 상상했지만 이곳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대충 훑어보아도 테이블이 30개 가까이는 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넓은 식당이 저녁 시간이 되면 앉을 자리 하나 없이 북적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장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저 볶음밥이랑 레몬치킨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먹어야한다. 서비스로 오징어 튀김을 주셨던 것 같은데 사진에서는 안보인다.


모든 것이 다 좋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 영어가 안 통한다는 것. 조금은 통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단 0도 안 통한다. 거기다가 메뉴판에 적힌 모든 글씨는 한자이다. 그 말인즉슨, 광동어로 메뉴 이름을 알아가지 않으면 음식이 나올 때까지 뭘 먹게 되는지도 모르고 기다리는 스릴을 경험하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다시 봐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도 궁금해서 내가 먹은 음식의 이름을 방금 찾아 보았다. 두부튀김이 椒鹽豆腐라는 것은 알게 되었는데 그 이상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은 도저히 내 능력 밖인 듯 하다. 정말 먹고싶은 음식이 있다면, 사진으로 찍어서 사장님께 보여드리도록 하자. 혹은 '泰源大排檔' 링크를 참고하도록 하자.


내가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워낙에 맛이 좋다.


무사히 언어의 장벽을 넘었다면 이제는 즐길 시간이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류는 50불 이하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안주류는 요리 당 80 ~ 100불 정도 한다. 청차우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양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두 개만 시켜도 배가 부르다. 대부분의 음식들이 튀기거나 기름에 볶았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을 뿐더러 맥주를 자연스레 부른다. 참으로 바람직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본인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 생각하신다면 Fo Tan의 다이파이동을 꼭 들를 수 있도록 하자.


(추가 : 센트럴 역에서 멀지 않은 Stanley Street 어딘가에 다이파이동 거리가 있다고 한다. 영어로 된 메뉴판도 있는 듯 하니 Fo Tan까지 가는 것이 번거롭고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은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맥주를 부르는 맛. 귀여운 라이언 얼굴을 합성하고 싶었는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되는대로 급조하였다. 이 사진은 여자친구의 요청에 따라 지워질 수 있다.




홍콩은 워낙에 미식으로 유명한 곳이라서 맛있는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러니깐 다양한 먹을거리를 시도하는 것은 적극 추천하는 바다.




홍콩에서도 어김없이 예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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