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 Jun 02. 2024

1년 쉬고 다시 출근한 후기

3일간의 회고

수요일에 첫 출근을 했다. 다행히 날씨는 좋았다.


 너무 오래 쉬다 보니 일이 너무나도 하고 싶었다. 쉬었다기보다 커리어가 망해가고 있다는 불안감과 조바심에 전전긍긍하던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여차저차 다시 일하게 되었으니, 설레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하고. 복잡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출근하기 전 며칠 동안은 주변에 이런 이상한 감정을 호소했었다.


On-Boarding

 회사에서 준비해 준 온보딩 교육을 들었다. 아주 좋았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통해 입사 동기들과의 라포를 한 꺼풀 쌓았다. 최대한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녹아있지 않았나 싶다. 그다음엔 회사가 해주는 자기소개를 들었다. 이 회사가 풀어나가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왔고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그리는 그림은 어떠한가. 꼭 알아야 하고 알고 싶었던 내용을 멋진 장표로 설명해 주니 속이 다 시원했다. 이 부분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로 다가와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가벼운 수업이 끝나고 앞으로 몇 년은 사용하게 될 새로운 장비를 지급받고, 가이드에 따라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회사 계정 및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으며 오전시간을 보냈다. 맥북 M1 프로를 준다고 나와있었는데 나는 M3 프로를 받았고, 16인치에 색깔도 내가 좋아하는 스페이스 블랙이다. 이것도 기분이 좋았다. *사실 14인치 미드나잇 블루를 받고 싶었지만 조금 아쉽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입사동기들과의 점심을 함께하고 사무실로 흩어졌다. 사무실로 갈 때는 우리는 가만히 있고, 수습기간 동안 나를 도와주실 버디가 각자 팀원들을 데려가는 시스템이었는데 마치 유치원 하원시간에 맞춰 원생을 데리러 온 부모님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본격 사무실 생활


 온보딩 교육이 끝나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우리 팀원은커녕 우리 층 사무실에 80% 정도는 자리에 없었다. 너무 휑해서 신기했는데 다들 재택 중이라고 하셨다. 심지어 내 버디로 지정된 분도 재택 중이셨다. 처음 왔는데 챙겨주는 사람 하나 없는 건 안 좋으면서도 좋았다..(?) 눈치 안 보고 문서 보면서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건 아주 좋았다. 팀원들과는 슬랙으로 짧은 인사를 나누고, 여러 온보딩 문서와 회사 시스템을 활용해 보며 차근차근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입사하고 한동안 상기되어 있는 이 기간을 어항 속의 금붕어 기간이라고 부른다. 이전 글에서 자세히 설명해 두었는데, 간단히 말하면 새로 입사하고 며칠간은 마치 내가 어항 안의 금붕어가 된 것처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모두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기간을 말한다. 그래서 아등바등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안 해도 될 말이나 일을 오버해서 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적당히만 하기엔 나도 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고, 3개월 안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쉽지가 않다. 초반의 3개월이 나중의 3년보다 큰 임팩트가 있는 건 사실이니.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일단 팀원들과 잘 화합할 수 있게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많은 대화를 하며 이곳의,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과 내 일하는 방식에 대한 합치를 이루는 게 먼저다. 퍼포먼스는 그 뒤에 보여줘도 부족하지 않다. 하드스킬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와서 보니 코드의 수준이나 개발조직의 수준은 예상보다 높았다. 내가 많이 부족함을 단박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내가 개인적인 시간을 좀 쏟아부어서 해소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잘해보자!

 여하튼 이번 주 수목금. 쉽지 않았지만 잘 지나갔다. 회사 건물과 층별 구조가 괴랄한 데다 팀원들도 (물리적으로는) 내 옆에 없어서 화장실 가다가 길을 잃기도 하고, 다른 층에 잘못 내려서 내 자리에 앉아있는 엉뚱한 사람에게 말을 걸 뻔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적응했으니까 다음 주에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이곳은 내가 정말 오고 싶었던 조직이다. 서비스를 몇 년간 꾸준히 써왔던 건 물론이고, 이 프로덕트를 만드는  조직원으로서도 함께하고 싶어서 이전부터 일하는 방식이나 공고 등을 지켜봤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 3일밖에 안되었지만 여기 일하는 방식이나 우리 팀원들을 보고는 나랑 시너지가 잘 맞는 조직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빠르게 이곳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지금의 내 의욕만큼 팀 시너지와 퍼포먼스도 따라와 줬으면, 그리고 꼭 그렇게 만들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항 속의 금붕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