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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Jul 16. 2022

임의판단, 허위보고 그리고 위장군기

장교생활에서 배운 사회생활의 금기 불문율

 저희 회사는 입사 3개월 뒤에 간단한 동료평가를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첫 부사수급 신입 동료가 곧 그 평가를 앞두고 있어요. 아직 2년차 직장인인 제가 누굴 평가하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성심성의껏 평가하고자 어떤 기준으로 말해줘야할까 고민중입니다. 실력 면에서 도긴 개긴인 사수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일수도 있고 자칫하면 꼰대로 찍힐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최소한 1년은 같이 일할 사람이고 신입이니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제목에서 적은 3가지 금기사항입니다. 처음 장교생활을 시작할 때 배웠던건데, 당시엔 무슨일이 있어도 하면 안된다고 배웠습니다. 그 땐 그저 우리 통제하려고 주입하는 꼰대 사상인줄 알았는데 조금 지나고 회사를 다니며 생각해보니 어디서 어떤 직종으로 회사생활을 하던 하면 안되는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나하나가 본인 뿐만 아니라 회사의 손해를 야기하고 신뢰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자충수로 이어지거든요.


그 3가지는 임의판단, 허위보고 그리고 위장군기입니다.


임의판단

 임의판단은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맞겠지~ 하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업무처리를 말합니다. 신입 뿐만 아니라 직책이 오르거나 새로운 업무를 맡을 때에도 적용됩니다. 아무리 직급이 낮고 허드렛일만 하고있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업무의 시작과 끝과 같은 판단은 본인이 내리는거니까요. 그 과정에서 주변에 내 판단을 도와줄 사람이나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고 하더라도,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지레짐작으로 판단을 내리는 행위 자체가 문제입니다.


 임의판단은 일처리를 빠르고 간결하게 해줍니다. 해당 판단이 맞다는 검증과정을 머릿속에서 마무리하거든요. 관련 레퍼런스나 공식 도큐먼트를 찾을 필요도 없고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갈 필요도 없으며 모든 자료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도와줄 사람도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불편해도 당장 눈앞의 데드라인은 맞출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판단이 보기좋게 빗나갔을 때 만개합니다. 뒷수습 과정에서 마치 그레텔이 빵조각을 줍듯 하나하나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때 검증없이 내린 결정은 조금만 커뮤니케이션 했어도 충분히 좋은 결정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반대로 검증없이 한 그 판단이 운이 좋게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직면한 문제는 해결했을 지 몰라도 그 문제의 변주가 나왔을 때 대처가 힘들고 새로운 업무와 비슷해집니다. 그렇게 그 일은 하나의 레퍼런스로 남지 못합니다. 주변 동료들을 더 혼란스럽게만 할 뿐이에요.


 꼭 검증과정을 거치세요.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일의 주춧돌에 대한 책임을 물 수도 있으니까요.


허위보고

 사실 군에서 강조하는 허위보고는 더 심한 경우입니다. 가령 적이 A포인트로 200명 처들어오고 있는데 B포인트로 오고있다고 보고했다고 하면 A포인트의 아군은 몰살당하겠죠. 그만큼 허위보고는 군법에 회부될 만큼 큰 죄목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대화방식에 있어서 만연한 허위보고 또한 경계해야할 자세입니다.


 허위보고는 보통 임의판단과 같이 발생합니다. 일단 상황을 모면하고자 잘 알아보지도 않고 둘러대는 경우입니다. 명확히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아보고 다시 알려드리겠다 말하면 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이 한마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허위보고보다 더 빈번하게 마주하는게 말끝을 흐리거나 얼버무리는, 군더더기가 많아 길어지는 말투입니다. 이런 말투는 보통 말하려는 내용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할 때입니다. 그 내용을 잘 알고있을 때 말을 얼마나 짧게 할 수 있는지 다들 공감하실거라 생각해요. 경력자들이 업무대화하는 걸 들어보면 가늠할 수 있죠.

 의아하실 수도 있는데 예스맨들도 꽤 문제가 됩니다. 대화를 할 때 모르는 사실은 되질문도 하고,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시 설명해달라고 말해야 쌍방이 합의된 대화가 완성된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대화는 종료하고 싶으니까 알겠다고 하고 끝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대화를 마치고 나면 서로 찝찝합니다. 개인적인 대화에서 뭔가를 감출 순 있겠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가감없이 드러내는 자세도 필요해보입니다.


위장군기

 처음 이 개념들을 배울 때 위 3가지 항목 중에서 최악이라고 평가받았던 항목입니다. 군기라는 단어가 너무 군대스럽죠? 하지만 이 단어는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단어일 정도로 자주 쓰이니까 그냥 쓰겠습니다. 위장군기는 말 그대로 잘하는 척 행동하지만 뒤에서는 정반대의 스탠스를 취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물론 이는 신뢰와 직결되는 사항이라 들키면 회사에서 더이상 있을 수 없을만큼 무너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업무에 차질을 주지도 않고 회사나 스스로에 피해를 주지는 않거든요. 똑똑한 사람은 이를 티내지 않고, 주변사람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여러 위장군기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겠지요. 천둥벌거숭이처럼 티를 팍팍 내는 사람은 알아서 나가 떨어질테니까요. 스스로 암덩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풀어보고, 안되면 팀을 옮기거나 회사를 옮기는게 서로 좋을 수 있습니다.

Outro

 물론 평가서에 이 항목들을 적지는 않을거에요. 군에서나 통용될만한 평가사항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사수 평가서는 연봉협상이나 인사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C-Level이 시선을 고쳐먹을 수도 있고 분명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해 일단 좋게 써주려고 합니다 (제가 개발자 보는 눈이 높아서 곧이 곧대로 쓰면 너무 비판만 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집단에 가서도 일 잘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셔야 하니 따로 작성해서 전달은 드리려고 계획중입니다.


 이 항목들 말고도 일잘러들의 비법들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항목은 체득되어있지 글로 쓰기도 뭐하고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천하기 힘든게 사실입니다. 그 중 위에서 말씀드린 3가지 항목은 불문율처럼 지켜야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29살 2년차 직장인인데, 은근히 또래 동료들 중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서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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