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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Mar 11. 2023

콜럼버스의 달걀

에이 그걸 누가 못해~

 콜럼버스의 달걀은 발상의 전환을 설명하기 위한 일화로 유명합니다. 당연하게도 달걀을 수직으로 새우는 일은 어렵지만, 밑동을 깨버린다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일화에서 발상의 전환 같은 깨달음은 얻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 일화를 붙여서 이야기할 때 꺼내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 태도와 존중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콜럼버스의 달걀

 콜럼버스는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탐험가죠. 하지만 탐험엔 돈이 필요합니다. 위험하고 무모한 모험일수록 더할 테고요. 콜럼버스는 여왕에게 탐험을 위한 자금을 요청합니다. 다들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군대는 상황에서 그 유명한 '달걀의 문제'라는 유명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문제는 누구나 쉽게 풀 수 있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콜럼버스는 달걀을 세워서 껍질의 일부분을 깨트리고, 그것을 테이블 위에 세우면 달걀이 안정적으로 서있게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생각보다 쉬운 문제를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한 것이죠.


 그렇게 모험을 떠나고 스페인의 지원 아래, 1492년 8월 3일, 세 개의 선박으로 미지의 대서양을 횡단하여, 미국 대륙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번 발견은 유럽과 아메리카를 연결하고, 그 후의 역사를 크게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잖아

 그걸 누가 못해? 밑동을 깨는 거면 누구나 할 수 있잖아. 에이~ 그런 식으로 해결하면 누가 못해?


 아닙니다. 아마도요. 아마 못하셨을 거예요. 세상에 당연한 건 없습니다. 아무리 결과가 손쉽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따라 할 법하더라도 우리는 그런 태도로 커뮤니케이션에 임하면 안됩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는 순간 격차가 벌어진다고 생각해요. 커뮤니케이션에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이요.


 물론 그런 발상의 전환이나 아이디어에 항상 박수를 보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름을 주장할 수도 있고, 그 생각의 비효율성을 피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스스로 생각하기에 하찮은 생각이라도 그 생각을 존중해야 합니다.


현업에서 느끼는 콜럼버스의 달걀

 아마 저와 다른 직군에서도 많은 사례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일단 저는 개발자예요. 어떤 사례가 있는지 볼까요?


 저는 다른 사람(과거의 나 포함)의 코드를 정말 많이 봅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기도 하고 의아심을 가질 때도 있으며 욕도 많이 합니다. 코드가 지저분하거나 비효율적인 부분을 발견하면 그 사람의 실력을 의심하거나 혀를 끌끌 차기도 하지요.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난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건 그 당시의 그 사람에게는 최선이었을 테고, 우리는 그 상황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라고 달랐으리라 보장할 수 없으니까요.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 중에는 쉬운 문제도 있고, 어려운 문제도 있죠. 누구도 쉽사리 손대기 힘든 문제를 어떤 사람이 아주 작은 부분을 고쳐서 해결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 상황에서 한두 명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아 저거였어? 뭐야 내가 할걸

아니 저렇게 해결할 거면 뭐 하려 해?

저 정도는 나도 생각했겠다. 더 깊이 고민해서 해결해야지 쯧쯧..


 물론 그들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경력이나 실력에 따라 더더욱 그럴지도 몰라요.

그 아이디어가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고 근본적인 해결은 제시할 수 없었을지라도, 우리는 그 사람의 문제해결에 대한 진심과 노력을 무시해선 안됩니다.


결론

 존중이라는 평생 들어온 단어를, 다시금 떠올려보세요. 우리는 은연중에 콜럼버스가 밑동을 깨서 달걀을 세울 때 옆에서 수군대던 사람처럼 행동했을지 몰라요.


물론 이런 사람도 있답니다.

여담이지만, 이런 사람도 있데요. 달걀 세우기로 기네스 신기록에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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