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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Jul 19. 2023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리콘벨리의 리더들을 개괄하며

 살면서 꼭 리더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스스로의 역량이 뛰어나도 여럿이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 거대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요. 국제기구가 해결 중인 문제를 예로 들어볼게요. UN이 풀고 있는 문제는 세계평화입니다. 어느 누구도 홀로는 이 거대하고 추상화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비슷한 생각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겨우 출발할 수 있죠.


 그렇다고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만 놓기만 한다고 저절로 해결되진 않습니다. 결국엔 그들을 고취시키고 동기부여시키는 한편, 극강의 효율을 얻어낼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자원을 분배하며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능력. 그걸 우리는 리더십이라 부르고, 이런 몇 안 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리더라고 부릅니다. 이 책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 중 최근 10년을 주름잡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IT 대기업들 리더들의 업무문화를 소개한 책이에요.



완전한 솔직함


 완전한 솔직함(Radical Candor), 책의 진짜 제목이죠. 42p에서 이 부분을 설명하는데,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이라는 책에서 언급된 "솔직하지만 무례하지 않게"가 오버랩되었어요. 결국 위선 없이 솔직히 말해야 하지만 의사표현에 있어서는 겸손하고 무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요. 


 책에서도 경고하는 부분이지만, 이 솔직함이라는 게 적당한 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걸 내어줄 수도 없고 모든 걸 막아둘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세상 사람 전부에게 통용되는 불문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함에도 중용이 필요하네요.


 솔직함의 효과는 저도 겪어봤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통하는 사람과 어떻게 신뢰하게 되었는지를 되감아보면 책에 나온 내용들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에요. 저도 리더일 때를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장교생활하던 시절에 제가 데리고 있던 용사들에게 월 1회 피드백을 줘야만 했는데, 굉장히 대충 했던 날들이 있었거든요. 서로 별로 돈독하지 않았고 깊은 관계가 아니었으며 좋은 사이가 될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런 니즈가 더 맞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지난 조직에서도 리더 역할을 수행할 때, 팀원들에게 피드백에 진심을 담았었나 생각해 봤는데 초반과 후반이 달랐던 것 같아요. 열과 성을 다해서 피드백하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노력했던 때가 있었고, 그런 제 모습이 팀원들이 원하지 않는 모습인 것이라 판단하고 그 정도와 진심을 내려놨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책이 말하는 완전한 솔직함을 실제로 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명확하진 않습니다. 저자를 신뢰하지만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 과정 속에 있는 것이겠죠?


리더라는 허상


 제가 생각했을 때 좋은 리더라면 이럴 거야라고 생각했던 모습들 중 많은 부분이 틀렸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실무를 팀원보다 더 많이 하는 리더라고 한다면, 솔선수범하면서 팀원의 고충도 알고 매니징뿐만 아니라 실무 능력도 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책을 보면 그런 리더는 팀원의 일감을 뺐어 박탈감과 허무감을 들게 만든다고 하죠. 저도 불과 몇 개월 전에 그랬던 것 같고 최근에 다른 리더분에게 이런 비슷한 일을 겪은 기억이 나면서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어떤 리더가 마치 전지전능한 신으로 군림하면 그 조직도 다른 조직들 사이에서 월등할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집니다. 적어도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강력한 맛을 내는 한 가지 재료보다 여러 재료를 잘 융화시켜 줄 수 있는 조미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알던 리더라는 사람들의 모습이 틀렸을지도 모르고, 현대에 각광받는 리더십이 새로 탄생하여 변혁의 시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제가 배우고 접해오던 리더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어디를 지향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팔로우십


 리더십을 배우면 팔로우십을 같이 배울 수 있듯이 지금의 리더들의 알쏭달쏭한 모습들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어요. 특히 피드백에 관한 부분에서는 지금까지 받았던 피드백들을 되돌아보고 공감할 수 있었어요. 분명 상대는 웃으면서 피드백을 줬지만 나는 왜 불쾌했을까, 나름 좋은 의도였지만 내가 했던 말들이 결국 상대에게 도움도 치유도 주지 못했겠다는 생각들 같은 점이요.


 반대로 팔로워들이 리더에게 진실된 피드백을 주고, 성장한 리더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조직을 좋게 만드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어요. 리더도 완벽할 수는 없기에 팔로우십을 이끌어내 조직에 빠르게 융화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리더도 사람이더라


 책에서 리더를 간결하고 은유적으로 설명한 문구는 "권력과 통제는 허상이다 - 216p"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이론과 방법론이 나오지만, 결국 리더라고 엄청난 괴물이나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좋은 사람이면서 억압 없이 일이 흐르도록 만드는 사람이에요.


 뭐 잘 들어주고 진심으로 공감해 준 사람들 중 하나였다는 것이죠. 리더라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 라는 어리석음에 사로잡혀서 허비한 시간들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제 조직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귀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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