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최산을 다해 사랑하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 개체의 관점에서 우리는 영양분을 음식으로 공급받아 살아갑니다. 무리의 관점에서는 보호자의 가호아래 특정 시기까지 성장하고 독립해 살아가요. 다양한 관점이 더 존재할 수 있지만, 톨스토이는 조금 더 공동체와 인간의 감정, 본성에 관점울 뒀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가 노년에 기독교에 심취한 다음 인간을 돌아보며 쓴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이에요.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모든 책에 능구렁이 같은 비유와 강력한 은유가 숨어있어 종단으로 갈수록 감정이 고조되고 마치 화려하지만 쉬운 퍼즐을 풀듯 마지막 조각을 맞추었을 때, 울림 있는 메시지를 손에 쥐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사람은 정말 무엇으로 사는 거죠? 톨스토이가 답안지를 제시한 건 아니지만 제 옆에 툭 하고 놓고 간 가치는 보살핌과 사랑입니다. 오글거릴 순 있지만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고, 전 인류를 하나의 공동체로 봤을 때마저도 우리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속에는 다른 유기체들과는 달리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어도 당장 5분 앞도 알 수 없는 존재인데 어찌 서로를 가여워하고 사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당장의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어도, 삶이 퍽퍽해도 그 가치를 이해하고 주변인에게 나누고 베풀며 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가지 질문]이라는 단편에는 한 나라의 왕이 누구나 혹할만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합니다.
1. 어떤 일을 언제 시작하면 좋을까?
2.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굴까?
3. 가장 중요한 일은 뭘까?
똑똑한 학자들이 와서 근거를 들이대며 계획을 짜고, 그때그때 결단을 내려야 하며 등등 1번에 대한 답을 내놓습니다. 2번에 대해서도 군인이 중요하다, 마법사가 중요하다 등등의 답을 내놓죠. 3번에 대해서도 똑같았습니다.
결국 직접 세상으로 나가 경험을 통해 1,2,3번에 대한 답을 명확히 얻어옵니다.
1. 지금 이 순간
2. 네 곁에 있는 사람에게
3. 선한 일을 행하는 것
저는 제 인생영화로 꼽았던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뇌리에 스치듯 지나갔어요. 같은 가치를 강조하거든요. 지금 이 순간. 어쩌면 우리는 여러 변명과 핑계를 대며 당장 집중해야 할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할지 몰라요.
만약 기독교적 색채가 짙은 책이 불편하지 않다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효율과 능률을 높은 가치로 치는 현대사회에 적용하기엔 너무나 감상적입니다만 자본주의 노동자이기 이전에 우리는 사람이기에 꼭 알고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저는 이 책을 읽고 그동안 감고 있던 눈과 닫고 있던 귀가 열린 것 같아 기분이 편안해졌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죠. 가장 낮은 레벨의 마음부터의 평안이 찾아온 게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