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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Jul 22. 2023

검은 감정

솔직하지 않고 싶은 감정에 솔직해져요

비관, 자기비판, 분노, 무관심, 쓸쓸함, 허무함... 


 생각보다 어두운 색채를 띈 감정이 많습니다. 아무리 성공한 인생가도를 달리고 있고 그럴 예정이라고 하더라도 이면에는, 혹은 정면으로 이 검은 감정들을 마주해요. 보통 '나'라는 커다란 집의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창고 같은 곳에 돌봄 받지 못한 채 쌓여있다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서서히 혹은 한꺼번에 이 창고를 정리할 때가 다가오죠. 


 검은 감정은 이런 불편한 감정들을 다뤄요. 아주 구체적으로요. 특히 용어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정의해 줘서 감사했어요. 피하고만 살았던 개념들에 이름을 붙혀주니까또렸하게 보이더라고요. 어떤 개념이 불편하다면 보통 불편한 만큼 대충 분석하고 묻어두거나 다른 환경요인을 탓하거나 더 잘하자 하고 넘어가기 마련인데 말이에요. 언젠가 한 번은 대면해야 했던 감정들을, 마치 경찰 영화 속 취조실에 앉은 범죄자처럼 취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음에 감사합니다.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자

 자기 계발 도서의 방법론은 정말이지 믿을게 못된다는 게 제 굳은 철학입니다. 사실 이 책에도 많이 나와요. 어떻게 하면 이 지옥 같은 감정에서 탈피할 수 있는지, 지긋지긋하게도 날 괴롭히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작은 도움들 같은 개념들이요. 세상 사람이 얼마나 많고 저마다 다른데, 어떻게 천편일률적인 방법론이 효과가 있겠어요. 그저 참고만 하는 것이지요.


 근데 감정과 행동의 분리라는, 책에서 제안하는 일관된 방법론은 해봄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너무 생각 없이 내 감정을 바라봤었고, 그 감정은 제 행동을 통제해 왔기 때문입니다. 냉철하다거나 이성적이다 하는 사람들은 이미 잘하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많이 동경해 왔는데, 너무 로봇 같은 사람 말고 적당히 그 작용이 동작하는 사람들은 꽤나 평온해 보였기 때문이죠.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에서도 나오는 말인데, 어떤 일이 기쁜 일, 행복한 일, 나쁜 일, 슬픈 일 같은 의미가 붙으려면 개개인의 해석이 들어가야 해요. 그 어떤 일이 누군가에게는 기쁜 일, 어떤 이에게는 슬픈 일일 수 있는 것이죠. 우리의 해석은 감정의 영역이에요. 그 일의 결과가 커리어의 측면에서 최악이던 인간관계의 입장에서 최고든, 어떻게 마음먹고 그에 따라 평가하느냐에 따라 그 일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감정과 행동은 분리되어야 해요.


결국 우리는

 이 또한 약간 신선하지만 흔하디 흔한 힐링도서고, 자기 계발서 중 하나일지 몰라요. 결국 좋게 좋게 생각하고 잘 헤쳐나가서 행복해라. 이런 결말인 것도 맞고요. 근데 잘 생각해 보면 조금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솔직함이에요. 


 검은 감정은 숨기기 알맞아요. 그리고 사회적으로 그게 통용되는 방법이기도 하고. 누가 자기 기분 안 좋다고 툴툴거리는 사람을 좋아하겠어요?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한들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도 생각해야 하니 형식적으로든 진심을 담아서든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위로해 주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결국 수많은 어두운 색채의 감정들이 마치 영화에서 억압받는 특정 집단이 묘사하듯 밝은 색채의 감정들보다는 낮은 빈도로 표출되는 건 맞잖아요. 


 하지만 그것은 평등한 감정입니다. 우리는 느낄 수 있고 부끄럽지 않게 표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나와 내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이를 잘못되었다 평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마치 좋은 일이 있어도 나누는 것처럼 나눌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저는 좋은 책을 읽으면 나누고 싶은 마음에 홀로 두근대는 사람이에요.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 책 또한 그래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면서 누구에게도 선뜻 추천하기 힘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제가 어둡다 보니까요. 


 하지만 달달한 음식이 온몸에 도파민을 뿌려주듯 쓰디쓴 약초는 몸에 좋은 영양분을 주는 것처럼, 당장은 마주할 필요가 없는 이 감정들을 언젠간 마주해야 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렇게 재밌을 것 같지도 않은 인생이고요. 한평생 밝은 볕만 드는 나라는 재미없잖아요? 때때로는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야지요. 


 감정에 대면하는 것은 파도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맞아보면 꽤 아프다는 걸 알고는 생각을 고쳐먹고 잘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거든요. 파도는 어차피 다시 올꺼니까요. 검은 감정은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돼요. 두고두고 꺼내보면서 상기할 수 있는 책과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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