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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뜰수록 작가 정신도 부활한다, 김민지 지음

동아비즈니스리뷰 408호

by 이새벽

AI와 인간의 교차점에서 문학의 전개 양상

본디 예술은 멈춰 있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진화해 왔다. 생성형 AI 문학의 현대적 전개 양상을 들여다보면 AI 생성 문장을 작품 일부에 인용하거나, AI를 서사의 주요 장치로 도입하거나, 인간이 감독자로 지시와 선택을 하며 AI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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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창의성의 확장 도구로서 AI에 주목한다. 이런 확장 시도의 일환으로 본인의 문체를 데이터 삼아 AI에 훈련시켜서 새로운 문장과 기존 문장 사이의 유사성을 평가하려 시도한다. 과거 문체와의 유사성을 피해 작가의 새로운 문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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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전체 줄거리를 구상했고 구체적인 프롬프트 입력도 직접 했기에 AI가 세부 내용과 문장들을 생성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는 작가의 역할을 감독자로 상정했기에 가능한 견해다. 즉 작가가 문장을 한 땀 한 땀 명주실처럼 뽑아내듯 창작하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전체 소설 구성에 있어 방향과 구조를 결정하는 디렉터로서 AI와 협업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때 AI는 철저히 도구의 지위에 놓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권한은 작가에게 있다. 따라서 AI 생성 문장의 분량과 상관없이 인간 작가가 창작 과정에서 결정 권한을 쥔다면 그 작품의 창작자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게 마시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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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문장이 반영된 작품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인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의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에 따르면 AI 산출물 자체는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는다. 그러나 산출물에 인간의 창작성이 부가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저작자 내지 저작권 귀속에 관한 논의가 가능하다.


AI 시대 저자의 부활

AI를 문학에 활용하는 과정에도 창작자의 노고와 선택이 들어갈 수 있으며 창의성이 반영될 수 있고 AI와 인간이 협업하는 새로운 창작 형태와 작품 수용 방식, 나아가 또 다른 예술 장르가 탄생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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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생성형 AI가 창작에 적극적으로 도입될수록 필연적으로 저자의 부활이 일어날 거라 전망한다. AI에 대체되지 않는 작가 정신을 더 조명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본질적으로 예술가는 작품 생산자 그 이상으로 삶을 살아내고 성찰하며 표현하는 사람이다. 이는 ‘존재의 문제’와 닿아 있다. 그리고 작품의 독자, 감상자는 누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작품을 창작했는지 그 이면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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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작품뿐 아니라 어떠한 사람이 이 작품을 창작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작품에 드러나는 작가 고유의 목소리뿐 아니라 어떠한 경험 데이터를 체화한 사람인지에 관한 관심은 여전히,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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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삶, 경험, 고뇌, 감정 등을 바탕으로 창작하기에 독특한 목소리와 내러티브를 가진다. 한 사람의 존재는 그 사람이 쌓아온 인생의 서사가 차곡차곡 쌓여서 완성되는 언어의 집과 같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명제를 뒤집으면 ‘존재가 언어의 집’이다. 작가의 진정성이 주는 고유한 울림은 그 무엇보다 깊고도 진하다. 제아무리 AI 기술이 발전한다 한들 인간이 인간을 알고 싶은 마음, 한 사람의 고유한 경험과 철학을 기반으로 노고를 거쳐 빚어낸 작품을 만나고자 하는 욕구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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