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국의 인간 극장에 출연한 듯한 영상 구성이 재밌다. 요즘 재밌는 시도를 하는 AI 영상이 알고리즘에 몇 개 보인다. 만약 실제로 이런 영상을 제작하려고 하면 제작비가 얼마나 들까? 베르사유 궁전 안을 자유롭게 촬영하는 것도, 소품이나 드레스를 구하는 과정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역경을 거치고 제작할 정도의 내용은 아니다. 유튜브와 생성형 AI 시대기에 재밌는 발상이 가볍게 즐기기 좋은 영상으로 제작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영상 제작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무료 툴로 만들 수 있었다면 알고리즘에 이런 AI 영상이 넘쳐났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올바른 AI 기술의 방향성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AI가 없더라도 만들 수 있는 것을 AI로 만드는 것보다, AI가 없었더라면 만들어질 리가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 말이다. 이런 시도는 보이스 AI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실제로 가수가 부른 적 없는 커버곡을 AI 보이스로 부르게 한다.
요즘 쓰고 있는 소설도 그렇다. 하나부터 열까지 작가가 모두 처음부터 쓰려고 하면 아무리 별 거 아닌 이야기라 해도 품이 든다. 그러나 AI를 이용하면 이야기를 패스트패션처럼 쉽고 빠르게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럭저럭 한 수준의 이야기를 AI를 이용해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서 쓰는 것이다.
AI가 없었다면 이런 소설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스토리 자체가 내가 잘 구상하지 않는 타입이라 AI가 없었으면 시도하지 않았을 거다. AI가 작성한 줄거리를 조금 수정해서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으로 프롬프트를 입력해서 쓰고 있는데, 다음 소설은 조금 더 복잡하게 구상 중이다.
처음 시도하는 거기도 하니 평이하게 접근하자 싶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흔하고 밋밋한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완성보단 완결을 더 중요하다. 비록 보잘것없는 결과물이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다음 단계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음성이 없어서 영상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AI 보이스를 쓰면 콘텐츠가 싸구려처럼 느껴져서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글의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소설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AI 보이스를 넣어 오디오북 영상을 만들 예정이다.
요즘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곤란할 지경이다. 아이디어를 실행하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실제로 마지막까지 이행되는 것은 그중 일부겠지만, 창작 의욕이 끊이지 않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시기는 언제고 찾아올 수 있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