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ㅡ베틀과 어머니》
어머니, 그곳에서는 편안하십니까?
영상에서 베짜는 모습이 보여 한참을 그 곳에 서 있었습니다.
낮에는 집안일로, 들과 산에서의 농사일로 바쁘셨지요.
그리고 밤에도 편히 몸을 뉘이신 날들이 많지 않으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습니다.
어린 날
아주 어린 날
자다가 "딸깍딸깍" 낯익은 소리에 잠이 깨면 어머니는 작은방 베틀에 앉아 허리에 부테를 두르고 바디와 북을 열심히 양손으로 왔다갔다 움직이고 계셨었지요.
한참을 베틀에 앉아계셔도 옷감의 길이는 쉽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단조롭고 지루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시다가 바침내 베 한 필을 다 마무리하시고 투박한 가위로 베틀에서 옷감을 싹둑 잘내내시는 모습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머니는 이제 이 땅에 아니계십니다.
그 길고 길었던 겨울 날들
밤새워 베를 짜기 위해 봄부터 씨뿌리고
숨쉬기도 어려운 여름날 긴 모싯대를 찌고 껍질을 벗기고 흐르는 물에 담가 고운 성유질만 남으면 그 삼대의 속껍질을 또 손톱이 다 닳도록 잘게잘게 찢어 실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실들을 허벅지에서 이어 실꾸러미들을 만드셨습니다.
겨울날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긴 씨줄에 풀을 먹이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오늘은 그렇게 삼베와 모시를 짤 재료들을 준비하시다가 또 다른 날은 씨아를 돌리고 물레를 돌려 목화에서 무명실 꾸러미를 차곡차곡 쌓아나가셨지요.
그렇게 사계절 내내 농사일에 바쁘시고 또 가족들을 입힐 옷감 마련에 바쁘셨던 어머니
어느 하루 한 날인듯 이승에서 편하신 날들이 있으셨을까요?
그 멀고 먼길은 어찌 가셨을까요?
이제 어머니가 가신지 벌써 두달만 지나면 꽉 채워 3년
어머니
그 곳에서는 편안하시기를 두 손모아 간절히 빌고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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